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츠와나 코끼리 사냥 허용에 지역주민 "환영"

입력 2019-06-21 19:27  

보츠와나 코끼리 사냥 허용에 지역주민 "환영"

(나이로비 = 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남부 아프리카 보츠와나가 지난달 코끼리 사냥을 허용하자 환경 보호론자들과는 달리 현지 주민들은 환영의 뜻을 표했다고 AFP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츠와나 북동부 레고틀흐와나 지역. 벌판 끝자락에 이 지역 농부들의 분노를 보여주는 증거인 듯한 한 마리의 코끼리 사체가 놓여 있다.
이슈마엘 시마시쿠(71)는 잔뜩 화가 난 어조로 매일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던 중 지난 5월의 어느 날 밤 코끼리 한 마리가 울타리를 부수고 들어와 밭에 심은 수박을 먹어치우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플래시 라이트를 비추고 허공으로 공포탄을 쏘아댔지만, 코끼리는 그저 잠깐 물러났다가 또다시 울타리를 넘어와 결국 사살했다.
시마시쿠는 코끼리가 반쯤 먹어치운 수박을 한 손에 들고 "숲속에서 코끼리가 나타나 농작물을 망쳐 놓았다. 코끼리 사냥을 금지하는 바람에 내 인생이 망가졌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나미비아 국경에 가까운 이 마을의 전직 경찰인 시마시쿠는 최근 수년간 코끼리 개체 수가 대폭 늘어나면서 옥수수 작황이 90%나 줄어드는 상황을 겪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보츠와나는 코끼리 개체 수가 정부의 야생동물 보호 정책에 따라 1970년 이후 거의 10배로 늘어 13만 마리에 이른다.
저 멀리 초베 국립공원에서 코끼리 떼가 풀을 뜯어 먹는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는 가운데 이 공원에서 인간과 야생동물의 갈등을 관리하는 사무소 책임자인 테베야크고시 호레이셔스는 코끼리가 "사람들을 죽이고 농작물을 망치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가 이끄는 부서는 코끼리 공격에 대비해 24시간 비상출동팀을 꾸려놓고 있다.
앞서 보츠와나 정부는 지난 2014년 이안 카마 전(前) 대통령이 도입한 코끼리 사냥금지법을 개체 수 증가를 이유로 지난달 해제했다.
이번 결정으로 많은 자연 보호주의자가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보츠와나 정가에서는 올해 말 선거가 예정된 가운데 한바탕 소동이 일고 있다.
카마는 AFP와의 전화통화에서 "나로서는 너무나 애석하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우리가 여러 해 동안 쌓아 올린 업적이 되돌려지고 있다"면서 "야생동물을 기반으로 한 우리의 관광산업이 타격을 입고 있다. 사냥 허용 논의가 시작되자마자 야생동물의 개체 수가 10% 줄었다고 전해 들었다"라고 말했다.
관광은 다이아몬드에 이어 보츠와나 GDP(국민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두 번째로 높지만 많은 보츠와나 국민은 스포츠 목적의 사냥 금지 해제 조처를 반기는 분위기다.
마라페 샤무쿠니(53)는 지난 4월 보츠와나 야생동물 관광지인 카사네 타운의 가파른 언덕길을 걸어 집으로 가던 중 코끼리의 공격을 받아 목숨을 잃었다.
누이인 도커스 샤무쿠니(49)는 건축일을 하며 휠체어에 의지하는 아버지를 섬기던 오라버니를 기억하며 "오빠가 그렇게 갈 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울먹였다.
전 세계 환경 보호론자들이 사냥 재개 허용에 발끈하고 있지만, 현지 주민들은 제 맘대로 돌아다니는 코끼리로 인해 생기는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를 구하고 있다.
이 지역 4성급 호텔 직원인 샤무쿠니는 "우리는 이곳 아프리카에서 이 골칫거리를 매일 겪고 있다. 그들은 여기 와서 몇 시간 동안 동물을 구경하고 돌아가 편안히 지낸다"며 "우리는 곤란에 처했다. 정말 무엇인가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샤무쿠니는 또 "관광업에 종사하기 때문에 야생동물의 중요성을 잘 안다. 하지만, 동물이 이런 식으로 사람을 죽여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인간이 동물을 통제해야 하며 동물이 인간을 통제해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보츠와나 정부 통계에 따르면 사냥금지법이 도입된 이후 34명이 코끼리에 목숨을 잃은 가운데 작년 한 해에만 15명이 사망하고 9천곳이 피해를 보았다.
모크위치 마시시 보츠와나 대통령은 최근 미국을 방문하던 중 트윗을 통해 주민 한 명이 코끼리에 밟혀 숨졌다고 전했다.
그는 "내가 라스베이거스에서 코끼리 보호주의자와 대화를 나눈 뒤 24시간 만에 비극이 일어났다. 또 한 명의 형제가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보츠와나 최대 코끼리 서식지인 초베 행정구역의 주민들은 코끼리에 의해 압사당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파리 여행 가이드인 페트로스 체코니야네(48)는 최근 코끼리가 자신의 뒤뜰을 먹어치웠다며 "이제 끝나야 한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 코끼리를 위해 채소를 계속 재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 일몰 후 걸어 다니는 일은 위험하며 주민들은 아침에 울타리가 부서진 채 엉망이 된 채소밭을 마주하곤 한다.
인근 사타우 마을에 사는 농부로 코끼리와 사자의 공격에도 살아남은 프랭크 림보는 "(코끼리를) 통제하는 하나의 방법은 사냥이다. 과거에는 사냥했다"라고 전했다.
카빔바 마을의 추장인 조스파트 므웨지(74)는 과거에는 코끼리가 공원에서만 살았지만 "이제는 우리가 사는 곳에 머물고 있다. 코끼리의 멸종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단지 코끼리가 그들의 구역에만 머물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 지역활동가인 왓슨 마부쿠도 최근 수년간 밀렵이 증가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밀렵이 증가한 이유를 사냥이 금지되고서 단백질 공급원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냥이 재개되면 연간 400건의 면허가 발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카마 전 대통령은 코끼리 사냥이 재개되더라도 매년 650마리의 새끼가 태어나는 코끼리 개체 수 감소에는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부분 코끼리는 앙골라와 잠비아에서 밀렵을 피해 도망친 '난민'이기 때문에 고향으로 되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끼리 사냥 허용은 집권 보츠와나민주당(BDP)에게 정치적 시험대가 될 선거를 5개월 앞둔 시점에 주민들의 표심을 잡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초베 행정구역에서 환경보호단체를 이끄는 아모스 마부쿠는 선거와 사냥의 연관성을 극구 부인했다.
그는 "이것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자연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것이며 주민들을 보살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airtech-keny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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