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 "도교육청 의도는 없었으나 제보자 신원 알려져"
도교육청 "진술에만 의존한 결정 안타까워"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경기도교육청이 감사 후 학교 PC에 제보자 정보가 담긴 문서를 삭제하지 않는 바람에 내부고발자들이 공개됐다며 국민권익위원회가 도 교육청에 '주의' 처분하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13일 경기도 A학교법인 B고등학교 내부고발자인 한 교직원이 국민권익위원회에 제기한 '사립학교 교직원의 배임·횡령 등 신고 관련 신분 공개경위 확인요구' 결정문에 따르면 도 교육청은 2017년 B고교 교직원들로부터 신고를 받고 A법인 이사장 등의 배임 및 횡령에 대해 감사를 벌였다.
권익위 조사 결과 도 교육청 감사팀은 B고교 PC 5대를 빌려 썼는데, 감사 종료 후 학교 직원이 해당 PC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내부고발자 C씨의 이름이 적시된 '○○○ 외 9명'이라고 적힌 메모 형태의 문서가 발견되면서 학교 측에 고발자의 신원이 드러나게 됐다.
그 이전까지는 해당 PC에 도교육청 감사팀이 설정한 비밀번호가 걸려있어 학교 직원이 열어 볼 수 없었다.
C씨 측은 이 문서에 "내부고발자들이 도교육청에 낸 감사청구 내용이 표 형태로 정리되어 있었다"며 "감사팀이 남기고 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권익위는 일단 문제의 문서에 대해선 "현재 원본 파일이나 출력본이 남아있지 않는 것으로 보이나 관련자 다수가 동일하게 (문서의 존재를) 인정하고 관련 진술도 일치한다. 도교육청 마크를 보았다는 등 진술이 상당히 구체적이다"라며 "이 사건 문서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문서 존재가 인정되는 이상 도교육청 감사팀이 감사 후 PC에 그 문서를 남겨둔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판단했다.
다만 "이 사건 문서를 PC에 남겨두거나 삭제하지 않은 행위 자체를 '공개 또는 보도'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기 어렵다"라며 "나아가 감사팀이 감사 시작 전 학교에 공익제보자 보호 의무 준수를 당부하는 안내 공문을 발송하는 등 신고자 비밀보장을 위한 노력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제의 문서가) 알려지게 된 사실은 그 자체로서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경기도교육청과 해당 감사팀은 향후 감사 시 신고자의 신분과 관련된 문서를 보다 더 철저히 관리하고 신고자 비밀 보호에도 각별히 유의하도록 주의를 촉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라고 주문했다.

또 비밀보장의무를 위반했다며 교직원 등에 대해선 학교법인에 징계를 요구하는 한편,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권익위에 조사를 요청한 교직원 C 씨는 "용기 내서 도 교육청에 감사 제보를 했는데 신원이 노출되는 이런 일을 겪고 나니 교육청도 믿을 수 없었다"라며 "권익위가 결정을 통해 교육청의 잘못을 인정해줘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도교육청 감사관 측은 "원칙적으로 모든 감사자료는 감사직원 개인 usb에 보관한다. 감사 나간 학교 PC에 문서들을 저장해 둘 이유가 없다. 또 남아있는 자료는 철수 전 모두 삭제한다"라며 "문제가 된 문서가 확인되지도 않았는데 관련자들 진술로만 이런 결정이 나와 안타깝다"라고 답했다.
young8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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