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엔 없는 중국 걸작소설 '딩씨 마을의 꿈'

입력 2019-06-28 16:12  

중국엔 없는 중국 걸작소설 '딩씨 마을의 꿈'
노벨문학상 거론되는 옌롄커 대표작 재출간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중국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시위가 현재 진행 중이다. 영국이 실효 지배를 끝내고 중국에 반환한 국제도시 홍콩에서다.
외신들에 따르면 홍콩 인구 4분의 1을 훌쩍 넘긴 약 200만 명이 거리로 뛰쳐나와 중국 공산당의 폭압적 행태에 저항하는 중이다. 중국 공산당 정부로선 이런 불길이 신장웨이우얼이나 티베트 같은 '화약고'로 번질까 전전긍긍이다.
홍콩에서 벌어지는 이런 현상은 중국 정부의 인민 통제와 억압 때문으로 지적된다. 특히 인간의 가장 기본적 욕구인 언론과 출판, 종교의 자유를 폭력적으로 제한하다 보니 서서히 그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노벨문학상 후보로 매년 거론되는 거장 옌롄커(閻連科) 역시 이런 반민주적 시스템의 희생자다. 그가 스스로 대표작으로 꼽는 장편소설 '딩씨 마을의 꿈'은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가 중국어로 쓴 작품이지만 정작 중국에서는 읽을 수 없는 소설이다.
역시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사서' 등과 함께 자국 내 출간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루쉰문학상, 라오서문학상, 카프카상 등 국내외 문학상 20여개를 받고 문단과 대중의 지지를 동시에 확보한 작가임에도 14억 중국인은 그의 주요 작품을 접할 수 없다.



지난 2010년 국내에 번역 출간된 '딩씨 마을의 꿈'을 도서출판 자음과모음에서 다시 펴냈다. 시기적으로 중국에서 자유화 물결이 다시 일기 시작한 가운데 나온 '금서'라서 의미를 더한다.
중국 작품으로는 이례적으로 에이즈가 소재다. 한 마을에서 비위생적인 헌혈 주삿바늘이 사용돼 주민이 에이즈에 집단 감염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선동에 속아 돈을 받고 피를 팔다가 병에 걸려 무더기로 죽어 나가는 '딩씨 마을'의 우매함은 굳이 중국 변방 한 작은 마을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물질만능주의, 도덕성 실종, 집단 최면에 걸려 병들어가는 '딩씨 마을'은 지금 현실에서도 지구촌 곳곳에 존재한다.
작가의 이런 비판적 문제의식이 인류 보편적이라는 것은 이미 죽어 땅에 묻힌 열두 살 소년이 화자로 등장하는 판타지 요소를 차용했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중국 공산당 정부가 이처럼 비판적인 사회 고발 소설을 그냥 둘리 없다. "국가의 명예를 손상했다"는 이유를 들어 압수와 판매 금지 조처를 내리며 탄압했다.
옌롄커는 작가의 말에서 "쓰고자 한 것은 사랑과 위대한 인성이었고, 생명의 연약함과 탐욕의 강대함이었다"고 말했다.


lesl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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