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차이콥스키 콩쿠르 성악 2위 김기훈

입력 2019-06-28 07:04  

[인터뷰] 차이콥스키 콩쿠르 성악 2위 김기훈
"전라남도 곡성에서 고3 때 성악 시작…부모님께 무한히 감사"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27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제16회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남자 성악 2위를 차지한 바리톤 김기훈(27)은 18세 때까지 전문적인 성악 교육을 받아본 적 없는 '토종'이었다.
KBS '열린음악회'를 보며 성악을 동경하던 소년은 이제 세계가 주목하는 젊은 바리톤으로 성장했다.
그는 전라남도 곡성에서 예술고가 아닌 인문계고인 옥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음악대학을 수석 졸업했다. 독일 하노버음악대학 석사과정을 거쳐 동대학 최고연주자 과정을 밟고 있다.
2016년부터 3년간 독일 하노버 슈타츠오퍼에서 솔리스트로 활동했으며 2019/2020 시즌부터 프리랜서로 활동한다. 독일 로스톡 극장에서 '라 트라비아타' 제르몽, 영국 글라인드본 페스티벌 '카르멜회 수녀들의 대화', '사랑의 묘약'을 시작으로 본격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김 씨는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부모님께 무한히 감사드린다"고 거듭 말했다.
다음은 김 씨와 일문일답.

-- 소감은.
▲ 정말 영광이다. 결선 무대에 올라간 것만 해도 영광이었는데 2위까지 하게 돼서 기쁘다.
-- 2위 입상 소식을 들었을 때 객석 반응이 어땠나.
▲ 객석이 웅성웅성했다. 제가 1등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결과라 화가 난다는 분도 계셨다. 그래도 뜻깊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서 놀랍고 기쁘다.
-- 이번 대회 참가자들 수준은 어땠나.
▲ 다들 정말 잘하더라. 뛰어난 사람도 결선을 앞두고 떨어지는 걸 보면서 놀랐다. 유럽 오페라하우스에서 현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서 치열했다. 함께 나온 한국의 여성 성악가들이 예상보다 빨리 탈락해서 아쉬웠다.
-- 긴 콩쿠르 과정에서 힘들었던 순간은.
▲ 사실 2라운드 전에 감기에 걸렸다. 세미 파이널 결과를 발표하던 날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결과를 들으러 가는 길에 비를 쫄딱 맞았는데, 건물 내부에 에어컨을 틀어서 너무 춥더라. 감기에 걸릴 것 같아서 '숙소로 돌아가서 결과를 들으면 안 되냐'고 물어봤는데, 규정상 안 된다고 했다. 결국 감기에 걸렸다. 지금까지 감기가 안 나았는데, 그 상황에서 콩쿠르를 진행하느라 애먹었다.
-- 성악가에게는 몸이 악기일 텐데 고생이 많았겠다.
▲ 물을 아주 많이 마셨다. 그래도 2015 서울국제콩쿠르 이후 간만에 콩쿠르에 나오니 쫄깃한 긴장감이 들더라. 예전에는 이런 긴장감이 싫기도 했지만, 다시 해보니 좋은 점도 있었다.
-- 언제 성악을 시작했나. 계기는.
▲ 고3 때 처음 시작했다. 원래 고1 때까지는 인문계고에서 공부만 했다. 학교 선생님과 마찰로 한동안 방황했고,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고민했다. 어릴 때부터 KBS '열린음악회'를 보며 성악을 따라 하는 걸 좋아했는데, 마침 교회 성가대를 하다가 우연히 한 교수님 눈에 띄었다. 그분이 제 노래를 들으시고는 어떻게 배우지도 않았는데 할 줄 아냐며, 저희 부모님을 쫓아다니며 '이 아이는 성악을 시키라'고 설득하셨다.
-- 부모님 반대는 없었나.
▲ 엄청나게 반대하셨다. 어려서 공부를 잘했다. 음악은 나중에 교양으로 하면 된다고 하셨다. 하지만 정작 음악적 재능은 부모님께 물려받은 것 같다. 아버지는 공인중개사이시고 어머니는 주부이시다. 그래도 음악적 끼가 많으셨다. 어려서 동네 피아노학원에 다니게 한 것도 부모님이시다. 결국 아버지와 담판을 지었다. 전문가에게 테스트를 받아서 훌륭한 성악가가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나오면 성악을 하고, 아니면 안 하기로 했다. 다행히 전자의 판단을 받았다. 그게 딱 고3 때 일이다.
-- 부모님께 전하고 싶은 말은.
▲ 낳아주셔서 감사하다. 제 부모님이 되어주셔서 감사하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지만 그걸 뛰어넘는 사랑으로 키워주셔서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 어떤 부자 부모님도 부럽지 않다.
-- 포부와 앞으로 계획은.
▲ 2주 뒤 도밍고의 '오페랄리아 국제 콩쿠르'에도 나간다. 영국 코벤트 가든,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 등 유수의 무대에 서는 세계적 바리톤이 되는 게 꿈이다.


cla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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