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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회담 1년] '연말 시한' 못 박은 北, '전략적 인내'로 美 압박

입력 2019-06-09 08:03  

[북미회담 1년] '연말 시한' 못 박은 北, '전략적 인내'로 美 압박
대미 비난과 저강도 군사행보 이어가며 내부적으로 전략 고민·조직 재정비
北, 김정은 리더십 회복 행동조치 요구하는 듯…제재 완화 등 주목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올해 말까지는 기다려볼 것이다."
'하노이 노 딜' 이후 40여일 만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을 향해 새로운 계산법을 갖고 나오라며 던진 선언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4.12)에서 "제재 해제문제 따위에는 이제 더는 집착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지금의 정치적 계산법을 고집한다면 해결 전망은 어두울 것이며 매우 위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은 지난해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으로 대립과 갈등의 70년 북미관계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6·12 공동성명이 탄생하자 환호했고, 그 실질적 이행의 첫걸음이 될 하노이 2차 회담에 큰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회담 결렬로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지도부는 충격에 휩싸였고, 100일이 된 현재까지 전략적 고민을 이어가며 조직을 추스르는 모습이다.
종전 같으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같은 강도 높은 군사도발로 '단호함'과 '분노'를 표출했을 법도 하지만, 여전히 대화의 문을 열어둔 채 비난전과 저강도 무력시위로 미국의 태도 전환을 압박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최선희 제1부상을 비롯한 외무성 관계자들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미 당국자들의 '비핵화' 발언이나 미국의 북한 선박 '와이즈 어니스트'호 압류 등 양국 간 주요 현안이 나올 때마다 "우리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며 경고를 이어갔다.
특히 북한은 저강도의 군사적 시위로 미국을 자극하면서 자신들의 구두경고가 '빈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부각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시정연설 후 첫 시찰로 항공·반항공군 제1017부대를 찾아 전투비행사들의 비행훈련(4.16)을 지켜봤고 국방과학원의 신형전술 유도무기 사격시험(4.17)도 참관했다.


지난달 4일과 9일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참관 아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무력시위의 강도를 조금 더 높였다. 미국이 우려하는 중장거리 미사일을 피하면서도 향후 군사적 대응 수위를 높여나갈 수 있음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북한이 2017년 이전처럼 핵실험과 ICBM 발사를 강행하고 일촉즉발의 상황이 재현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압박한 셈이다.
미국의 대화 요구에 '새 해법을 갖고 나오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겠다'는 '양보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대화의 판 자체가 깨지는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나름 신중을 기하고 있음이 엿보인다.
대화의 끈을 놓지 않은 채 주도권을 쥐고 자신들의 요구대로 판을 만들기 위해 '전략적 인내'로 다양한 대미 압박을 모색 중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게오르기 톨로라야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경제연구소 아시아전략센터장은 지난달 27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주최 '2019 글로벌 인텔리전스 서밋' 공개 세션에서 북한이 '전략적 인내'를 선택했다며 "미국이 계산법을 바꾼다면 대화를 재개하고 싶다는 입장인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포스트 하노이 노선으로 '자력갱생에 의한 경제발전'을 천명하고 경제와 민생을 군과 동시에 챙기는 것도 대북제재의 장기전에 대응한 '전략적 인내'의 맥락으로 읽힌다.
하노이 귀환 후 김 위원장은 삼지연군 읍지구와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건설장, 과학기술·교육 현장 등 주민 먹거리와 생활 안정을 위한 행보를 병행하고 있다.
이런 대내외 정책의 기조 속에서 북한은 내부적으로 회담 결렬의 충격을 가시고 실패의 원인 규명과 문책, 조직 정비도 지속해 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북미 비핵화 협상을 총괄해온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겸직했던 통일전선부장을 내놓았고 대남 및 대미 업무를 관장해온 인사들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대미 외교 '초보'인 통일전선부 대신 수십 년 경험을 가진 '베테랑' 외무성이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하노이 회담이 실패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사상투쟁 회의 등 총화가 있었을 것"이라며 "회담 관련 인사들의 신상 여부는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노이 노딜 이후 전략적 인내 속에서 조직 정비를 하는 김정은 정권은 추후 미국의 진정성과 태도 변화를 계속 지켜보면서 미국과 대화에 나설지 판단, 결정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젊은 지도자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과 '하노이 선언'을 체결해 제재 완화를 통해 보다 나은 주민들의 삶을 꿈꾸며 열차로 대륙을 횡단했지만, '빈손'으로 귀환함으로써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결국 미국이 바닥에 떨어진 리더십을 회복시켜줄 실천적 행동에 나설 것을 북한은 '새로운 셈법'으로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시 말해 김정은 위원장이 입만 열면 경제발전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은 일부 제재 완화 등의 성의 있는 조치를 요구하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톨로라야 센터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중요한 진전을 바라고 하노이까지 갔는데 예기치 못하게 체면을 구겼다"며 "미국이 첫 번째 스텝을 밟기를 절실히 바라고 있기에 인내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chs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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