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분열 조짐…美와 협상에 반발한 강경파, IS로 눈돌려"

입력 2019-08-28 10:59  

"탈레반 분열 조짐…美와 협상에 반발한 강경파, IS로 눈돌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 기자 = 18년 넘게 끌어온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끝내기 위해 미국과 반군조직인 탈레반이 평화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탈레반이 분열될 조짐을 보인다고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과의 협상에 반대하는 수천 명의 탈레반 내 강경파가 조직에서 탈퇴한 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 에 합류하려 한다는 것이다.
신문에 따르면 탈레반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프간에서 손을 떼려고 하고 있어 아프간에서 외국 군대의 주둔 종료가 가시권에 들었다고 확신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협상을 위해 미국 관리들과 대좌한 것에 대해 반발하는 강경파 군지휘관들과 탈레반 지도부 간에 갈등이 생겨 탈레반이 분열될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수천 명의 전사를 휘하에 둔 탈레반 지휘관들은 자신들이 전장에서 어렵게 얻은 전과를 지도부가 미국과 협상함으로써 헛되게 하려 한다고 비판하고, 이들 가운데에선 탈레반 탈퇴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례로 2주 전 발생한 탈레반 최고 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자다를 겨냥한 폭탄테러는 탈레반 분열을 노린 조직의 소행으로 드러났다.
아프간 북부 쿤두즈에 있는 탈레반 군지휘관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수년간 싸워서 외국 군대를 물리치고, 아프간 괴뢰정부를 제거하는 데 근접했다"면서 "많은 군 지휘관들은 계속 싸우기를 원한다. 이 (미국과의 평화) 협상은 치욕을 피하려는 미국의 체면 살리기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미국과의 협상에 반발하는 탈레반 강경파들은 IS의 구애를 받고 있다.
IS는 지난 17일 수도인 카불의 결혼식 연회장에서 어린이를 포함해 63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다친, 폭탄테러를 일으키며 건재를 과시했다.
평화협상에서 미국이 내세우는 최대 조건은 탈레반이 9·11 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와의 관계를 청산하고 아프간이 서방 공격의 전초기지로 이용되는 것을 불허하는 것이다.

탈레반은 이 같은 요구를 지킬 것을 자신하고 있으나 알카에다가 여전히 활동하고 있고, IS가 알카에다를 대체하기 위해 아프간 내부로 옮겨오고 있어 아프간은 계속해서 테러범들의 은신처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평화협상에 관여하는 IS 및 탈레반 대원, 아프간 관리, 서방의 외교관들은 강경파의 IS 합류로 탈레반이 분열되면 평화협상이 깨질 수 있다는 데 공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탈레반은 자신들을 '집권을 기다리는 정부'로 칭하고 있다. 그러나 탈레반이 집권하는 순간 또 다른 내전이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IS는 지난 2년여간 미국과 아프간 정부군의 막대한 지상 및 공중 공격으로 동부지역의 근거지에서 패퇴했다는 게 아프간 정부의 공식 입장이지만 IS는 최대 5천여명의 조직원을 유지하며 점령지를 통치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또 지난 17일 있었던 카불 결혼식장 테러는 IS가 여전히 위험이 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탈레반이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 앉자 IS는 자신들을 샤리아(이슬람법)와 지하드(이슬람성전)의 진정한 수호자라고 자칭하고 있으며 미국이 철수해 아프간이 혼란에 빠지면 IS가 그 공백을 차지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에 따라 물라 무하마드 오마르와 함께 탈레반을 공동 설립한 인물로 미국과 협상을 이끄는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는 미국과 평화협상 타결 시 이를 일반인에게 잘 이해시키고 탈레반의 단합을 유지하는 막중한 임무를 떠맡게 됐다.
탈레반 최고지도자 아쿤자다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지난 16일의 폭탄테러는 탈레반 내 분파 간 갈등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신문은 미국과의 평화협상이 타결돼 미군 철수가 시작되더라도 아프간의 권력분점에 대한 협상은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쿤자다를 비판하는 탈레반 분파의 고위 인사는 이 신문에 "오마르는 우리에게 협상하지 말고 싸우라고 가르쳤지만, 아쿤자다 지도부는 탈레반 이데올로기를 저버렸다. 미국은 탈레반 지도부를 죽였다. 우리는 그들의 피를 잊지 않고, 평화협정에 서명하기 위해 우리 지휘관을 살해한 사람들과 마주 앉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bings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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