바리톤 김동원 "'윌리엄 텔'에서 독립투사 안중근 느꼈다"

입력 2019-05-01 08:00  

바리톤 김동원 "'윌리엄 텔'에서 독립투사 안중근 느꼈다"
국립오페라단, 3·1운동 100주념 기념작 '윌리엄 텔' 10∼12일 공연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초연되는 작품 타이틀롤을 맡다니, 정말 영광스럽죠. 섭외 제안을 받고 무척 기뻤습니다."
국립오페라단이 오는 10∼1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 올리는 오페라 '윌리엄 텔'에 출연하는 바리톤 김동원(48)은 최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1829년 프랑스에서 처음 소개된 이 작품이 한국 무대에 오르기는 처음이다.
'윌리엄 텔'의 모티프가 된 빌헬름 텔은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가문에 저항한 스위스 건국 영웅이다. 아들의 머리 위에 사과를 올려놓고 화살을 쏴 명중시킨 이야기로 유명하다.
빌헬름 텔이 실존했다는 자료는 없다. 사과와 화살을 모티프로 한 유사한 전설이 북유럽에도 존재하는 걸 보면 구전설화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스위스에서 그는 독립의 상징이다. 사람들은 동상과 박물관을 만들어 빌헬름 텔을 기린다. 그의 삶을 소재로 독일 문호 실러는 희곡을, 이탈리아 거장 로시니는 오페라를 만들었다.




이번 공연 연출을 맡은 불가리아 출신 감독 베라 네미로바는 "모든 나라에는 자신들만의 윌리엄 텔이 있다"고 했다. 그의 해석처럼 스위스 민중이 압제와 맞선 역사는 일제 치하에서 독립을 위해 저항하던 우리 민중의 삶과도 맞닿아 있다. 국립오페라단이 3·1운동 100주년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할 만한 작품을 고심하다 '윌리엄 텔'을 고른 이유다.
끊임없이 고뇌하는 윌리엄 텔을 연기하는 김동원은 한국적 감성을 녹이기 위해 연구했다고 말했다. 참조한 건 안중근 의사의 생애다. 안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만주 하얼빈에서 독립을 염원하며 한반도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고 이듬해 뤼순 감옥에서 순국했다.
"연습할수록 나라 잃은 슬픔은 어떤 것이었을까 곱씹게 되더군요. 안중근 의사의 삶은 윌리엄 텔과 겹치는 장면이 많습니다. 그분의 희생이 독립운동 확대의 시초가 됐듯이, 윌리엄 텔의 용기가 민중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주죠. 그리고 안 의사가 순국하고 30여년 지나서야 우리 민족이 독립을 맞는 것처럼 오페라에서도 윌리엄 텔이 피날레에서 '이겼다'고 외친 뒤 30년 뒤에 맞습니다."

인간적 면모를 묘사하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저는 윌리엄 텔의 투쟁 의지를 표현하는 동시에,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부성애를 표현하는 데도 집중했습니다. 아이 머리 위에 사과를 놓고 활을 겨눠야 하다니, 얼마나 괴로웠을까요. 저도 12살, 7살 아이를 둔 아버지로서 어찌나 공감되던지요. 그 장면 아리아를 연습할 땐 감정 컨트롤이 쉽지 않았습니다."
4시간 가까이 극을 이끌어가기가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겠냐는 질문에 김동원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냉기가 파고드는 걸 막기 위해 두른 목도리를 가리키며 "지금도 몸을 관리하는 중"이라고 했다.
"사실 체중이 3㎏ 줄었어요. '윌리엄 텔'은 음악적으로 역동적이고 감정이입을 해야 하는 장면도 많아서, 1막이 끝났는데도 '리골레토' 전체를 한 것 같았어요. 바리톤이 할 수 있는 가장 힘든 작품인 것 같아요. 그래도 체력 관리는 제가 잘 해나가야죠. (웃음)"
한참 작품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가 밟아온 길에도 눈길이 갔다. 부산 출신인 김동원은 한양대 음대와 이탈리아 밀라노 베르디 국립음악원을 졸업했다. 오페라에 마음을 빼앗긴 건 대학교 1학년 때. 국립오페라단 갈라 콘서트를 보고서다.
결국 웅장하며 기품 있는 소리로 정상급 성악가로 우뚝 선 그는 2003년 국립오페라단 상근단원으로 선발돼 '라 트라비아타', '투란도트', '사랑의 묘약', '카르멘', '아이다' 등 굵직한 작품을 도맡았다.
10년 전엔 평탄한 길을 버리고 뜻밖의 도전에 나선다. 미국 보스턴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NEC) 유학을 택한 것이다. 이미 세계 무대에서 숱한 러브콜을 받던 그가 다시 배움의 길을 택한 것에 의아하다는 반응도 많았다.
그는 "20개월 된 아들을 데리고 가는 맘이 편치는 않았다. 이미 유학해본 이탈리아에 가는 게 편할 수도 있었다"며 "하지만 미지의 영역에 도전해보고 싶었고, 늦기 전에 부족함을 채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윌리엄 텔' 초연으로 또 한 번 도전에 나선 그에게 어떻게 하면 이번 작품을 잘 즐길 수 있는지 물었다.
"'윌리엄 텔'이 왜 한국 초연일까 의아할 정도로 국민 정서와 부합되는 부분이 많아요.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분이라도 일단 보시면 북받치는 내면을 느끼실 겁니다. 기대감을 갖고 와 주세요."

cla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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