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에 문닫는 소극장 정미소…윤석화 "아름답게 페이드아웃"

입력 2019-05-16 16:22  

경영난에 문닫는 소극장 정미소…윤석화 "아름답게 페이드아웃"
폐관 기념작 '딸에게 보내는 편지' 6월 개막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한국 연극문화의 산실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가 17년 만에 폐관한다. 건물주가 건물 매각을 결정하며 자리를 비워달라고 통보하면서다.
극장을 운영하는 배우 윤석화(63)는 16일 정미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살면서 곡해와 여러 고난이 있었다. 이제는 배우로 돌아가 후배들에게 좋은 배경이 되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정미소는 2002년 종로구 이화장길에 둥지를 틀었다. 쌀을 도정하는 정미소처럼 숨은 원석을 닦아내겠다는 뜻을 담았다. 1·2층을 포함해 156석 규모 극장에서 '서안화차', '신의 아그네스', '꽃밭에서', '사춘기', '위트', '19 그리고 80' 등 다양한 작품이 올라 관객들을 웃기고 울렸다. 상업화하는 대학로에서 실험적 연극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 공간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만성적인 경영난에 시달렸다.

윤석화는 "손익분기점을 맞추려면 한 작품당 2개월 이상 공연해야 한다. 제가 공연하면 손익분기점은 맞추는데, 젊은 연극인들이 서면 그러기 힘들다. 늘 적자였다"고 털어놨다.
이어 "건물 자체가 매각되는 상황에선 도저히 어쩔 수 없더라. 할 만큼 했다는 생각도 든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지 않나. 이제는 아름답게 '페이드 아웃(fade out)'해서 배우로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간담회 사회를 맡은 배우 이종혁(45)은 "박정자 선생님과 '19 그리고 80'을 공연하던 기억이 난다. 그 시절엔 객석이 꽉꽉 찼다. 이곳 분장실에서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캐스팅 소식을 듣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정미소는 6월 11일부터 22일까지 마지막 공연으로 윤석화의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리허설 형식으로 올린다. 1992년 임영웅 연출이 지휘봉을 쥐고 산울림 소극장에서 세계 초연한 모노드라마다. 45살 비혼모가 사춘기에 접어든 12살 딸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지 교훈을 노래로 전한다. 2020년 영국 공연도 추진 중이다.
김태훈 연출은 "인생에는 리허설이 없다. 때로는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을 통해 성장하는 것처럼, 오픈 리허설이라는 의외성이 예상치 못한 감동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석화에게 '좋은 공연장이란 무엇이냐'고 물었다. 간담회 내내 눈시울을 붉히던 윤석화는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마이크를 다시 잡았다.
"극장이 아무리 작고 초라해도 상관없습니다. 좋은 작품이 올라가는 곳이 바로 좋은 극장입니다. 그런 면에서는 정미소, 참 괜찮은 극장이었죠?"

cla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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