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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외교관 기밀유출, 기강 바로잡을 근본대책 나와야

입력 2019-05-24 15:55  

[연합시론] 외교관 기밀유출, 기강 바로잡을 근본대책 나와야

(서울=연합뉴스) 주미 대사관 외교관이 저지른 국가 기밀유출의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청와대와 여권에서 엄중 대응 기류가 흐르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기밀을 유출한 외교부 직원과 이를 공개한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을 강력히 처벌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동참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유출된 지난 7일의 한미 정상 간 통화내용은 누설될 경우 국가안전 보장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3급 비밀로 분류되는 것이어서 심각성이 더하다. 조윤제 주미대사만 볼 수 있도록 분류돼 있었는데, 다수 대사관 직원이 이를 돌려봤다는 의혹도 제기돼 한 점 의혹 없는 철저한 진상조사가 시급해졌다.

이번 기밀유출은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싸고 남북 및 북미 간 협상이 교착되는 민감한 시기라서 더욱 우려스럽다. 국가 정상 간 통화가 거의 실시간 공개나 마찬가지로 외부에 새어나간다면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한 정상 간 허심탄회한 소통과 대화가 가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한미 간 신뢰를 깨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외교가에서 한국 외교관들과의 대화나 통화를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된다. 통화내용 유출이 공익제보 성격을 지닌다는 무리한 주장까지 나오며 정치권 내 공방이 이어지지만 이런 성격의 논란에서는 당파적 이익보다는 국익이 우선 돼야 함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기밀 유출자가 외교관 생활 20년이 넘은 베테랑 간부급 직원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한다. 조세영 신임 외교부 1차관은 "국가기밀을 다루는 고위공직자로서 있을 수 없는 기강해이와 범법행위가 적발됐다"며 고강도 조직 쇄신 의지를 밝혔다. 사안의 심각성으로 인해 주미대사는 물론 장관 책임론까지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개인의 일탈인지 조직의 관행이나 시스템의 문제인지를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밝혀내야 함은 물론이고 국민이 납득할만한 문책 조치와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이 조속히 나와야 한다.

외교부의 보안, 의전 관련 사고는 어쩌다 일어난 일이 아니다. 지난 4월에는 한국-스페인 차관급 회의장에 구겨진 태극기를 세워놓았고, 같은 달 영문 보도자료에서는 '발틱' 국가인 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를 '발칸' 국가로 잘못 기재했었다. 주베트남 대사와 주말레이시아 대사가 김영란법 위반과 직원 상대 갑질 혐의로 이달 초 잇따라 소환되기도 했다. 어느 조직이나 실수는 있을 수 있지만 이처럼 단기간에 다수의 사고가 이어진다면 조직 내에 숨어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파악하고 처방을 내놔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숨김없이 치부를 드러내고 바로잡는 노력이야말로 신뢰 회복의 지름길이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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