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외무성 미국국장 '담화' 내부엔 공개 안 해…한미 압박 속내

입력 2019-06-28 11:49   수정 2019-06-28 17:00

北, 외무성 미국국장 '담화' 내부엔 공개 안 해…한미 압박 속내
대외용 조선중앙통신으로 전해…노동신문·중앙TV 등 공개 안 해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북한이 최근 비핵화 협상 재개의 모색 국면에서 한국과 미국을 겨냥한 강경 발언을 쏟아내면서도, 정작 주민들에게는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공세적 발언이 대화 재개의 판을 깨려는 것이라기보다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협상을 끌어내기 위한 기 싸움에 무게가 실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무성 권정근 미국 담당 국장은 27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과 대화를 하자고 하여도 협상 자세가 제대로 되어있어야 하고, 말이 통하는 사람과 협상을 해야 하며, 온전한 대안을 가지고 나와야 협상도 열릴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조미 대화가 열리자면 미국이 올바른 셈법을 가지고 나와야 하며 그 시한부는 연말까지"라며 "미국이 쌍방의 이해관계에 다 같이 부합되는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할 생각은 하지 않고 대화 재개를 앵무새처럼 외워댄다고 하여 조미(북미) 대화가 저절로 열리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권 국장은 담화에서 남쪽 당국을 향해 북미 관계가 양국 정상의 '친분'에 의해 나가고 있다며 "(북미)협상을 해도 조미가 직접 마주 앉아 하게 되는 것만큼 남조선 당국을 통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니 '참견 말라'고 못 박기도 했다.
그의 이런 언급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난 이후 정체 국면이던 북미 간 대화가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서 교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으로 다시 기대감이 커지는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듯했다.
그러나 북한은 담화 이튿날인 28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 등 전 주민이 구독할 수 있는 신문들에는 권 국장의 담화를 게재하지 않았다. 북한 전역에서 시청 가능한 조선중앙TV 역시 이 담화를 보도하지 않았다.
또 북한은 전날부터 '우리민족끼리'와 '메아리' 등 중국에 서버를 둔 대남 및 대외선전 매체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북유럽 순방 연설을 거칠게 비난하면서도 노동신문 등 주민들이 접할 수 있는 매체로는 침묵한 채, 남북공동선언의 이행을 촉구하는 데 그치고 있다.
대외용인 조선중앙통신과 선전 매체들을 통해서만 이런 압박성 입장을 공개했다는 것은 북한이 대화 복귀를 앞두고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협상 판을 주도하기 위한 대외용임을 시사하고 있다.



앞서 북한 외무성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대이란 제재와 관련, 이란과 북한을 혼동해 "북한 경제의 약 80% 이상이 제재를 받고 있다"고 한 데 대해서도 이틀만인 27일 수위 높은 대변인 담화로 대응했다.
북한은 이 역시 대외용 매체인 중앙통신을 통해서만 공개하고 주민들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북미 간 대화 모색 중에 나온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을 불쾌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임을 드러내면서도 그 때문에 판을 깨지는 않으려고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북미 대화 정체 국면이 고조되던 지난 5월 북한의 두 차례 단거리 미사일 발사 때 모습과도 비교된다.
당시 노동신문은 두 번째 발사 당일인 5월 9일자에서,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외무성 대변인과 남북장성급군사회담 북측 대표단 대변인이 각각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으로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한 발언 전문을 소개했다.
chs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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