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고 말 수 없었던 봉준호, 공부 잘하고 리더십 있었지만…"

입력 2019-05-30 15:12  

"느리고 말 수 없었던 봉준호, 공부 잘하고 리더십 있었지만…"
누나 봉지희 교수 "동생은 어릴 때부터 그림, 음악, 문학 좋아해"
연세대 재학 시절 그린 만평, SNS서 화제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조용하고 말수가 없었고, 느렸죠. 공부는 굉장히 잘하고 리더십도 있었지만, 특별히 끼가 있다거나 튀지는 않았어요."
봉준호(50) 감독의 누나 봉지희(57) 연성대 패션산업과 교수는 3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어린 시절 동생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 칸영화제 갈 때도 동생이 '수상은 기대하지 마시라, 칸에 가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하길래, 가족들도 '건강하게 잘 다녀오라'고만 말했죠."
그래도 가족들은 새벽까지 시상식을 지켜봤다. 봉 교수는 "마지막까지 동생 이름이 호명이 안 돼 '설마' 하는 심정으로 봤다"고 했다.
"동생이 막상 황금종려상을 받았을 때는 멍했어요. 지금까지도 많은 축하 전화를 받고 있는데, 아직 멍한 기분에요."
영화 '기생충'을 연출한 봉준호는 널리 알려진 대로 예술가 집안에서 자랐다. 그의 외할아버지는 소설가 구보 박태원(1909~1986)이다. 박태원은 1934년 출판된 단편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과 1930년대 청계천변 서민들의 삶과 문화를 담아낸 소설 '천변풍경'으로 유명하다.
봉준호의 아버지는 지난 2017년 작고한 봉상균 씨다. 서울산업대(현 서울과학기술대) 미대(시각디자인) 교수와 한국디자이너협의회 이사장 등을 지낸 한국 1세대 그래픽 디자이너였다.
봉 감독은 어렸을 때 아버지 서재에서 다양한 책을 읽으며 자랐다. 봉 교수는 "아버지가 미대 교수님이셔서 서재에는 시중에 없던 서양 책이나 영화, 건축, 디자인 관련 책이 많았다"고 떠올렸다.


봉 교수는 "동생은 어렸을 때부터 그림, 문학, 음악을 다 좋아했다"면서 "감독이 된다고 했을 때 부모님께서 반대하시기는커녕 '해보고 싶은 것 다 해보라'며 격려해주셨다"고 떠올렸다.
중학교 때부터 영화잡지 '스크린' '로드쇼' 등을 읽고 스크랩하며 영화감독 꿈을 키운 '평범한 아이' 봉준호는 연세대 사회학과로 진학했고, 대학에서는 친구들과 영화동아리 '노란문'을 만들어 활동했다.
그림에도 재능이 있던 그는 교내신문 '연세춘추'에 한동안 만평을 연재하기도 했다. 당시 그가 그린 만평들은 최근 SNS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대학등록금 인상 문제 등 시의성 있는 주제들을 비판적 시각과 함께 재기발랄한 터치로 그려냈다.


봉준호는 영화 '괴물' 성공 이후 대학 시절 그린 만화를 모아 책으로 내자는 출판사 제안을 받았지만 "부끄럽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만화광이자 만화수집가이기도 한 그는 영화를 만들 때 직접 쓴 각본을 만화 콘티로 그린다. 콘티는 시나리오 속 배경과 인물, 카메라 앵글과 움직임 등을 그림으로 구현한 촬영용 대본을 말한다. '옥자' 속 유전자 변형 슈퍼돼지나 '기생충' 속 인물들의 복잡한 동선 등 영화 속 모든 장면이 거의 정확하게 콘티에 담겨있다. 그가 '옥자' 때 그린 각종 일러스트와 스토리보드 등은 공식 아트북에 담겨 출간됐을 정도다.
'옥자'와 '기생충'에 출연한 배우 최우식은 이날 인터뷰에서 "모든 것은 봉 감독님의 머릿속에 다 있다"면서 "아이패드로 콘티를 만화처럼 그리는데, 동작 하나하나까지 디테일하게 다 들어있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봉 감독이 표준근로계약을 지키며 '기생충'을 총 77회 만에 촬영을 끝낼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디테일 덕분이다.
이날 개봉한 '기생충'은 관객들 호평 속에 흥행 순항 중이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고, 사회계층에 대한 메타포도 부담 없이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각각의 캐릭터가 살아 넘실거린다" 등의 호평이 쏟아지면서 CGV골든에그지수 97%를 기록 중이다.
실시간 예매율도 오후 2시 20분 현재 75.2%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 중이어서 단기간 손익분기점(370만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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