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북 만들고 로봇 업무 투입…주52시간 맞이한 금융권 백태

입력 2019-06-23 07:10  

가이드북 만들고 로봇 업무 투입…주52시간 맞이한 금융권 백태
은행, 회의시간 과감하게 단축…교육·연수 자율화
카드·보험업계 단순·반복업무 자동화로 업무 효율성 높여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김연숙 기자 = 은행, 카드, 보험 등 금융권이 다음달 본격적인 주 52시간제 시행을 앞두고 마지막 채비에 바쁘다.
이미 올해나 작년부터 주 52시간제를 조기에 도입하며 탄력근무제를 비롯한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법적 시행일인 7월 1일부터 '실전'에 들어가는 만큼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하기 위해 불필요한 업무를 최대한 줄여가고 있다.

◇ 은행권 "회의시간 최대한 줄이자"…일손 모자란 영업점에 본사 인력 보내
은행권은 우선 여러 사람이 참여하는 회의 시간을 줄여 가용 업무시간을 늘리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24일부터 회의는 주 1회, 시간은 1시간 이내, 자료는 1일 전에 배포하자는 '하나·하나·하나' 캠페인을 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회의 자료는 1장으로, 회의 시간은 1시간 이내로, 회의 결과 회신(피드백)은 1일 이내로 하자는 '1·1·1'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회의를 압축적으로 할 수 있도록 각 부서에 5분, 15분, 30분 등 단위로 설정할 수 있는 알람시계를 배부했다. 또 짧은 회의는 사무실에서 입식으로 하고 있다.
KB국민은행도 이런 '스탠딩' 회의를 도입하고 태블릿PC로 회의 내용을 확인하도록 해 회의자료 출력 등 준비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였다.
국민은행은 보고서 작성에 과도한 시간이 들어가지 않도록 파워포인트 보고서를 전면 금지하고 키워드 중심으로 작성하도록 했다.
은행들 대부분 교육·연수를 위해 임직원들을 한데 모으는 집체교육을 줄이고 자율적으로 하도록 했다.
신한은행은 아예 의무 이수 교육을 폐지하고, 모바일로 틈틈이 원하는 시간에 강의를 들을 수 있게 했다.
당장 일손이 부족한 영업점에 본점 인원을 배치한 은행도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4월부터 업무량이 많은 영업점에 단기 파견한 본점 직원이 40여명에 달한다. 신한은행은 본점 인원 50여명을 일선 영업점으로 인사발령을 냈다.


◇ 카드업계, 업무 가이드북 배포하고 PPT PC에서 아예 삭제
BC카드는 올 1월 'BC 워크 가이드'를 제작·배포해 직원들에게 효율적인 근로 방법을 숙지하게 했다.
이 가이드에는 회의 자료 최소화, 최의 시간 1시간 준수, 불필요한 연장 근무 지양 등 실천 행동 지침과 시차출퇴근제, 점심시간 탄력제 등 유연근무제 관련 설명이 담겨 있다.
KB국민카드는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고 업무 집중도를 높이는 '워크 다이어트'를 진행 중이다.
그 일환으로 같은 금융그룹 내 국민은행과 같이 '제로 PPT'를 시행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앞으로 아예 업무용 PC에서 PPT 프로그램을 지우고 불가피하게 PPT를 사용해야 한다면 사전에 승인받게 할 예정이다.
롯데카드는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시스템을 도입해 업무량을 줄이고 있다.
지난해 7월 주 52시간을 도입한 이후 그해 9월 신규 가맹점 신청 관련 대표자 계좌검증, 업종 등록, 등록 가맹점 여부 확인 등 단순 반복 작업을 RPA가 수행하고 있다. 그 결과 부서 단위로 가맹점 심사 업무를 한달에 약 640시간 단축했다.
올 1월부터는 휴일 시스템 점검 업무에도 RPA를 적용해 주말 당직 인력을 없앴다.
신한카드는 퇴근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PC가 꺼지는 PC 오프제에 이어 출근 시간 즈음 PC가 켜지는 PC 온제를 다음달 1일 시행한다.
이를 위해 지난달 중순부터 시범 운영하면서 시행에 따른 문제점을 고쳐나가고 있다.



◇ 보험업계, PC 시간 줄이고 단순업무는 로봇에게
일찌감치 주 52시간제 도입을 준비한 보험업계는 비교적 여유롭게 7월을 기다리고 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대형 보험사 위주로 최소 1∼2년 전부터 유연근무제를 활용해 근무시간을 효율화해 왔기에 제도 도입에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근무시간 후 사무실에서 PC를 쓰지 못하도록 강제적으로 꺼지게 하는 PC 오프제는 기본이다.
일부 보험사는 출·퇴근 시간 앞뒤로 30분 정도 여유시간을 주던 것에서 주 52시간제 시행을 계기로 더욱 촘촘하게 적용하고 있다.
예컨대 현대해상은 근무자들이 PC를 쓸 때 근무 시작·종료 앞뒤로 30분씩 줬던 여유시간을 7월부터 절반인 15분씩으로 줄이기로 했다.
보험업계는 RPA 활용도 활발한 편이다. 보고서 작성과 계약관리, 전자문서 관리, 모니터링 등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는 RPA에 맡기고, 사고와 창의성이 요구되는 업무를 직원이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작년 10월 RPA를 도입한 삼성생명은 6개월 만에 총 50여개 업무에 적용해 연간 2만4천시간을 절약했다. 올해 추가로 50여개 업무를 자동화할 계획이다.
DB손해보험은 지난 4월 28가지 업무에서 RPA 시스템을 구축, 연간 2만9천시간을 절감한 것으로 추산했다.
한화생명은 업무와 회의, 보고 등을 간소화하는 '3대 다이어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외근이 많은 영업·홍보·손해사정, 주말·새벽 근무가 많은 언더라이팅·클레임 담당 직원의 경우 근무시간을 어떻게 맞출 수 있을지 마지막까지 고심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외근자는 본인이 근무시간을 직접 입력하도록 했고, 다음달부터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해 한달 단위로 관리하기로 했다.
pseudoj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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