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보다 어보와 어책 많이 받은 효명세자의 삶과 재능(종합)

입력 2019-06-27 14:20  

왕보다 어보와 어책 많이 받은 효명세자의 삶과 재능(종합)
국립고궁박물관 '문예군주를 꿈꾼 왕세자, 효명' 특별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빈청(賓廳)에서 왕세자의 시호(諡號)·묘호(廟號)를 의정(議定)해 아뢰었는데, 시호는 효명(孝明), 묘호(廟號)는 문호(文祜), 묘호(墓號)는 연경(延慶)으로 했다."
조선 순조 30년(1830) 세자가 21세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죽은 뒤에 올리는 이름인 시호를 '효명'이라고 했다. 뜻을 이어 사업을 이뤘다는 효(孝)와 사방에 빛을 비춘다는 명(明)을 합친 말이다.
1809년에 출생해 1812년 세자에 책봉된 효명은 1827년 부왕 명령으로 대리청정을 했다. 어진 인재를 등용하고 좋은 정책을 펼쳤으나, 왕위에 오르지 못하고 일찍 숨을 거뒀다. 순조가 1834년 붕어하자 왕권은 효명 아들인 헌종에게 넘어갔고, 효명은 추존왕 익종이 됐다.
고종은 효명을 계승해 왕이 됐고, 1897년 대한제국을 선포하면서 효명을 '익황제'로 올렸다. 종묘 중심 건물인 정전(正殿)에는 임금 신주 19위를 모셨는데, 그중에 문조(文祖)가 효명이다. 비록 왕이 되지는 못했으나, 의례용 상징물인 어보(御寶)와 어책(御冊)을 어떤 조선 임금보다 많이 받았다.
순조는 효명세자 제문(祭文)에 "아! 하늘에서 너를 빼앗아감이 어찌 그렇게도 빠른가. (중략) 장차 우리나라를 두드려서 망하게 하려고 그러는 것인가"라고 적기도 했다.
그의 삶은 소설과 TV 드라마로도 다뤄졌다.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박보검이 연기한 이영이 바로 효명이다.



국립고궁박물관이 28일 기획전시실에서 개막해 9월 22일까지 진행하는 '문예군주를 꿈꾼 왕세자, 효명'은 정치는 물론 문화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효명세자에게 초점을 맞춘 전시다.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이 소장한 '효명세자 동궁일기'와 대리청정 당시 기록인 '대청시일록'(代聽時日錄), 효명세자 관례(冠禮·성년식)를 기록한 그림인 '수교도'(受敎圖), 효명세자가 쓴 시 초고본인 '경헌시초'(敬軒詩抄) 등 유물 110여 건을 선보인다.
지병목 국립고궁박물관장은 27일 간담회에서 "효명세자는 영조와 정조 르네상스를 거쳐 국운이 다시 일어날 것 같은 시기에 태어났으나, 왕이 되지는 못했다"며 "전시가 일반인에게는 조금 어려울 수 있는데, 다양한 영상자료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전시 소주제는 효명세자의 생애, 조선왕실을 대표하는 시인 효명, 궁궐도에 나타난 효명세자의 공간, 궁중잔치 개최와 궁중정재 창작으로 나뉜다.



유물은 책과 글씨가 많지만, 그림과 공예품도 적지 않다. 1826년에 그린 효명세자 초상화와 1830년 순조 어진(御眞·임금 초상화)은 마주 보도록 걸었다. 두 작품 모두 화재로 얼굴 부분이 사라졌지만, 순조 어진에 효명세자가 쓴 친필은 남았다.
전시실 일부는 효명세자 서재인 의두합(倚斗閤)으로 꾸몄다. 창덕궁 후원 애련지 옆에 있는 의두합에서 효명은 10가지 절경을 표현한 시인 '십경'(十景)을 지었다.
아울러 1828∼1830년 무렵 창덕궁과 창경궁을 그린 그림인 '동궐도'(東闕圖)에 묘사된 효명세자 거처와 창작 공간도 살핀다. 동궐도에는 연경당과 자경전이 실제보다 크게 표현됐는데, 모두 효명이 수리하거나 지은 건축물이다.
독일 라이프치히 그라시민족학박물관에 있는 여령(女伶·여성 공연자) 복식과 왕실 잔치에서 술잔으로 사용한 옥잔과 마노잔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개된다.
효명은 대리청정할 때 매년 궁중 잔치를 개최했고, 밤 잔치인 '야진찬'(夜進饌)을 처음 시행했다. 궁중 무용인 정재를 혁신하기도 했다. 당시 궁궐 잔치 모습은 약 4분짜리 영상으로 선보인다.



특별전과 연계해 내달 11일과 9월 5일 특별 강연을 개최하고, 다음 달 14일에는 국립국악원과 협업해 궁중정재 공연을 한다.
고궁박물관은 다음 달 1일부터 관람 시간을 조정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객을 받는다. 수요일과 토요일은 오후 9시에 문을 닫는다.
한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효명세자 막냇동생이자 조선 마지막 공주인 덕온공주(1822∼1844) 가문 한글 자료를 공개하는 특별전 '공쥬, 글시 뎍으시니: 덕온공주 집안 3대 한글 유산'을 8월 18일까지 연다.
효명세자는 누이 셋을 두었는데, 동생을 그리워하는 시를 유독 많이 남겼다. 덕온공주는 성격이 총명하고 기골이 청명했는데, 종일 말 한마디 없이 조용히 앉아 있고는 했다고 전한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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