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남성이 만든 기술은 백인 남성에게만 도움될 위험 있어"

입력 2019-06-29 08:01   수정 2019-06-29 20:41

"백인 남성이 만든 기술은 백인 남성에게만 도움될 위험 있어"
美 하비머드칼리지 첫 여성 총장 마리아 클라베 "여성의 이공계 진출 중요"
"이공계 기술, 사회 모든 구성원이 사용…다양한 인재가 연구해야"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박형빈 기자 = "백인 남성이 만든 기술은 백인 남성에게만 도움이 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미국 하비 머드 칼리지의 첫 여성 총장인 마리아 클라베 총장은 29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여성의 이공계 진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비 머드 칼리지는 매사추세츠공대(MIT)보다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계열 박사학위 졸업생이 많은 이공계 중점대학이다. 수학자이자 컴퓨터과학자인 클라베 총장은 2006년 하비 머드 칼리지의 최초 여성 총장이 됐다.
클라베 총장은 "이공계에서 만드는 기술과 제품이 특정 집단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사회 모든 구성원이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인종, 배경을 가진 사람이 기술을 연구하고 물건을 만들어야 사회 전체에 이익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경우 여러 인종이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 이공계가 (백인과 같은) 한정된 집단으로 구성된다면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의 수요를 맞추지 못할 것"이라며 "성별, 인종을 떠나 다양한 인재들이 이공계에 진출하는 것이 국가적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클라베 총장은 이과는 남성, 문과는 여성이 적합하다는 고정관념에 대해서 "문화적으로 학습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이 수학을 못 하고 남성은 잘한다'라는 생각은 양육 과정에서 학습된 결과"라며 "이러한 생각이 쌓여서 성별대로 선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계적으로 보면 북미는 20년 전부터 이공계의 남녀 비율이 얼추 5대5가 됐다"면서 "화학이나 생물학에 여성이 많고, 물리나 기계공학에는 여전히 남자가 월등히 많지만, 여성 교육이 잘 이뤄진다면 모든 분야에서 남녀 비율이 5대5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IT기업의 고된 근무환경으로 여성들의 IT기업 진출이 적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여성들이 신체적으로 약하다거나 여성이 일을 잘하지 못하리라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속설일 뿐"이라며 "여성이 남성보다 (신체적으로) 더 잘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뿐 아니라 모든 근로자의 불이익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IT 기업의 근무환경 개선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여성의 이공계 진출이 드물었던 1970년대 수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클라베 총장은 당시 이공계의 남성 친화 문화를 직접 겪었다고도 했다.
그는 "내가 수학 박사학위를 받았을 때 (박사학위 취득) 여성이 (전체의) 10%밖에 안 됐다"며 "수학과에는 여교수도 없었고, 남 교수는 나더러 수학자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학회에서 남성 학자 한 명이 일부러 나를 무시하고 노골적으로 배제했다"면서 "몇 년 후 내가 면접위원을 맡은 교수 채용 면접에 그 학자가 응시했다. 입장이 뒤바뀌면서 아주 우스운 상황이었는데, 나는 그 학자의 채용을 결정했다"고 회고했다.
클라베 총장은 "과거와 비교해 (이공계 문화가) 훨씬 나아졌다"면서 "많은 단체가 여성 과학자들의 이공계 진출을 장려하는 운동을 했다. 나 역시 박사학위를 취득하려는 여학생들을 돕는 단체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클라베 총장은 자신과 같은 여성 이공계 학자를 꿈꾸는 한국 여학생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과학에만 몰두하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과학 등을) 접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클라베 총장이 하비 머드 칼리지 총장이 된 이후 이 대학 컴퓨터과학과 등의 여학생 수가 50%가량 증가했다. 그는 지난해 미국의 유력 경제매체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과학기술계 여성 50인' 중 1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클라베 총장은 미국과 아시아 이공계 여성 대학원생의 경력 개발과 상호 교류 촉진을 위해 이화여대에서 열린 '2019 이화-루스 국제세미나' 기조연설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p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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