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무역흑자 누리는 유럽·日, 미중마찰 격화에도 제동 못 걸어
日 니혼게이자이 "G7 균열이 세계 경제 성장궤도 복귀 어렵게 해"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주요 선진 7개국(G7) 정상회의 첫날 회의에서 무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 문제가 논의됐지만, 경기하강 위험에 '만전의 대처'를 한다는 원론에만 의견을 같이했을 뿐 구체적인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이에 따라 무역과 금융, 통화정책 등을 둘러싼 내부 균열의 심화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G7 자체가 세계 경제의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26일 지적했다.
중국은 프랑스에서 G7 회의가 개막하기 직전인 지난 23일 미국산 원유와 농산물에 보복관세를 물리겠다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즉각 중국제품에 대한 추가관세 세율을 올리겠다고 공언해 미중 마찰이 한층 격화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피해는 미국 이외 G7 국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독일은 중국경제 둔화로 자동차 등의 대중수출이 줄어 4~6월 실질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0.1% 감소했다. 7~9월에도 마이너스 성장에 빠져 경기후퇴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도 수출이 7월까지 8개월 연속 전년 동기 실적을 밑돌았다.
정상적이라면 유럽과 일본이 미국에 중국 등과의 무역마찰을 억제하도록 강력히 촉구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미국은 유럽연합(EU)과는 1천693억 달러, 일본과는 676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안고 있다. 미국은 이를 근거로 EU와 일본에도 불균형 시정을 위한 무역협상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과 일본 모두 자칫 트럼프를 자극해 더 강한 압력을 받는 사태를 피하려고 미국에 브레이크를 거는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미국은 EU에서 수입하는 자동차와 부품에 추가관세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U가 유럽 항공기 메이커 에어버스에 주는 보조금에 대해서도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프랑스가 IT(정보기술)기업에 부과키로 한 디지털세에 대한 보복으로 프랑스산 와인에 대한 추가관세 부과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EU 측도 미국이 추가관세를 부과하면 보복할 태세여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협력 분위기가 높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를 개혁해 WTO 중심의 자유무역체제를 확립하자고 주창했다. 일본 정부는 정상들이 "WTO 개혁의 필요성에는 대체로 동의했다"고 설명했지만 WTO에 대한 미국의 불신이 깊어 실제 개혁이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
세계 경제 하강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필요에 따라 기민하게 '만전의 대책'을 취하기로 합의했지만 "개별정책은 별로 논의되지 않은"(일본 정부 관계자) 것으로 알려져 실효성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금융정책을 놓고도 일본과 유럽, 미국이 서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7월말 10년반만에 금리를 내린 데 이어 미중마찰 격화를 배경으로 9월 이후 추가금리인하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9월에 금리인하 등 추가 완화정책을 내놓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완화 정책은 경기와 물가 인상뿐 아니라 금리인하를 통해 자국 통화약세를 초래한다. 통화약세는 자국 제품의 수출경쟁력을 높인다. 트럼프 정부는 달러화 약세도 염두에 두고 연준에 금리인하압력을 강화하는 한편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 위안화 약세 유도 견제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약세 유도라며 ECB의 추가완화 움직임도 비판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과 유럽의 금융 추가완화정책으로 엔화 강세가 진전되면 일본은행도 금융완화로 내몰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지만 일본의 경우 완화여지가 별로 없어 환율전쟁이 가속화하면 일본은 어려운 입장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G7 회원국 사이에서는 현재 재정확대론이 활발히 거론되고 있다. 건전재정에 중점을 둬온 독일에서도 재정확대론이 부상하고 있고 일본도 10월 소비세율 인상을 전후해 대책이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재정 확대는 일시적인 수요창출 효과는 있어도 지속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공적채무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일본과 미국은 재정지출을 크게 늘릴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두고 니혼게이자이는 G7내의 심각한 균열이 세계경제의 성장궤도 복귀를 어렵게 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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