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세상] "이제 여름인데"…통학 차량 짙은 선팅에 학부모 불안

입력 2019-06-27 06:00  

[SNS 세상] "이제 여름인데"…통학 차량 짙은 선팅에 학부모 불안
당국, 선팅 규제보단 하차 확인장치에 방점
"되풀이되는 아동 갇힘 사고, 차 내부 보이게는 안되나"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황예림 인턴기자 = "아이 태울 때 어린이집 차를 보면 선팅(틴팅)이 얼마나 심한지 내부가 캄캄해요. 밖에서는 아이가 안 보일 정도로요"(네이버 맘카페 '맘스홀릭베이비' 이용자 yuan****), "아이가 깜빡하고 못 내리면 밖에서라도 보여야지 싶은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이용자 jung****)
뜨거운 여름이 시작된 요즈음 어린이집이나 학원 통학 차량에 아이를 태우는 부모들은 걱정이 하나 더 늘었다. 통학 차량에 아이가 갇혀 숨지거나 크게 다치는 사고가 매년 반복되고 있어 '혹시 내 아이가?'라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갇힘 사고가 자주 일어나지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원 차량이 짙은 선팅으로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상태로 운행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달 초 7세 아동이 선팅이 짙게 된 태권도장 차에 갇히자 창문을 두드리며 구조를 요청했지만, 외부에서 눈치채지 못하는 바람에 50분간 방치되면서 학부모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 아이 발견에 걸림돌 되는 짙은 선팅, 꼭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어두운색 선팅은 갇힌 아이를 발견하기 어렵게 만들 뿐 아니라 원래 목적인 햇빛을 차단하는 효과마저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조경근 연구원은 "짙은 색 틴팅은 가시광선 차단율이 높아 내부가 보이지 않을 뿐 검은색에 가깝기 때문에 오히려 태양열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면서 "차량 내부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막을 목적이라면 다소 고가이더라도 적외선 차단율이 높은 틴팅지를 붙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통학 차량에 단열효과도 적은데 짙은 색의 선팅을 주로 사용하는 이유는 뭘까. 통학 차량을 운영하는 여러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관례'와 '비용'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기도의 한 체육관 관계자는 "승합차를 구매할 때 딜러가 선팅지 부착까지 모두 알아서 해주는데 보통 검은색으로 해준다. 밝고 단열이 잘 되는 선팅지가 있다고 알고 있지만 비용이 올라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운전석의 앞 유리와 좌우 창문에 대해서만 선팅의 진한 정도를 규제하고 있다. 주로 아이들이 승차하는 부분인 운전석 뒷부분 유리의 선팅은 자율에 맡겨진 셈.
지난해 7월 경기 동두천시에서 어린이집 통학버스에 4세 어린이가 방치됐다가 숨지는 사고가 나자 보건복지부와 국토교통부 등 관할 부처는 사고의 조기 발견을 방해하는 통학 차량 뒷좌석 선팅도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것을 논의한 바 있다. 그러나 결국 규제는 도입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
어린이집 차량의 안전문제를 관할하는 보건복지부 보육기반과 관계자는 "통학 차량에만 별도 규정을 두는 것이 맞는지 논쟁이 있었고, 규정을 만든다 해도 이를 단속할 지자체 공무원이 맨눈으로 기준 투과율을 지켰는지 식별하기 어려워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통학 차량의 지나친 선팅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은 있었지만 관련 법규가 없는데다 지도·점검 인력에도 한계가 있어서 추진되지 않은 것.
통학 차량을 운행하는 이들도 갑작스레 선팅에 대한 규제를 만드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말했다. 경희대승리태권도 허수길 관장은 "차량을 구매할 때부터 옅은 선팅을 한 차를 사라는 방침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제와서 선팅을 바꾸려 해도 카센터에 문의하니 모두 교체하는 데 최소 100만원이 든다는 견적을 받았다. 어려운 경기에 영세 학원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허 관장은 이어 "'세림이법' 시행에 맞춰 차를 노란색으로 도색하고 경광등을 다는 데도 정부 지원 한 푼 없이 170만원이 들었다. 아이들 안전을 위해 합당한 투자라면 해야겠지만, 노란 차가 됐다고 다른 차들이 통학차를 배려하고 기다려 주는 것도 아니더라. 결국은 차량 운영자와 시민들의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요즘은 학원이나 체육관 이름이나 로고를 그려 넣은 시트지로 차량 유리를 뒤덮다시피 하는 랩핑 광고도 차 내부 확인을 방해하는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통학 차량 랩핑도 아직 당국의 관리 대상으로 고려되지 않고 있다. 관할 기관인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청은 하차 확인장치의 불법 개조나 작동 불량을 중점적으로 단속하지 랩핑 광고는 단속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당국의 선택은 '하차 확인장치'…"허점 최소화해야"
행정 당국은 선팅 등의 규제보다는 차량 운행자가 아이들이 모두 내렸는지 확인하도록 하는 하차 확인장치를 의무화하는데 여름철 안전대책의 방점을 찍고 있다.
지난 4월부터 통학 차량의 하차 확인장치 설치가 의무화됐다. 어린이집 차량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는 같은 달 말 기준으로 모든 어린이집 등록 차량에 장치가 설치된 것으로 추정했다. 일반 학원 차를 관리하는 교육부는 다음 달 안으로 각 교육청과 함께 확인장치 설치 여부를 전수조사할 예정이다.

그러나 확인장치 설치율이 100%에 도달해도 허점은 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사설 업체 운전자는 "차가 멈춘 뒤 운전자가 뒷좌석에 확인장치를 누르러 갈 새 없이 바로 시동을 껐는데도 경고음이 울리지 않는 차를 본 적이 여러 번"이라며 "귀찮다는 이유로 장치 퓨즈를 빼버리는 이들이 일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보육기반과 관계자는 "어린이집이 직접 운영하는 차량의 경우 하차 확인장치 의무화가 어느 정도 정착됐다고 파악하지만 가끔 식당 차량이나 결혼식 단체 차량 등 어린이집 소속이 아닌 버스가 아이들 통학에 투입될 때도 있다"고 전했다.
올여름 끔찍한 갇힘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과도한 선팅을 단속하거나 부랴부랴 선팅지를 교체하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다. 하차 확인장치도 완벽한 대책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일러 보인다.
태권도장 허수길 관장은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로 차량 운전자가 아이 하나하나를 빠짐없이 챙기는 데 만전을 기한다면 일어나지 않을 인재"라고 강조했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선팅지를 사용한 서울 화계초등학교 스포츠센터 차량 김일식(58) 기사는 "초등학교 3, 4학년을 태우는 차이다 보니 처음부터 일부러 연한 색으로 선팅했다"면서 "아이들의 안전을 위하는 것이 운전사 본인에게도 득이 된다는 생각으로 운행에 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csm@yna.co.kr
yellowyer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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