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기호전에 '자신감' 회복했나…대미 보복카드도 '만지작'(종합)

입력 2019-05-08 16:56  

中, 경기호전에 '자신감' 회복했나…대미 보복카드도 '만지작'(종합)
대규모 경기 부양책 효과 가시화…中 '재협상' 시도에 美 발끈
인민일보 "무역협상 각종 도전 완전히 대응 가능"…장기전 채비 시사
SCMP "中 지도부, 건국 70주년에 양보 힘들어…시진핑이 양보안 거부"



(상하이=연합뉴스) 심재훈 차대운 특파원 = 미국이 '관세 전쟁' 재개 방침을 천명하면서 미·중 무역협상이 막판 난기류에 휩싸인 가운데 중국이 대미 보복카드를 검토한다는 관측이 나오는 등 강경 기조로 선회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
외교가에서는 대규모 부양책에 힘입어 경기 호전 기미가 보이자 자신감을 회복한 중국 정부가 저자세 일변도에서 벗어나 이전보다 강경한 태도로 협상에 임하면서 무역협상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최근 미국이 내놓은 공개 메시지를 보면 중국의 '태도 변화'에 큰 불만을 느끼고 있음을 뚜렷히 느낄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휴일인 지난 5일(현지시간) 올린 트윗에서 "중국과 무역협상이 계속되고 있지만, 그들이 재협상을 시도함에 따라 너무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안된다(No)!"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이는 중국 측이 그간 미중 간 고위급 무역협상을 통해 합의된 내용의 일부를 되돌리려고 시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역시 6일(현지시간) "지난주를 지나며 우리는 중국의 약속 위반을 목격해 왔다"며 "이미 정해진 약속에서 후퇴한 것이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최종 합의문에 중국은 기술이전 강요 금지를 법제화하겠다는 기존 합의에서 후퇴해 규제·행정 조치를 하겠다고 태도를 바꿨고,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인 추가 관세 위협 발언을 초래했다.
또 중국은 미국이 2천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부과 중인 현행 고율 관세를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보다 더 이른 시기에 철폐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7월 무역 전쟁이 본격화한 이후 중국은 급속한 경기 하방 압력으로 위기에 직면했다.
작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6.6%로 1990년 이후 2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고, 무역전쟁의 충격파 속에서 상하이종합지수가 24.6% 폭락하고 위안화 환율도 시장의 심리적 경계선인 달러당 7위안에 육박하는 등 금융시장도 요동쳤다.
이란 제재 위반 혐의를 받은 중국의 통신장비 업체 ZTE가 미국 정부의 제재로 도산 위기에 몰리는가 하면,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화웨이(華爲) 역시 미국 주도의 '보이콧'으로 큰 위기에 직면했다.
톈안먼(天安門) 사태로 인한 서방의 제재 이후 가장 큰 대외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 속에서 중국은 ▲ 미국 상품 대규모 구매를 통한 무역 불균형 해소 ▲ 외국 투자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금지 ▲ 지적 재산권 보호 강화 ▲ 시장 개방 확대 등 다양한 양보안을 수용할 태세를 보이면서 무역분쟁 해결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하는 와중에 중국 경제가 호전되는 기미를 보이면서 미국과 협상에 임하는 중국 측의 태도에도 미묘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작년의 '6.5%가량'에서 '6.0∼6.5%'로 낮춘 가운데 2조1천500억 위안 규모의 인프라 투자와 2조 위안 규모의 감세로 경기 둔화에 대응하고 있다.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한 6.4%를 기록하면서 분기별 경제성장률 하락 추세가 일단 진정됐다.
이어 나온 수출, 소비, 투자,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신규 대출 등 주요 경제 지표들도 일제히 강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중국 경기가 호전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처럼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충격을 어느 정도 자력으로 극복해나가는 형국이 되면서 중국 지도부로서는 한층 자신감을 갖고 미국과의 협상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중화권의 한 투자기관 임원은 "중국이 기본적으로는 미국에 양보하는 입장이기는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의 경기 회복세가 점차 뚜렷해지면서 중국 정부가 좀 더 강하게 입장을 개진할 여지가 생긴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기류는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 매체의 논조에도 반영되는 모습이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8일 중요 국제 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피력하는 '종성'(鐘聲) 칼럼에서 "중국은 미중 무역 분쟁 과정에서 닥칠 수 있는 각종 어려움과 도전에 대응할 완벽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이는 중국이 늘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라고 밝혔다.
인민일보는 "비록 무역 분쟁이 부정적 영향을 끼쳤지만 중국 정부의 일련의 정책은 분명한 효과를 거뒀다"며 "(미국의) 관세 몽둥이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권위 있는 관영 매체인 인민일보의 이 같은 주장은 중국이 미국과의 협상 불발 가능성에 대비해 장기전 태세로 전환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신화통신도 사설에서 미중 무역 전쟁과 관련해 중국은 인민의 핵심 이익을 결연히 지킬 것이며 어떤 변수에도 충분한 준비가 돼 있다면서 현재 미중 간 협력과 공영만이 유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예고대로 10일 대중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 역시 즉각 보복 대응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미국이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 역시 즉각 보복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인민일보 계열인 환구시보도 이날 사설에서 미국이 관세를 올린다면 중국이 미국산 대두, 과일, 고기, 에너지, 비행기 등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과 중국 모두 무역전쟁 해소 필요성을 느끼지만, 문제는 누가 더 큰 고통을 느껴 뒤로 물러날 것인지에 있다"라며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6.0∼6.5% 구간으로 제시했는데 이는 무역 전쟁이 지속돼 6.0%까지 떨어질 각오를 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올해가 신중국 건국 70주년이 되는 상징적인 해여서 중국 지도부가 미국에 지나치게 끌려가는 모습을 피하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올해는 신중국 건국 70주년 외에 5·4운동 100주년, 톈안먼(天安門) 시위 30주년 등 중요한 기념일이 겹치는 해여서 중국 지도부가 민심 동향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존스홉킨스대학의 방문 교수 사이먼 이브넷은 "중국의 여러 상징적인 이벤트가 있는 해에 시진핑 중국 주석이 (미국에) 양보하는 위험을 무릅쓰겠는가"라고 지적했다.
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이 직접 미국에 대한 양보를 거절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협상단이 미국에 추가적인 양보를 하는 내용을 담은 협상안을 내놓자 시 주석은 "모든 결과는 내가 책임질 것"이라며 수용을 거절했다고 한다.
정치평론가인 천다오인(陳道銀) 상하이 정법대학 교수는 "최근 중국 공산당 정치국 회의에서는 지난 2월 회의 때처럼 경제 안정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며 "중국 지도부는 미국의 관세가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만큼 심각하지 않다고 느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역 합의를 이행할 장치를 마련하라는 미국의 요구가 중국인들에게는 굴욕으로 느껴질 수 있다"면서 "중국 내에서 민족주의가 부상하는 상황에서 중국 지도부가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분석했다.
컨설팅 기업 가베칼 드래고노믹스의 아서 크뢰버는 "중국 경제가 되살아나면서 미국의 보조금 삭감과 강제 기술이전 중단 요구에 대한 중국 협상단의 자세가 뻣뻣해졌다"며 "반면에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으로부터 충분한 양보를 끌어내지 못한다는 강경론자들의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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