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그란데강 이민자 부녀 사망에 전세계 애통·분노

입력 2019-06-27 10:29  

리오그란데강 이민자 부녀 사망에 전세계 애통·분노
프란치스코 교황도 깊은 슬픔 표명…"이민자 위해 기도"
美 대선주자들도 비판대열 합류…트럼프는 야당 탓만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국으로 건너가려다 함께 목숨을 잃은 엘살바도르 출신 이민자 아버지와 23개월 딸의 사진이 공개되자 미국의 반(反)이민정책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고, 여권에서도 더 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두 부녀의 죽음에 깊은 슬픔을 느끼고 모든 이민자를 위해 기도를 올리는 등 이런 여론은 전 세계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26일(현지시간) AP 통신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알레산드로 지소티 교황청 대변인은 "교황 성하께선 미국-멕시코 국경을 넘으려 리오그란데강을 건너다 익사한 아버지와 어린 딸의 모습을 막대한 슬픔으로 지켜봤다"고 전했다.
그는 "교황은 그들의 죽음에 깊이 슬퍼했으며 그들을 위해, 전쟁과 고통에서 달아나다 목숨을 잃은 모든 이민자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AP 통신은 멕시코 일간 라호르나다 소속 사진기자가 촬영한 엘살바도르 출신 이민자 오스카르 알베르토 마르티네스 라미레스(25)와 그의 23개월 딸 발레리아의 사진을 공개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살인율을 기록하는 등 심각한 치안 불안을 겪는 엘살바도르를 떠나 미국 국경에 도착한 마르티네스는 멕시코 쪽 강변에 있는 엄마를 데려오겠다며 미국쪽 강둑에 딸을 앉혀두고 다시 물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어린 발레리아는 아빠에게 가려다 물에 빠졌다. 급히 몸을 돌린 마르티네스는 가까스로 딸을 붙들었지만, 물살을 이기지 못하고 떠내려가 함께 목숨을 잃었다.
발견 당시 발레리아는 마르티네스의 셔츠 안에 몸을 넣어 업힌 채 아빠 목에 팔을 감고 있었다.
미국 정계는 여야를 막론하고 이들 부녀의 비극에 안타까움을 보였다.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현재 전적으로 무시되고 있는 인간애에 바탕을 둔 의무를 우리는 지고 있다"고 말했다.
척 슈머 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진을 보고서도 이들이 폭력과 박해를 피해 더 나은 삶을 위해 위험하고 때때로 실패하는 여정에 나선 인간들이란 사실을 어떻게 이해하지 못할 수 있느냐"고 비난했다.
공화당 소속인 론 존슨 상원 국토안보위원회 위원장도 이날 공청회를 개최하면서 "미국 국경에서 이것과 비슷한 다른 사진이 나오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의회가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두 부녀의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면서도 민주당에 책임을 돌렸다.
그는 26일 아시아 순방을 위해 백악관을 떠나면서 "우리에게 올바른 법이 있었다면 그들(이민자들)은 (미국에) 오려고 하지도, 시도하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민주당이 입법에 협조하지 않아 죽음을 예방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들(민주당)은 이것(법)을 매우 쉽게 바꿀 수 있고, 그러면 사람들(이민자)이 오지 않고 사람들이 목숨을 잃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누르고 대권 탈환을 노리는 민주당 대권 주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앞다퉈 비판하고 있다.
베토 오로크 전 하원의원(텍사스)은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가 이들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끔찍하다. 망명을 갈수록 어렵게 하고 가족을 서로 격리하려는 트럼프의 정책은 잔혹하고 비인간적이며 이번 같은 비극을 초래한다. 우리는 죽음을 멈추고 우리 이민체계에 인간성을 되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의 헨리에타 포어 총재는 "가슴을 에는 그 사진은 미국에 가려 노력하는 이민자들이 직면한 위험들을 극명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체포된 이민자 아동 중 일부는 "형편없는"(grim) 시설에 수용돼 있다면서 "전 세계 어린이들을 위해 싸워온 유구한 역사를 지닌 부국"인 미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를 알기 힘들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은 최근 멕시코와의 국경에 인접한 텍사스주 클린트의 이민자 아동 구금시설에 350여명의 어린이와 젖먹이가 치약, 비누는 물론 먹을 것조차 충분히 받지 못한 채 방치된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은 논란이 일자 이 어린이들을 보건복지부 수용시설로 옮기려 했으나 해당 시설이 포화상태였기에 100여명은 다시 클린트로 돌아와야만 했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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