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 폴 공화의원 "우리가 먹여주고 입혀줬는데도 감사해하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잇따른 인종차별 발언이 뜨거운 논란을 초래한 가운데 측근인 랜드 폴(켄터키) 상원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감싸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신들이) 왔던 곳으로 돌아가라"고 저격한 민주당의 유색인종 여성 신예 4인방 중 한 명인 일한 오마(미네소타) 하원의원에게 "소말리아행 티켓을 끊어주겠다"고 막말을 퍼부은 것이다. 오마 의원은 소말리아 난민 출신 초선의원으로 이슬람교 신자다.
공화당 중진인 폴 의원은 지난 주말 극우 매체인 '브레이트바트'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기꺼이 그에게 소말리아 방문 티켓을 사줄 용의가 있다"며 "재앙 그 자체인 소말리아를 방문하고 돌아오면 미국을 더 높이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오마는 '미국은 끔찍한 곳이다. 여기에는 정의가 있을 줄 알았는데 정의가 없다'라고 말했다"면서 "우리는 그를 먹여주고 입혀주고 학교도 보내줬다. 그런데 이것 봐라, 미국이 끔찍한 나라라고 말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폴 의원은 "켄터키에서 만난 소말리아와 보스니아 출신 주민의 대다수는 미국에 감사하다고 말한다"면서 "오마는 자신이 얻을 수 있었던 것에 전혀 감사해하지 않는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폴 의원의 주장과 달리 오마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 발언과 강경 이민정책을 비판하긴 했지만, 미국을 끔찍한 나라라고 표현한 적은 없다고 WP는 지적했다.
오마 의원은 폴 의원이 자신을 비난한 사실이 알려지자 트위터에서 코미디언 톰 아널드가 쓴 글을 리트윗(전달)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아널드의 글은 폴 의원이 2017년 자택에서 이웃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갈비뼈 5개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한 일을 별일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폴 의원에 대한 정치적 폭력을 요청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올해 1월 하원에 처음 입성한 오마 의원은 줄곧 논란의 중심에 서며 보수진영의 공격을 받았다. 미 정계에 영향력이 막강한 유대인 로비단체를 비난해 반(反)유대주의 논란을 낳았고, 9·11 테러에 대해선 "일부 사람들이 뭔가를 저질렀다(Some people did something)"라고 발언해 살해 위협을 받기도 했다.
공화당과 보수 진영은 미국민에게 크나큰 상처로 남아있는 9·11 테러 공격을 대단치 않게 여긴 것이라고 분노했고,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오마 의원을 지지층 결집을 위한 먹잇감으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9·11 테러 장면과 오마 의원의 발언 장면을 교차 편집한 영상을 트위터에 올려 보수층을 자극했고, 그 후 오마 의원은 의회 경호팀의 신변 보호를 받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마 의원을 비롯한 유색 여성의원 4인방에게 원래 나라로 가라고 막말을 한 데 이어 지난 주말에는 민주당의 흑인 중진인 일라이자 커밍스(메릴랜드) 하원의원을 향해 "잔인한 불량배"라고 비난하며 인종차별 논란을 더욱 부채질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인종 편가르기는 2020년 대선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백인 유권자를 결집해 재선 고지에 오르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투표자 중 백인은 72.8%에 달했지만, 흑인과 히스패닉은 11.9%와 9.6%, 아시아는 3.5%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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