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구지봉 찾은 길조 백로떼 '골칫거리' 신세로 전락

입력 2019-07-15 16:12  

김해 구지봉 찾은 길조 백로떼 '골칫거리' 신세로 전락
400여마리 부화 후 1천여마리로…아파트 주민, 소음·악취로 고통
사적지여서 벌목 등 어려움…환경단체 "어린 백로 위해 기다려줘야"



(김해=연합뉴스) 정학구 기자 = 풍요를 상징하는 길조로 불리는 백로가 경남 김해에선 집단 민원 대상이 돼버렸다.
김해시 구산동 구지봉 일원에 지난 5월께 400여 마리가 몰려온 후 최근엔 1천여 마리로 늘어나 백로떼 소음과 깃털 날림, 분변 악취로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며 시에 진정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구지봉은 서기 42년 수로왕이 탄강했다는 대가락국 건국설화가 깃든 곳이고, 서사시 '구지가'가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수년 전부터 불암동에 서식하던 백로들은 인근 터널 공사와 함께 수로왕비릉으로 옮겼다가 지난달께 구산동 K아파트 맞은편 구지봉으로 이동한 후 1천여 마리로 늘어난 것으로 시는 파악하고 있다.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은 지내동 인근 농지에 농약을 살포해 서식환경이 악화한 데다 수로왕비릉 잔디와 적송 보전을 위해 백로를 쫓아냈기 때문에 구지봉 일대로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파트 주민들은 새벽 3시가 되면 어김없이 백로떼가 울어대는 통에 잠을 설치고 있고 배설물과 폐사체, 먹이 찌꺼기 썩는 냄새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백로 배설물로 아름드리 소나무들도 괴사하고 있다.



아파트 주민 김동목(57) 씨는 "지난 5월께 400여 마리이던 백로가 매일 마리당 2∼3개씩 알을 낳고 부화하면서 매일 50∼70마리씩 늘어나 지금은 1천여 마리로 불었다"며 "새벽잠을 설치는 것은 물론이고 비가 오는 날이면 냄새로 못 견딜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해시가 백로가 서식하는 소나무 가지치기나 벌목 등 대책을 강구하려고 해도 구지봉 일원이 사적지여서 문화재청 허가를 받아야 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백로는 유해조수로 지정되지 않아 소음이나 악취 유발을 이유로 포획에 나설 수도 없다.
또한 아파트 밀집 지역이어서 경음기 등 조류퇴치기 설치도 어렵다.
시가 드론으로 촬영한 결과 부화는 완료됐고, 비행능력을 검증할 수 없는 새끼 백로가 나무 위를 뒤덮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는 우선 빈 둥지는 철거하고 소방서 협조를 얻어 서식지 바닥에 쌓인 배설물은 소방용수를 살포해 청소한 후 친환경 세제(EM)를 뿌려 악취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지난 9일에는 시청 사업소동회의실에서 아파트 주민, 환경단체와 관련 부서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가 열렸다.
시는 주민들 어려움도 해결하면서 여름 철새인 백로가 돌아갈 때까지 '상생'하는 방법을 찾는 데 고심하고 있다.


환경단체 입장에선 물대포 살포나 공포탄 발사 등 방법을 채택할 경우 아직 날 줄 모르는 어린 백로들이 놀라 달아나면서 불상사가 생길 것을 우려한다.
그래서 오는 9월 백로들이 동남아로 떠나기 전에, 어린 새들이 주변에 흩어져 새 터전을 찾거나 중간 기착지를 찾아 떠날 수 있을 정도 체력이 될 때까지 자신들이 제안하는 단기 대책을 시행하면서 기다려 달라고 요구했다.
어린 백로들이 멀리 나는 힘을 기르는 약 보름 정도 기간 주변 훼손을 최소화하며 빈 둥지를 장대로 철거하는 것, 물대포는 친환경 세제를 섞어 백로 배설물을 씻어 내리는 청소용으로 활용하는 것, 악취를 유발하는 나뭇가지는 용역을 이용해 제거할 것 등이다.
김해시 관계자는 "해마다 찾아오는 여름 철새인 백로를 받아들여 생태관광도시로 아름다운 공존을 할 대책은 없는지 모색해보겠다"며 "김해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관련 전문가, 주민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을 마련해 대체 서식지 확보 등 해결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b94051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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