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도 내일부터 주 52시간 근로…정착까지는 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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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6-30 08:00  

방송가도 내일부터 주 52시간 근로…정착까지는 험난

방송가도 내일부터 주 52시간 근로…정착까지는 험난

'기생충' 표준근로계약이 경종 울려 협의체까지 구성

세부 실현방안 놓고는 방송사-스태프 동상이몽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정윤희 인턴기자 = '월화수목금금금' 밤샘 촬영이 일상이던 방송가에도 다음 달 1일 주 52시간 근로제가 공식 도입된다.

주 68시간 근로제를 통한 1년간 유예 기간이 있었지만 시범 운용 때조차 방송사와 스태프 간 갈등이 여러 차례 노출되면서 주 52시간 근로 문화 정착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 관습으로 남은 '쥐어짜기'…길고 험난한 근로환경 개선

방송가는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저임금 고강도 장시간 노동, 위계에 따른 인격 모독 등 열악한 환경이 관습처럼 뿌리내린 곳으로 꼽힌다.

방송사들은 스태프와 표준근로계약서를 체결하기는커녕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을 수 없는 용역 계약, 또는 팀 단위로 계약하는 턴키 계약을 통해 편법으로 인건비를 아껴왔다.

물론 생방송처럼 찍어내야만 '작품 조달'이 가능했던 국내 드라마·예능 시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방송사들로서도 하루아침에 쉽게 분위기를 바꾸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주 52시간 근로를 공식화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방송·제작사와 스태프 간 갈등은 대중까지 인지할 정도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tvN '화유기'(2017~2018), SBS TV '빅이슈'(2019) 등 촉박한 제작 시간에 쫓겨 발생한 스태프 사고와 방송사고 등이 일어날 때마다 열악한 근로 환경을 개선하자는 주장이 힘을 받았다. tvN '혼술남녀'(2016) 조연출이던 이한빛 PD 죽음 후 설립된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등도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언론단체들 힘을 얻은 스태프는 방송 현장에서 시위를 이어왔고, 방송사와 대형 제작사들과의 협의도 본격화했다.

이러한 가운데 주 52시간 적용을 앞두고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이 표준근로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하고 이행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은 근로자 입장에서 낭보였다.

정부와 국민 차원의 관심이 더해지면서 지상파와 언론노동조합,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방송스태프노조는 지난달 제작환경 가이드라인에 대한 기본 합의를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CJ ENM도 합의에 지지했다. 방송 제작환경 개선이 공론화한 지 수년 만의 일이다.

한빛센터는 "방송 산업 최초로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머리를 맞댄 첫 성과라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라며 "이번 가이드라인이 전 방송사, 모든 장르 프로그램으로 확장돼야 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물론 이번 합의가 곧장 주 52시간 근로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협의체도 지난달 합의에서 "주 52시간제 시행에도 대비한다"는 입장을 겨우 내놨을 뿐이니, 실제 환경 개선과 법규 준수까지는 더 많은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 "제작비 부담" 불만 속 공식적으로는 "일단은 준수 노력"

1년 유예 기간이 있었다지만 방송·제작사 사이에서는 주 52시간 근로제가 유연성 없이 적용되는 데 대한 불만도 심심치 않게 읽을 수 있다.

특히 법을 준수하는 데 가장 큰 장애로는 나날이 느는 배우 출연료와 시청자 눈높이에 맞추기 위한 CG(컴퓨터그래픽) 기술 등으로 폭증한 제작비가 꼽힌다.

전체 방송사업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케이블 구분 없이 전체로 26% 감소(방송통신위원회 방송사업자 재산 상황 공표)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30일 통화에서 "52시간제가 시행되기도 전에 방송사들은 상승한 제작비를 견디지 못하고 드라마 블록을 없애거나 예능으로 대체하고 있다"라며 "52시간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면 제작비 상승 폭은 지금보다 높아지고 프로그램 제작은 더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넷플릭스 등 해외자본에 대한 의존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라며 "방송콘텐츠 제작은 제조업과 완전히 다르다. 52시간제 도입 방향에는 공감하나 현실에 맞는 규제의 유연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방송산업 역성장은 필연적"이라고 했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법안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방송사들은 밝혔다.

지상파들은 하루 앞으로 다가온 52시간제 시행에 대해 "꾸준히 노사 간 협의 중"이라며 "법 취지와 현실을 함께 고려하며, 근무시간 단축이라는 사회적 요구와 회사 경쟁력을 모두 놓치지 않기 위해 합리적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라고 했다.





특히 드라마 업계는 사전제작과 B팀 조기 투입 등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 역시 사전제작이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 겸 드라마 평론가는 통화에서 "드라마는 연속성을 띠다 보니 시간에 쫓기는 것이 일상처럼 돼 있어 쉽게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래도 유일한 대안이라고 볼 수 있는 게 반(半)사전제작, 사전제작인데 이 역시 시청자 반응에 따라 작품을 수정해야 할 때 어려움이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애초에 합리적인 촬영 스케줄을 짜고, 낭비되는 시간을 제대로 확인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라며 "이에 대한 조사와 일정 조정이 안 된다면 52시간제가 방송가에서 지켜질 가능성은 굉장히 떨어진다. 무리하게 적용해도 불필요한 갈등, 파열음만 나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lis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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