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삼양동·수유리에 고지대 에스컬레이터…서울 명물로"

입력 2019-07-12 09:00  

박원순 "삼양동·수유리에 고지대 에스컬레이터…서울 명물로"
'마약왕 본거지→ 관광지' 상전벽해 콜롬비아 메데인 방문…"벤치마킹"
"주민 행복해야 관광객도 많아져…주민 위한 시설도 많이 설치"


(메데인<콜롬비아>=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콜롬비아의 고지대·빈민가·우범지대에 도시재생을 시행한 현장을 둘러보며 서울에도 이를 도입하겠다며 벤치마킹 구상을 밝혔다.
중남미를 순방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11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메데인의 동네인 '코무나 13'를 찾아 에스컬레이터가 대중교통으로 기능하는 현장을 살펴봤다.
이 지역은 산비탈 고산지대로 2011년 6개 구역으로 구분된 야외 에스컬레이터가 생기기 전까지는 1만2천여 주민이 350개 넘는 계단을 오르내리던 곳이다.
빈민 거주지로 범죄도 잦았다고 한다. 특히 메데인은 1970∼1980년대 세계 시장을 주름잡은 전설적인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본거지로, 마약과 살인, 총성으로 얼룩진 도시였다.
이런 도시의 빈민가라면 과거 사정이 어땠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외부인을 나쁘게 보는 민병대가 통제하던 곳"이라고 코무나 13을 묘사했다. 여느 중남미 빈민가처럼 공권력이 미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날 박 시장은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 오늘날 '천국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터'라는 별명이 붙은 대중교통 수단의 초입으로 향했다.
박 시장을 비롯해 메데인에서 열리는 '2019 세계도시정상회의 시장포럼'(WCS) 참석차 이 도시를 찾은 세계 각국 주요 인사들의 방문 코스로 지정돼 동네의 좁은 골목과 비탈길은 무척 붐볐다.
수많은 군경 병력이 배치돼 삼엄한 경호를 펼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작전을 할 수 있다는 점 자체로 과거와는 사정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줬다.
에스컬레이터 운영은 메데인시 산하 공기업이 맡는데 이 또한 변화의 한 단면이다.
건축가 카를로스 에스코바르는 미국 CNN 인터뷰에서 "누구도 이 프로젝트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 지역은 현재 중립지대가 됐고 에스컬레이터는 커뮤니티가 통제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동네 벽에 그려진 그라피티 등을 직접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으며 우범지대였던 동네가 세계에 자랑하는 도시재생 현장으로 거듭난 모습을 꼼꼼히 살펴봤다.
박 시장은 "얘기를 들어보니 (벽화 등으로 비슷한) 부산 감천마을은 관광객들이 많이 오기는 해도 지역주민을 위한 시설이 제대로 없는데 여기는 청소년 운동 시설도 많다"며 "지역주민들이 행복해야 관광객도 많이 온다"고 말했다.
6개 에스컬레이터를 모두 지나 가장 높은 곳에 오르고 보니 걸어서 계단으로 오려면 상당히 힘들 듯했다.
해발 1천500m에 자리 잡아 연중 한국의 봄과 비슷한 날씨를 뽐내는 메데인일지라도 그늘 없이 햇볕을 맞으면 금세 땀이 몸을 적셨다.
간간이 비가 뿌리기도 하는 메데인에서 야외 에스컬레이터 운영에 무리가 없을까 싶었다. WCS 조직위원회에서 일한다는 산드라 오스피나는 "전기 부분을 모두 방수로 설계하고 지어서 문제없다"고 자신했다.



에스컬레이터 주변으로는 벽화는 물론 티셔츠, 팔찌, 향초 등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이 빼곡히 들어서서 이름난 관광지로 변모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WCS 참석자들 외에 일반 관광객들이 가이드를 대동하고 온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팔찌 등 장신구를 파는 가게의 매대 앞을 지키던 한 소녀는 "에스컬레이터가 생기고서 동네가 아주 좋아졌다"며 "우리 가족을 먹여 살리는 가게를 운영할 수 있지 않으냐"고 웃었다.


'관광경찰' 로고를 달고 주변을 경호하던 경찰은 "지금 배치된 경찰 중 코무나 13 출신이 꽤 많다"며 "예전에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자기 동네를 지키는 경찰을 배출하는 곳이 됐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서울도 산동네가 많아서 이런 것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며 "삼양동이나 수유리에도 주민을 위한 모노레일이나 엘리베이터 등을 놓고 이곳처럼 벽화 같은 것이 그려지면 얼마든지 관광 마을로 등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WCS 참석자 일행을 환영하는 이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박 시장이 지나는 길목에서 '(메데인) 시장은 (방문객들에게) 현실을 보여줘라', '현실을 숨기지 말라'고 적은 팻말을 들고 시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 중 한 명인 17세 청년 세바스티안은 "집도, 먹을 것도, 직장도 없다"며 "시장은 이런 사람들(방문객)이 오면 우리를 숨겨두려고만 한다"고 외쳤다.
이들은 안으로 들어가거나 팻말을 내리라는 경찰의 제지에 아랑곳하지 않고 세계 각국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주장을 큰 소리로 반복해 외쳤다.
소규모 시위대와 멀지 않은 곳에서 외부인들을 구경하던 한 주민은 "에스컬레이터가 생겨 동네가 좋아진 것도, 아직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 것도 모두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도시재생은 천천히 진전하므로 일부 불만은 있을 것"이라며 "도시재생이 늦게 가더라도 지역 공동체를 보존해 주민이, 관광객이 사랑하는 마을을 만들 수 있다. 천천히 가지만 더 아름답고 지속가능한 마을을 만드는 것이 도시재생"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동네의 놀라운 변화를 목격할 수 있었다"며 "마약 등 범죄가 굉장히 심각했는데 대중교통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주민 주도로 벽화를 그리면서 완전히 변모했다. 도시재생의 성공사례"라고 덧붙였다.


j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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