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입법회 점거 시위대' 첫 체포…검거 선풍 시작(종합)

입력 2019-07-04 11:12   수정 2019-07-04 14:18

홍콩 '입법회 점거 시위대' 첫 체포…검거 선풍 시작(종합)
中 '강경대응' 주문 속 캐리 람 '반격' 나서…홍콩정국 분수령 될듯
현장서 지문·DNA 등 증거 수집…"수십명 신원 이미 확인, 곧 검거"
입법회 점거와 별개로 '반송중' 시위대 검거도 본격화…십여명 체포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홍콩 시위대가 입법회 청사를 점거하고 기물 등을 파손해 홍콩 정국에 파문을 일으킨 가운데 경찰이 대대적인 시위대 검거 작전에 나섰다.
그간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 국면에서 수세에 몰렸던 캐리 람 행정장관이 '법치 카드'를 앞세워 공안 정국을 조성하면서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4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홍콩 언론들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시위대가 입법회 청사를 점거하고 시설과 집기를 훼손한 사태 이후 처음으로 관련 용의자를 체포했다.
경찰은 전날 오전 31세 남성 푼모씨를 체포했다.

푼씨는 입법회 청사 불법 침입 및 입법회 내부 시설 파괴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몽콕 점거 화가'로 알려진 그는 지난달 21일 완차이에서 진행된 경찰 본부 포위 시위 때도 체포된 적이 있다.
SCMP는 경찰이 신원이 확인된 수십명의 입법회 점거 시위대를 붙잡기 위한 대규모 검거 작전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수사 당국은 입법회 청사 점거 시위 직후인 2일부터 전날까지 이틀간 현장에서 용의자들의 지문을 수집하는 등 다양한 증거물들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한 경찰 소식통은 SCMP에 "헬멧, 마스크, 금속 막대 등 수천 개의 증거물이 입법회 건물에서 확보됐다"며 "우리 전문가들은 거기서 지문을 수집하고 마스크 등에서 DNA 테스트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소식통도 이미 수십명의 용의자 신원이 확인돼 '가까운 시일' 안에 검거 선풍이 일 것이라면서 경찰은 현재 대규모 검거 작전에 나서기 전 법무부로부터 법적 조언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1일 밤부터 2일 새벽까지 이어진 입법회 점거 시위 때 많은 이들은 마스크를 벗고 스스로 얼굴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 입법회 청사 내부에 진입한 이들은 최소 수백명, 많게는 수천명으로 추정돼 경찰이 대규모 검거에 나서면 거센 후폭풍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홍콩 경찰은 입법회 점거 외의 다른 '송환법 반대' 시위 참여자들도 대거 붙잡았다.
경찰은 홍콩 주권 반환 기념일인 1일 새벽 입법회 청사 인근 도로 점거 시위를 벌이던 14∼36세 11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시위대는 당일 새벽부터 오전까지 주권 반환 기념일을 맞아 진행되는 국기 게양식 저지하겠다면서 도로 점거 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은 또 인터넷에서 경찰 신원을 불법 공개한 혐의로 8명을 체포했다. 앞서 경찰이 송환법 반대 시위대에 고무탄 등 무기를 발사하면서 시위 진압에 나서자 홍콩에서는 경찰을 비난하는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경찰관과 그 가족들의 신원이 인터넷에 공개되는 일이 잇따랐다.
이와 별도로 홍콩 경찰은 30일 홍콩 시내에서 벌어진 '친정부' 시위 때 폭력 행위와 관련해 6명을 상해죄 등으로 체포했다.
지난달 30일 수만 명이 참석한 가운데 홍콩 정부와 경찰을 지지하는 이들의 대규모 시위가 진행됐는데 집회 참석자 중 일부가 곳곳에서 송환법 반대 주장 시민이나 기자들을 공격했다. 경찰이 자세히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체포자 중 상당수는 친정부 시위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에서는 경찰이 예고한 대규모 검거 작전과 그에 따른 여론의 향배가 향후 홍콩 정국의 방향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람 행정장관이 이끄는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는 민심을 거슬러 송환법 추진을 강행하다가 거센 시민들의 저항에 직면해 사퇴 요구에 직면하는 등 사실상 '식물 정부'로 전락하는 듯했다.

그러나 강경 시위대가 물리력을 동원해 입법회 청사를 점거하고 내부 시설과 집기까지 심각하게 훼손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온건 성향 시민들이 강경파에 등을 돌리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변호사들은 '반송중(反送中·송환법 반대)' 시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던 전문직 그룹이었으나, 변호사협회는 이번 점거 시위를 강력히 비난하는 성명을 냈다.
람 장관이 이끄는 홍콩 정부가 이런 기회를 포착하고 '공안 정국'을 조성하면서 주도권 회복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대두하고 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 2일 새벽 4시(현지시간)에 경찰 수장을 대동하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시위대의 폭력 행위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입법회 점거 시위대를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겠다는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후 중국 정부도 입법회 점거 시위를 '폭력 행위'로 규정하면서 사실상 홍콩 정부에 강한 사법 처리를 주문했다.
홍콩의 마지막 총독을 지낸 영국의 원로 정치인 크리스 패튼(75)도 일부 시위대의 폭력 사용에 개탄하면서 SCMP에 "이유야 어찌 됐건 강경한 상대방의 계략에 놀아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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