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 시위로 중단한 하와이 마우나 케아 정상 천문대 재가동

입력 2019-08-12 11:17  

원주민 시위로 중단한 하와이 마우나 케아 정상 천문대 재가동
도로봉쇄 그대로 둔 채 우회…2천시간 관측 손실 고육책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하와이 원주민과의 갈등으로 4주 가까이 멈췄던 마우나 케아 산 정상의 천체 망원경들이 재가동된다.
외신과 과학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마우나 케아 정상에 있는 천문대 측은 갈등이 장기화함에 따라 일단 원주민 시위대에 천문대로 올라가는 차량 명단과 시기를 통보하고 천체 관측을 재개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9일 시위대 및 법 집행 당국과 합의한 것으로 발표됐지만 준비작업을 거쳐 실제 재가동하는 데는 며칠에서 몇주 더 걸릴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대는 도로 봉쇄는 그대로 유지하되 천문대 관계자나 차량이 봉쇄를 우회해 천문대로 올라가는 것을 막지 않기로 했다. 시위대 관계자는 이와관련, 천문대 측의 천체 관측 중단이 "비무장, 비폭력 시위대가 두려워" 스스로 결정한 것으로 시위대를 탓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와이 원주민 시위대는 신성시해온 마우나 케아 산 정상이 더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직경 '30m 망원경(TMT·Thirty Meter Telescope)' 설치 공사에 수년 전부터 반대해 왔으며, 대법원 판결과 주정부 최종 승인 등을 거쳐 공사가 재개된 지난달 15일부터 정상 접근로를 봉쇄했다.
천문대 측은 시위대의 도로 봉쇄로 천체 망원경에 24시간 접근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이튿날부터 망원경 가동을 중단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지금까지 11개 천문대에서 2천시간 이상의 천체 관측이 취소되는 등 과학 연구에 차질이 커지자 고육책으로 도로봉쇄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망원경 재가동 준비에 나서게 됐다.
천문학자들은 이번 갈등으로 진행되지 못한 천체 관측이 약 450편의 동료심사(peer-reviewed) 과학논문을 내놓을 수 있는 분량으로 보고 있다.
하와이섬의 마우나 케아 산 정상에 약 50년 전 첫 망원경이 설치된 이후 폭풍우나 지진 , 장비 점검 등을 이유로 관측이 중단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장기화한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지적됐다.
해발 4천205m로 하와이에서 가장 높은 곳인 마우나 케아 산 정상은 건조한 기후에다 하늘이 맑고, 도심의 빛 공해가 없어 북반구 천체를 관측할 수 있는 최적지로 꼽혀왔으며, 대학 및 대학 연합체 등의 첨단 망원경이 집중적으로 배치돼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와 프랑스, 일본 등 다른 나라 정부도 연구비를 지원하고 독자적으로 또는 그룹으로 관측에 참여하고 있다.



마우나 케아 산에 천체망원경을 운용 중인 동아시아천문대의 제시카 뎀프시 부소장은 AP통신과의 회견에서 "천문학자들이 놓친 것 중에는 아주 중요해 노벨상을 받을 만한 것이 있을 수도 있다"고 아쉬워 했다. 실제로 마우나 케아에 있는 W.M.켁 천문대 망원경이 수집한 초신성(supernova) 관측 자료는 우주의 가속 팽창을 입증해 2011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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