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내전에 '예수의 언어'가 죽어 간다

입력 2019-05-29 06:20  

시리아내전에 '예수의 언어'가 죽어 간다
'마지막' 아람어 지역 시리아 말룰라…"내전·피란으로 아람어 구사자 대부분이 고령층"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기독교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는 유대인이지만 생전에 히브리어보다는 아람어를 주로 썼다는 게 정설이다.
셈계(Semitic) 언어인 아람어는 서력기원 무렵 유대, 시리아, 레바논 등 중동지역에 널리 쓰였다.
예수가 '회당장의 딸'을 살릴 때(마가복음 5장) 사용한 표현 '달리다 굼'(소녀야 일어나라)이 바로 아람어다.
아람어가 '예수의 언어'나 '신의 언어'로 불리는 이유다.
아람어와 그 파생어 사용 인구는 시간이 흐르며 크게 줄었지만 시리아 서부의 말룰라 등 초기 기독교도 정착지에서는 아직도 일상에서 쓰이는 살아 있는 언어다.
그러나 2천년 넘게 이 땅에 뿌리내린 아람어가 시리아내전으로 5∼10년 안에 멸절돼 라틴어처럼 더는 쓰이지 않는 죽은 언어가 될 위기에 처했다고 AFP통신이 28일(다마스쿠스 현지시간) 보도했다.



다마스쿠스 북쪽 바위산에 자리잡은 말룰라는 초기 기독교 수도원과 교회가 보존된, 시리아 기독교의 상징적 지역이다.
전 세계에서 온 순례자들은 바위산의 수도원을 방문하고, 거리에서 아람어에 귀를 기울였다.
2011년 터진 시리아내전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2013년 지하드(이교도를 상대로 한 이슬람의 종교전쟁) 신봉자 등 수니파 반군이 말룰라를 장악하자 기독교 주민들은 정부군이 관할하는 수도 다마스쿠스쪽으로 달아났다.
반군 조직은 교회와 수도원의 성상과 성화를 파괴하고 약탈했다.
2014년 4월 시리아군이 말룰라 일대를 탈환했지만 6천명 주민 중 3분의 2는 아직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피란 생활을 마치고 몇년 만에 돌아온 아이들도 아람어를 거의 모른다.
2006년에 설립된 아람어 교육센터도 전쟁으로 문을 닫았다.


말룰라의 아람어 연구자 조르주 자루르(62)에 따르면 말룰라 주민 중 80%가 아람어를 할 줄 모르며, 아랍어를 쓴다.
아람어를 할 줄 아는 나머지 20% 주민 대부분은 60세 이상 고령층이다.
말룰라 촌장 엘리아 탈랍(80)은 "우리는 2천년 넘게 그리스도의 언어를 유지했다"면서 "이제 우리는 지상에서 그말을 익히는 영광을 가진 마지막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말룰라에 있는 유일한 유치원에서 아람어를 가르치는 교사 앙투아네트 모크(64)는 "말룰라에서 아람어는 세대에서 세대로 전수된 고향의 말"이라면서 "후임자가 없어 일을 그만두고 은퇴를 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tr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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