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증인들 "헬기 사격 없었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종합)

입력 2019-05-13 20:04   수정 2019-05-13 20:23

5·18 증인들 "헬기 사격 없었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종합)
"드드드득, 불빛 번쩍" 군의관 출신 등 5명 전두환 재판서 헬기사격 목격 진술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드르륵 소리가 나면서 빛이 번쩍했어요. 드드드득 소리가 나더니 차 앞에 탄 분이 '헬기가 우릴 따라오네?'라고 하더라고요."
전두환(88) 전 대통령의 사자(死者)명예훼손 사건 2차 공판기일이 13일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렸다.
이날 재판에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진술한 시민 5명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들은 1980년 5월 21일 오후 무렵 광주천변과 전남대병원 인근, 옛 공용터미널 부근에서 500MD로 추정되는 헬기가 자동화기를 쏘는 것을 목격하거나 피해를 당했다고 증언했다.

1980년 당시 해군 제3 해역사령부 소속 군의관(대위)이자 침례교도였던 김웅기(67·남)씨는 아널드 피터슨 목사의 자택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드르륵, 드르륵 소리가 나며 빛이 번쩍하는 섬광이 발생했다. 총소리로 미뤄 M16 같은 자동소총 같았다"며 "2km∼3km 떨어진 곳에서 헬기 한 대가 제자리에서 돌면서 총을 발사하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전두환씨 측 변호인이 피터슨 목사가 그동안 저서나 검찰 조사에서 함께 헬기 사격을 봤다고 말한 적이 없어 신빙성이 의심된다고 질문하자 김씨는 "내가 군인이었으니 피해가 갈까 봐 그런 것"이라고 항변했다.
김씨는 "육군 항공본부가 시민을 향해 무작위로 총을 쏘진 않았고 위협사격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헬기 사격 자체가 없었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승려로 활동하다가 독재 반대 시위에 동참했던 이광영(66·남)씨는 1980년 5월 21일 오후 2시를 전후해 군용 지프를 타고 광주 남구 월산동 로터리 인근을 지나다가 헬기 사격 피해를 당했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총기를 보지는 못했지만 제가 군 복무 시 경험했던 기관총 소리와 비슷했다. 총알이 가로수를 관통해 잎이 우수수 떨어졌다"며 "인도에 여고생으로 보이는 한 명이 총상을 입어 적십자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주부 정선덕(65·여)씨는 남편이 총상을 입었다는 전화 연락을 받고 기독병원으로 남편을 찾으러 가다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정씨는 "헌혈차를 얻어타고 광주천변 도로를 지나가는데 드드득 소리가 나고 앞에 탄 분이 '헬기가 우리 차를 따라온다'고 말했다"며 "고개를 들어보니 헬기가 내려갔다가 올라가길 서너 차례 반복하며 드드드득 슝 소리와 함께 총을 발사했다. 붉은 불빛이 보였다"고 말했다.
제1항공여단 502 항공중대에서 정비병으로 복무한 뒤 회사에 다니고 있었던 최형국(64·남)씨는 당시 공용버스터미널(현 롯데백화점 광주점) 인근에 거주하며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정확한 날짜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상황이 심각해져 회사에 출근을 하지 않았다. 집에서 점심을 먹고 쉬고 있었는데 따따따다다 기관총 소리가 나와 마당에 나왔다"고 회고했다.
최씨는 "내가 복무했던 부대의 노란 비표가 꼬리에 달린 500MD 헬기가 7.62mm 기관총을 쏴대고 있었다"며 "헬기 기수가 금남로 방향이었고 헬기 동체 왼쪽에서 기관총이 발사되는 것을 봤다. 불빛이 완전히 빨간색도, 노란색도 아니었으며 색이 섞여 있었다"고 설명했다.

남현애(61·여)씨는 당시 어머니 심부름으로 친척집에 다녀오는 길에 옛 전남도청 근처인 옛 광주지방노동청 인근에서 헬기 사격으로 인한 피해를 당했다고 증언했다.
남씨는 "당시 초파일이라 친척이 절에 가셨다고 했다"며 "차편이 없어 걸어가다가 따다다다 소리가 나면서 내 뒷 사람이 쓰러졌고 그 다음 내가 맞았다. 하늘에서 쏜 총의 파편에 여러 발 부상당했다"고 말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10일 오전 10시 같은 법정에서 열리며 헬기사격을 목격한 증인 6명에 대한 증인 신문이 진행된다.
areu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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