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강과 강세황, 두 명필이 200년 시차로 쓴 관서악부

입력 2019-05-28 17:55  

유희강과 강세황, 두 명필이 200년 시차로 쓴 관서악부
성균관대박물관, 31일부터 기증받은 검여 작품 특별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표암(豹菴) 강세황(1713∼1791)과 검여(劍如) 유희강(1911∼1976), 약 200년 간격으로 활동한 두 명필이 남긴 서예 대작 '관서악부'(關西樂府)가 처음으로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성균관대박물관은 최근 검여 유족으로부터 기증받은 길이 34m짜리 작품과 관서악부 저자인 석북(石北) 신광수(1712∼1775) 후손이 소장한 6m 길이 강세황 글씨를 31일부터 일반에 공개한다고 28일 밝혔다.
관서악부는 신광수가 어린 시절부터 교유한 채제공이 1774년 평안감사로 떠나자 평양 역사와 유적을 바탕으로 지은 108수 연작이다.
신광수는 관서악부를 또 다른 친구이자 시·서·화에 능해 삼절(三絶)로 불린 표암에게 써 달라고 부탁했으나, 작품이 완성되기 전에 세상을 떠났다. 강세황은 글씨를 신광수 아들에게 전했는데, 2015년 TV 프로그램을 통해 그 존재가 널리 알려졌다.
현대 서예를 대표하는 인물인 검여는 관서악부에 집착했다. 그는 관서악부를 세 차례 썼다고 하는데, 마지막 작품은 생을 마감하기 전에 6개월간 매진해 작업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벗인 임창순에게 교정을 부탁한 사이에 숨을 거둬 발문을 쓰지 못했다.



김대식 성균관대박물관 학예실장은 "강세황의 관서악부는 신광수와 우정을 상징하는 작품이고, 유희강이 쓴 관서악부에는 임창순과 우정 이야기가 얽혔다"며 "당대 최고 예술가들이 공유한 우정과 예술정신을 나란히 보여주는 유물"이라고 강조했다.
표암과 검여가 쓴 관서악부는 박물관이 특별히 마련한 공간인 '관서악부실'에 마주하며 걸렸다. 검여 작품은 상설 공개하고, 표암 유물은 연말까지만 전시한다.
박물관은 관서악부뿐만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검여 작품과 대표작을 뽑아 9월 말까지 특별전 '검무(劍舞) - 블랙 웨이브(Black Wave)'를 통해 소개한다.
유희강 유족은 작품 약 400점과 습작 약 600점, 벼루와 붓을 박물관에 기증했다. 검여는 성균관대 전신인 명륜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중국에서 글씨를 익혔다. 1968년 뇌출혈이 발병해 오른손을 쓸 수 없게 되자 왼손으로 붓을 잡았다.
전시는 검여가 오른손과 왼손으로 각각 쓴 마지막 서예 작품을 비롯해 유희강의 깊은 예술세계를 보여주는 다채로운 글씨로 꾸몄다.



김 실장은 "전시 제목처럼 먹의 움직임이 칼처럼 흐르면서도 절제미와 리듬감이 느껴지는 검여의 미학을 감상할 기회"라며 "육필원고와 서책, 드로잉을 함께 전시해 인간 유희강의 모습을 살피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공개작 중에는 예쁘고 천진한 작품도 있어서 아이들도 흥미롭게 볼 것"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서예가 대중화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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