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 앞둔 노익장이 쓴 '노장으로 읽는 선어록'

입력 2019-07-23 16:59   수정 2019-07-24 10:29

여든 앞둔 노익장이 쓴 '노장으로 읽는 선어록'
종교 전문기자 출신 이은윤 전 불교선학원장 저서 출간
원고지 6천매 '육필원고' 작업…"'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새삼 이해"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노장(老莊)사상을 알면 선(禪)이 보인다"
일간지 종교 전문기자를 지낸 이은윤(79) 전 한국불교선학연구원장이 중국의 노장사상과 선의 연관성을 고찰한 장편집을 냈다.
'노장으로 읽는 선어록 상·하'(민족사)
인도 불교는 기원전 1세기 중국으로 전파됐다. 이후 노장사상의 틀 안에서 해석되며 선불교로 거듭나게 된다. 이런 과정에 노장과 선 사상은 맥락이 70∼80%가 통하는 사실상 '불가분의 관계'를 맺게 됐다고 한다. 선불교를 이해하고 싶다면 노장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게 된 이유다.
23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 음식점에서 만난 이 전 원장은 "일부에서는 선불교를 노장의 아류(亞流)라고 폄훼하지만, 이는 잘못된 오해"라며 "선불교는 노장사상을 흡수해서 독창적인 사상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장과 선의 밀접한 관계는 같이 쓰는 용어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했다. 대표적으로 불교에서 최고의 품계인 '대종사(大宗師)'는 '장자'에서 온 것이다. 이 말은 종단의 큰 스승이라는 뜻인데 장자 내편(內篇) 대종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진리는 말이나 글에 의존하지 않고 경전과 다른 방식으로 전승된다는 '불립문자 교외별전(不立文字 敎外別傳)' 등 선불교의 종지(宗旨)도 인도 불교에는 없는 장자에서 넘어온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전 원장은 "중국의 양대 사상은 유교와 도교"라며 "노장에 익숙했던 중국 사람들은 불교의 공(空)이라는 말을 노장의 무(無)와 비슷한 것으로 봤다. 공을 무심(無心)으로 해석했고, 그런 방식으로 불교가 노장사상을 흡수했다"고 밝혔다.
물론 노장과 선 사이에 뚜렷한 차이도 있다. 두 쪽 모두 근본적인 도를 깨닫는 것을 강조하지만 노장은 선과 달리 도를 정치철학에 접목해 설법 대상을 정치 지도자로 삼았다.
그가 여든을 앞두고 노장과 선불교의 관계를 들여다보게 된 데에는 일흔을 넘기고서야 갖게 된 '한가로움' 덕분이었다. 주어진 여유 속에 젊은 날 손에 잡고 싶었던 '노자'와 '장자'를 숙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전 원장은 여러 차례 노장을 접하면서 노장이 선과 매우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다시금 알게 됐고 이런 깨달음은 900쪽짜리 저서에 실리게 됐다.
그는 노장을 탐독하고, 선과의 관계를 이해하면서 안목이 생겼다며 "소경 벽 더듬은 식으로 익혔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같은 선구들을 새삼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전 원장은 책을 내는데 지난해 12월부터 7개월가량을 보냈다. 이 시간 동안 빼곡하게 써 내려간 원고지 분량만 모두 6천매. 각종 워드 프로그램으로 척척 책을 써내는 요즘 육필 원고 작업은 좀체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노작(勞作)이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다.
1968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이 전 원장은 1998년 퇴직할 때까지 문화부장, 편집국 국장, 논설위원, 종교 전문위원을 지냈다. 기자로 일하는 동안 대부분을 종교 담당 기자로 활동했다.
지은 책으로는 '혜능평전', '선시', '한국불교의 현주소' 등 다수가 있다.
edd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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