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선 "다양한 길 모색했지만 결국엔 종이와 먹이더라"

입력 2019-05-15 06:00  

강미선 "다양한 길 모색했지만 결국엔 종이와 먹이더라"
아트사이드서 수묵 작업 30여점 전시…화강암 조각 같은 투박한 질감 눈길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지하 전시장으로 통하는 마지막 계단을 내려서면, 자그마한 불상이 사람들을 맞이한다. 양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살짝 미소를 머금은 모습이다.
화강암을 쪼아 만들었나 싶은 불상은 실은 강미선 작가가 한지에 먹으로 그린 '관심(觀心)- 기도Ⅰ'이다. 돌을 떠올리게 하는 우둘투둘한 표면은 거친 결의 닥종이에 한지를 여러 겹 발라 만들어낸 것이다.
강미선 개인전 '관심(觀心)'이 열리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를 14일 방문했다. 홀로 선 탑, 백자에 꽂힌 홍매화 가지, 아스라이 사라지는 기와지붕 등을 담은 작업으로 채워진 전시장은 그 자체가 하나의 풍경 같았다.
1980년대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강미선(58)은 30여년간 먹을 파고들었다.
그 30여년 중에는 수묵화가 전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하던 시절도 있었다. 작가는 이에 흙판에 그림을 그리는 도자 회화를 시도하는가 하면, 수년간 중국에 머무르면서 종이에 생옻으로 그리는 방법을 연구하기도 했다.
"결국 종이와 먹으로 돌아왔어요. 제 정서와 맞는 것 같아요. 특히 한지는 가장 색도 편안하고, 손으로도 안 찢어질 만큼 질겨서 먹을 가장 크게 담아낼 수 있는 매체입니다."



강미선 작업은 간결하고 담백하지만, 오랫동안 수고스러운 노력을 통해 만들어낸 것들이다. 작가는 먼저 여러 겹의 한지를 포개어 붙이는 배접 작업을 한다. 그런 다음에 붓으로 먹을 찍어 물기를 조절하고, 칠하고 또 칠한다. 그렇게 탄생한 투박한 질감은 서양화가 박수근(1914∼1965) 그림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 "배접을 통해 먹이 스며들었다가 다시 나오면서 내가 의도하지 않고, 통제할 수 없는 색이 나온다는 데 매력이 있다"라면서 "한 번 전시하면 붓끝이 모두 닳을 정도로 붓질을 많이 해야 하기에 도 닦는 기분이 자연히 든다"라고 말했다.
작가는 2000년대 초 중국에 머무르던 시절 인연을 맺은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여는 감회도 각별하다고 했다. 이번 전시는 모처럼 대형 작업을 선보이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종이는 많이 준비해뒀는데 정작 '소품 몇 개 주세요'라는 요청만 많아서 항상 응어리가 있었어요. 이번에 큰 작품을 마음껏 선보일 장을 마련해주셔서 제 작업 인생에 하나의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전시는 6월 23일까지.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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