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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미·중 틈새 낀 한국에 '화웨이' 고민은 시작일 뿐이다

입력 2019-05-24 17:32  

[연합시론] 미·중 틈새 낀 한국에 '화웨이' 고민은 시작일 뿐이다

(서울=연합뉴스) 미·중 무역갈등이 꼬리물기 보복관세 차원을 넘어 첨단기술 견제와 안보, 환율로까지 번지고 있다. 미국은 특히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 견제에 동맹국들에도 동참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져 우리는 선택을 강요당하는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미국이 경우에 따라 우리 정부나 관련 기업에 지금보다 훨씬 강한 톤으로 화웨이와의 거래제한을 요구하면 '제2의 사드 사태'와 비슷한 양상으로 비화할 우려도 없지 않다. 한미동맹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국익을 지킬 수 있는 신중하고 철저한 상황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다.

미·중 무역 전쟁은 어느 땐가는 끝나겠지만 그때까지는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과 같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5일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외국 기업의 통신장비 사용을 금지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23일 자국 통화가치를 절하하는 국가들에 상계관세를 물리는 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중국을 정조준한 것이지만 우리는 태풍이 지나가는 길 한복판에 서 있는 형국이다. 영국, 일본, 호주 등 미국의 다른 동맹국들과 달리 중국으로의 수출 의존도가 24%에 달하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자칫 미·중 모두의 신뢰를 잃는 상황까지 갈 수도 있다.

정부는 미국의 화웨이 봉쇄조치와 관련해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화웨이와 거래하는 주체는 민간기업이고 정부가 사기업의 활동에 개입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화웨이는 삼성과 SK하이닉스로부터 반도체를 공급받고, 일부 우리 이통사에는 통신장비를 공급한다. 당장 반도체 주요 고객과 거래를 끊으면 눈앞의 이익 감소도 문제지만 경제적 후폭풍도 무시할 수 없다. 품질이 뛰어나고 값은 다른 제품보다 30% 정도 싼 화웨이 통신장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5G 이동통신 기지국 구축에도 도움이 된다. 국익 관점에서는 선제적 조치보다는 사태를 관망하며 좀 더 기다릴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다만, 화웨이 봉쇄조치에 영국과 일본, 호주, 대만, 뉴질랜드 등 미국 동맹국들의 기업들이 화웨이와 거래중단에 나서고 있는 것도 우리에겐 부담이다.

중국의 기술 굴기를 제압하기 위한 미국의 기술이전 봉쇄조치는 화웨이가 끝이 아닐 것이다. 이제 시작일 뿐이며 인공지능(AI) 등 다른 차세대 첨단분야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미국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외국기업, 특히 중국기업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거래를 금지하거나 수출을 제한할 수도 있다. 그때마다 우리는 이웃한 경제 강국과 한미 안보동맹 사이에서 선택의 갈림길에 설 수 있다. 정부와 관련 업계는 단지 화웨이뿐 아니고 미·중 갈등에서 불거져 나올 수 있는 여러 시나리오를 짜고 국익 관점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만반의 준비를 하고 대비해야 한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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