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군·공산군 영혼 함께 위로하는 불교 군종(종합)

입력 2019-06-24 15:54  

유엔군·공산군 영혼 함께 위로하는 불교 군종(종합)
중부전선 조계종 군종, 매년 6월 25일 전쟁 희생자 위로 종교의식

(포천=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편협한 생각은 갈등과 분쟁을 반복시킬 뿐입니다."
한국전쟁 휴전 협정 직전까지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중부전선에서 30년 넘게 유엔군과 공산군의 영혼을 함께 위로하는 불교 군종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경기도 포천시 호국 금강사는 매년 6월 25일 참전 호국영령을 위로하는 종교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군승들은 불교 의식을 열어 위패를 들고 탑을 돌며 영혼을 위로하는데, 위패에는 유엔 참전국 16개 국가뿐만 아니라 적군이었던 북한군과 중공군, 소련군도 포함돼 있다.

24일 호국 금강사에 따르면 이 천도 의식의 기원은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봉은사 주지였던 밀운 스님은 불교 국가 스리랑카에 국빈으로 초청 방문했다가 돌아오면서 사리를 받아왔다.
부처나 성자의 유골을 뜻하는 사리는 불교계에서는 매우 귀한 종교 의식물이다.
그는 이 사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끝에 6·25 전쟁으로 희생된 영혼을 위로하고 통일을 기원하는 사리 탑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밀운 스님 역시 전쟁 당시 국군이었으며 중사로 전역 후 출가한 참전용사였기 때문이다.
그는 기부금을 모으며 전쟁 막바지까지 치열한 전투가 많았던 중부전선 강원도 철원 일대에 부지를 물색했다.
때마침 철원 인근 포천에 주둔하고 있던 군부대의 도움으로 1984년 호국 금강사의 탑과 법당을 완성했다.
이후 현재까지 매년 6월 25일 유엔군과 공산군의 위패를 함께 모시며 위령제를 열고 있다.
위령제는 유엔군과 공산군의 위패를 모두 모시고 진행하는 1부 불교 의식과 유엔군의 위패만 모시고 진행하는 2부 추모의식으로 나뉜다.
1부는 불교계 주관으로 진행되는 종교의식이며 군 관계자와 참전용사는 참석하지 않는다.
2부는 육군과 6·25 참전용사가 함께 참석해 추모의식을 거행한다.
냉전이 아직 끝나지 않은 1980년대 최전방 군단에 공산군의 위패도 함께 있다 보니 크고 작은 불협화음들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호국 금강사는 매년 이념의 경계 없이 전쟁 희생자의 영혼을 달래고자 의식을 이어 나가고 있다.
조계종 군종 관계자는 "불교 시각에서는 우리의 원혼뿐만 아니라 이 땅에 남아 있는 적국의 원혼도 위로해야 현재와 미래가 좋아진다고 여긴다"며 "편협한 생각은 갈등과 분쟁을 반복시킬 뿐이라는 것이 밀운 스님의 뜻"이라고 전했다.
호국 금강사의 36회 위령제는 올해도 6월 25일에 열릴 예정이다.
andphotod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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