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영매체·국영기업에 "전면전 아니니 선별적 대응 해야" 지침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 당국이 관영 매체와 국영기업 등에 무역전쟁의 장기화에 대비해 과격한 언행을 자제하고 미국 내 우호세력을 조성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0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대외적으로 '결사 항전'의 의지를 밝히면서도 각 부처와 관영 언론에는 너무 과도하거나 불필요하게 미국 정부나 미 핵심 인사를 비판하는 것을 자제하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관영 매체의 한 임원은 "미국 안에도 여러 목소리가 있으므로 '미국 측'이라고 일반화해서 보도를 하지 말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미국 내에도 무역전쟁이나 대중국 강경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무역전쟁이 장기화하고 교역, 기술이나 지정학적 전선 등으로 확전하는 것에 대비해 전면전을 피하고 긴장 완화를 끌어낼 수 있는 미국 내 우호세력의 지지를 얻으려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미국 내에서는 중국의 보복 관세로 큰 타격을 입은 주요 농산물 협회 등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방대한 중국 시장을 잃을 것을 우려하는 IT 업계의 '확전 자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중국 국영기업 임원은 "무역 갈등의 고조에도 중국 정부의 반응은 절제된 것으로 보인다"며 "적어도 미국 대사관 앞에서 구호를 외치거나 미국산 제품을 파는 상점을 때려 부수는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99년 5월 7일 나토군에 의한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 대사관 폭격으로 중국인 3명이 사망했을 때는 성난 중국인들이 베이징 주재 미국 대사관에 몰려가 반미 구호를 외치며 돌을 던지기도 했다.
중국 정부의 절제된 반응을 보여주듯 관영 매체인 인민일보와 중국중앙(CC)TV 등은 미국의 무역전쟁에 대한 맹비난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인 비난 등은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중국 정부는 미국 투자자와 관료, 여론 지도층 등이 중국에 대해 덜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도록 애쓰는 모습도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의 경우 오는 11월 베이징에서 중국 싱크탱크와 함께 제2차 신경제 포럼을 개최하는데 여기에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 등 친중파 인사들이 초청됐다.
이날 왕자오싱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부주석(차관급)은 외국계 은행과 보험사의 자국 내 영업 범위를 넓혀주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해 시장 개방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인상을 심어주려는 모습을 보였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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