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립오페라단 '바그너 갈라'서 공연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우리나라에서도 2~3년 전부터 공연을 계획할 수 있다면 더 자주 국내 무대에 설 텐데요. 그 부분은 아쉽죠."
최고 바그너 가수인 베이스 연광철(54)이 4년 만에 국립오페라단의 서울 공연 무대에 선다. 오는 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바그너 갈라'를 통해서다.
최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만난 연광철은 "국내에서 음악을 시작했고 유럽 가기 전 1980년대 후반에 오페라를 했었다"며 "그런 것이 밑거름돼서 오늘날의 제가 있다"고 국내 공연의 의미를 전했다.
이번 '바그너 갈라' 공연은 바그너의 '발퀴레' 1막과 '파르지팔' 3막을 콘서트오페라 형식으로 선보인다.
연광철은 "두 작품이 서로 다르다"며 "조용하고 정적이지만, 관객의 집중도가 높은 음악회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연광철은 지난해 독일어권 성악가 최고 영예인 '캄머쟁어'(Kammersaenger·궁정가수) 호칭을 받았다. 그런 그도 유럽에서는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고충을 겪었다.
"베이스는 보통 왕, 아버지, 제사장 역할을 하는데, 동양인이 이런 역할을 맡아 관객들이 어색해하는 것을 많이 느꼈죠. 동료 베이스 가수들도 자신의 몫을 동양인이 빼앗아갔다고 생각해 거부감이 있고요. 신체적으로도 훨씬 왜소하죠. 저는 이것을 성악적인 해석과 역량으로 극복했습니다. 노래 때문에 왕의 느낌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뉴욕타임스의 기자는 저를 '작지만, 거인처럼 노래하는 사람'이라고도 했고요."
그는 "1년에 제가 하는 작품 중 30%는 새롭게 도전하는 작품이다"며 "지금은 러시아 오페라를 공부하려고 하고 있다. 2021년 미국에서 '보리스 고두노프'에 출연한다"고 덧붙였다.
연광철은 "바그너 가수가 되려면 독일어와 독일문화에 능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바그너 오페라에서는 체력이 요구됩니다. 주역들은 소화해야 하는 양이 많아서 성량과 성대의 건강함이 요구되죠. 이탈리아 오페라만큼 성악적으로 고음을 낼 수 있느냐의 여부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해요. 바그너 가수가 되고 싶다고 해서 바로 되는 건 아니고 성악가로서, 오페라 가수로서 실력을 쌓다 보면 바그너 가수가 될 수 있는 거죠."
연광철은 국내 클래식 상황에 대해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클래식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는 교육이 중요한데, 중·고등학교 음악 시간 보시면 입시 준비 때문에 자습시키죠. 가장 감수성이 예민할 때 클래식 음악을 접할 기회를 차단하는 거죠. 어느 대학을 가는지, 토플 점수가 높은지 이런 것은 중요하지 않거든요. 그리고 누구나 쉽게 클래식에 접근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유럽의 클래식이 살아난 이유는 그들은 오후 3~4시에 퇴근하고 저녁때 있는 음악회를 갈 수 있기 때문이죠. 우리는 6~7시까지 일하고 7~8시에 시작하는 음악회를 갈 수가 없잖아요. 지나치게 비싼 티켓값과 우리나라 공연장들이 제대로 된 시스템이나 공연 프로그램을 가지고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고요."
국립오페라단 단장이 현재 부재중인 상황에 대해서 연광철은 "예술과 경영을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부처에 예술 전문 인력이 없잖아요. (단장) 임명하고, 운영방식 컨트롤할 뿐 오페라단이 어떤 특색을 가졌는지, 뭐가 필요한지는 몰라요. 그 때문에 (단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 하는 일이 생긴다고 봅니다. 유럽처럼 예술감독과 경영을 하는 사람으로 이분화되면 어떨까 합니다. 지금은 예술감독이 모든 것을 하는 거로 돼 있잖아요."
그는 "한국의 클래식 관객이 젊은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젊은이들이 많이 온다는 것은 그들이 좋은 음악을 듣고 좋은 연주자를 접한다는 것이니까 무대에 서는 사람 입장에서도 좋은 것이죠. 유럽 관객들은 공연을 잘하면 환호하고 못 하면 비난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관객들은 대부분 환호해요. 얼마나 잘하는지 모르기 때문이죠. 개인의 삶에 여유가 생기고 한숨 돌릴 수 있는 시간이 와서 클래식 문화가 전반적으로 좋아졌으면 좋겠어요."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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