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자기다움에"…행복한 백수가 말하는 '행백론'

입력 2019-06-04 09:01  

"행복은 자기다움에"…행복한 백수가 말하는 '행백론'
권행백 씨의 신간 '이기적 유전자, 반격의 사피엔스'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저자는 자칭 진화사상가다. 자신의 철학과 신념이 '행백론'이란다. '행복론'이 아닌 '행백론'? 그렇다고 오자도 아니다. 저자 이름이 '권행백'이어서 여기서 따온 게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권행백'은 본명일까? 이 또한 아니다. 본명은 권용주 씨. 경희대 한의과대학을 나온 그는 개업 후 한때 '명의'로 불렸다. 그리고 지금은 특유의 '행백론(幸白論)'을 펼치는 이야기꾼이자 글쟁이로 활동한다. 다시 말해 '권행백'은 그의 필명이다. 에세이는 물론 소설도 잇달아 발표하며 지난 3년간 문학상을 수차례 받았다.
이번 신간 '이기적 유전자, 반격의 사피엔스'는 저자가 펼치는 행백론의 정수다. '행복한 백수'를 뜻하는 행백론은 행복을 화두 삼아 그 요체인 자기다움을 추구하는 삶의 정체와 방법에 대해 설파한다. '뛰는 자 위에 나는 자 있고, 나는 자 위에 노는 자 있다'는 말처럼 일과 놀이가 하나 됐을 때 진정한 행복이 있다는 얘기다.
인간은 본디 노는 데서 즐거움을 느끼는 존재다.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의미의 '호모 루덴스'인 것. 일과 놀이는 샴쌍둥이와 같다는 저자는 "나의 행백주의는 둘 사이를 상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적인 것으로 만든다. 백수는 일이 없어 놀지만 행백은 일을 찾아 논다"고 말한다.
그 대표 사례로 든 인물이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조각가 미켈란젤로. 영주의 정원사로 일하던 미켈란젤로는 날이 저물어가는지도 모를 만큼 화분의 나무상자 조각 작업에 푹 빠져들곤 했다. 주인이 "화분이 당신 물건도 아니고 시키지도 않은 일을 그리 열심히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미켈란젤로는 "조각 작업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대답했다.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보수나 소유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권씨는 "훗날 조각가 겸 건축가, 그리고 위대한 화가로 예술의 꽃을 활짝 피운 미켈란젤로야말로 내가 지향하는 행백인의 모습"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우리 모두가 인생길의 나그네라는 점을 생각할 때 하던 일을 즐길 만큼 즐기고 나가는 것만큼 좋은 게 어디 있겠느냐는 거다.



자기다운 삶을 추구하는 행백인은 '행복이 미래의 성취자 아닌 현재의 느낌'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이요, 느림의 삶을 일상에서 즐기는 사람이다. 저자는 "자기다움의 일상을 사는 이에게는 과정이 곧 목적이 되고, 과정을 중시하는 그는 도착 전에 이미 행복하다"며 '행백주의에 근거한 행복의 조건'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몰입과 성찰로 자기다움을 찾는 행백인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써 물질의 결핍을 해결한다. 또한 관계 지향적이어서 남에 대한 따듯한 관심과 배려로 자신의 애정 결핍을 효과적으로 해결해낸다. 남과 비교하지 않는 행백인은 꾸준하고 엄격한 자기 관리로 신념의 결핍과 상대적 빈곤감에서 벗어나며, 공헌력 확보로 자신은 물론 다른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존재가 된다. 이와 함께 자연 친화적이고 긍정적 사고의 소유자여서 느림의 삶으로 목적적 과정을 즐긴다.
이번 책은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행복의 기원이자 본령인 자기다움을 찾고자 했다. 권씨는 "유전자적 재능과 후천적 꿈이 합치된 자기다움이 없다면 진정한 행복은 없다"며 "나의 '행백론'은 진화생물학이라는 과학 지식을 생활철학으로 발전시키려는 시도다. 종교로 표상되는 여타의 신념들이 믿음에서 시작해 앎으로 이동한다면, 나의 행백론은 인류의 지성이 쌓아온 앎에서 믿음을 이끌어낸다"고 들려준다.
"살아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뿌듯한 긍지를 느낄 자유와 권리가 누구에게나 있다. 남과 비교할 필요도 없다. 자기답게 살면 된다. 나만이 가진 희소가치를 누려야 한다. 자기다움을 찾아 자기답게 사는 자가 진정으로 '성공한 사람'이다. 개개인이 저마다의 개성에 기초해 행복을 느껴야 한다. 순천자(順天者)는 흥(興)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亡)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아마존의나비 펴냄. 368쪽. 1만4천500원.


id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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