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대왕릉 위에 관람객용 돌계단…고구려유적 보전대책 시급

입력 2019-05-24 12:00  

광개토대왕릉 위에 관람객용 돌계단…고구려유적 보전대책 시급
장군총 변형·붕괴 우려도…"중국에 공동복원작업 적극 제안해야"


(지안=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광개토대왕릉 위로 돌계단이 설치돼 관람객들이 함부로 오르내리고, 장군총은 눈에 띄게 균형을 잃어 변형이 진행되는 등 중국 지린성(吉林省) 지안(集安) 고구려 유적의 보존상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구려 최전성기를 이끈 정복군주 광개토대왕(374~412)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태왕릉 등 지안 고구려 유적은 200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고 이를 계기로 한차례 정비가 이뤄졌다.

하지만 최근 연합뉴스가 지안 고구려유적을 찾아 확인한 결과, 광개토대왕릉 곳곳이 허물어지는 등 원형 훼손이 심각한 상태였다.
또한, 중국 당국이 광개토대왕릉 등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보전은 뒷전에 밀린 게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냈다.
과거에 있던 철제 계단은 사라졌지만, 능 한가운데에는 여전히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능 위에 걸어 올라갈 수 있도록 돌계단이 놓여있었다.
능 정상에는 시신이 안치돼있던 묘실이 있다. 과거에 이미 도굴된 묘실은 원형이 많이 망가진 상태인데, 관람객이 내부 통로까지 들어가 관람할 수 있도록 조성돼 있었다.
묘실의 입구에 설치된 현대식 문 역시 고증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광개토대왕릉 인근에는 장수왕릉으로 알려진 계단식 적석무덤 장군총이 있는데, 이 또한 보전대책이 시급해 보였다.
장군총은 비교적 원형이 보존돼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무덤을 구성하고 있는 돌 사이의 틈이 벌어지는 등 변형 및 붕괴 우려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대사 연구 학자는 "다른 돌들이 밀려나지 않게 괴어놓은 뒷면의 큰 돌(호분석) 하나가 없어졌다. 그래서 뒷면의 붕괴가 더 많이 이뤄지는 것 같다"면서 "이로 인해 균형이 흐트러지면서 앞면도 붕괴가 진행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학자는 또 "더 위험한 것은 광개토태왕비"라면서 "현재 비석의 중·상단 부분에 심각한 균열이 있다. 지진이 나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6.39m 높이 비석이 붕괴할 위험이 매우 크다. 시급히 실태조사와 보호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국내성 성벽 유적 역시 20세기 초반 중화민국 시기의 사진과 비교하면 여러 곳이 훼손되고 높이가 낮아진 상태라고 한다.

이 학자는 지안시 고구려 유적에 대해 "결국 중국이 유적 관리자라는 점을 인정하고 협의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공동 복원작업을 중국에 적극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공동 학술조사나 유적유물의 복원·보호를 위한 연구팀 구성을 중국에 요구할 필요가 있다"면서 "역사 논쟁보다는 세계문화유산을 공동으로 연구한다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정부가 나서서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북한도 포함되면 좋을 것"이라면서 "중국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최근 백두산에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점 등을 들어 위험성을 강조하고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bs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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