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벗어던진 대한항공 직원 1주년 촛불집회 "신뢰로 거듭나야"

입력 2019-05-03 21:42   수정 2019-05-03 21:45

가면 벗어던진 대한항공 직원 1주년 촛불집회 "신뢰로 거듭나야"
1년전 '갑질규탄' 촛불집회 시작한 세종문화회관 계단 모여 집회
박창진 지부장 "부당전보 동료 복직 등 노조 힘으로 이뤄"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1년 전 광화문 광장에 나와 총수 일가의 각종 '갑질'을 폭로하고 이들의 경영 퇴진을 주장했던 대한항공[003490] 직원들이 다시 같은 자리에 모여 촛불을 들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와 대한항공조종사노조는 3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대한항공 직원연대 1주년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이른바 '땅콩 회항' 피해자로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지부장에 오른 박창진 사무장과 직원연대 노조원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1년 전 10차례 가까운 집회를 했을 때 수백명이 모였던 것과 비교하면 규모는 크게 줄었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작아지지 않았다.
참석자들은 '적정인력 확보', '근로시간 개선', '노동 3권 보장', '필수공익 폐지' 등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이어갔다.

직원연대 지부장을 맡은 박창진 사무장은 이날 집회에서 "1년 전 제가 이 자리에 섰을 때는 제 옆에 함께하는 동료가 없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함께 하는 동료들이 많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지난 3월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불신임안 통과와 부당 전보됐던 동료들의 복직 등 모두 직원연대 노조의 힘이 모여 이룰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행사에 참석해 "지난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수십 번씩 고민하며 가면과 선글라스를 끼고 이 자리에 오셨을 것이다. 1년이 지난 지금 여러분은 용기 있는 고발자가 됐고, 연대했기 때문에 살아남은 피해자가 됐다"고 말했다.
1년 전 신분 노출에 따른 불이익을 우려해 가면을 썼던 직원들은 "이제 더는 가면이 필요하지 않다"며 가면을 벗어던지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직원연대는 "대한항공 모든 직원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노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고 대한항공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변모해 다시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항공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직원연대는 지난해 4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이른바 '물컵 갑질'을 계기로 조직됐다.
'물컵 갑질' 사건 직후 대한항공 직원들은 익명이 보장된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대한항공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을 만들어 그동안 억눌렸던 불만을 토로하고, 한진 일가의 각종 '갑질' 사례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이 제보방에서 나온 구체적인 밀수·탈세·갑질 등 제보와 증언들은 언론에 전달돼 세상에 알려졌고, 경찰 등 수사기관이 내사를 벌이고 정식 수사에 착수하게 하는 위력을 발휘했다.

처음 익명 채팅방에서 총수 일가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자는 제안이 나왔을 때 이 집회가 현실화할지 반신반의하는 목소리가 컸다.
공개된 장소에 직접 나와 회사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은 대한항공 조직문화를 고려할 때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직원들은 저항시위의 상징인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광장으로 나와 촛불집회를 성사시켰다.
시민들도 언론을 통해 알려진 한진 일가의 '갑질' 행태에 분노하며 집회에 함께 참석해 직원들을 격려했다.
이들은 집회를 이어가면서 '민주노조 출범'을 목표로 제시하며 조합원을 모아 작년 8월 대한항공 직원연대 노조를 출범시켰다.
대한항공에는 기존에도 3개 노조가 있지만, 전체 직원 2만여명 중 1만1천명 가까운 조합원을 거느린 일반노조(한국노총)가 지나치게 회사 입장을 대변한다는 불만이 직원들 사이에 있었다.
조종사 노조(민주노총)와 조종사 새 노조는 조종사 직군을 대변하는 노조다.
집회에 동참한 김영로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지난해 조 전 전무의 '물컵 갑질' 사건 후, 4년 전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태 때 가슴속으로 삭혀야 했던 분노를 세상 밖으로 내뿜기 시작했다"며 "대한항공 50년 동안 일반노조가 직원노조를 제대로 못 챙겼고, 그 결과 갑질의 희생양 되어 노예로 살아왔지만 이제 끝까지 연대하겠다"고 했다.

d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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