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서 불과 40여㎞ 떨어진 벨라루스에 원전 들어서
내달 1일 방사능 누출 대응훈련 실시…요오드제도 대량 비축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국 HBO에서 방송돼 올해 최고 화제작으로 꼽힌 드라마 '체르노빌'이 촬영된 장소인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가 방사능 공포에 휩싸였다.
4일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빌뉴스시는 내달 1일부터 4일간 방사능 누출 대응훈련을 할 예정이다.
현지 당국자는 "사이렌과 구조대원, 헬기 등 체르노빌 TV 시리즈에서 나왔던 모든 걸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일부 지역에선 실제로 주민이 대피하는 훈련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빌뉴스에서 동쪽으로 40㎞가량 떨어진 벨라루스 아스트라베츠 지역에 러시아 기술로 건설돼 조만간 가동에 들어가는 원자력 발전소가 안전하지 않다는 우려 때문이다.
아스트라베츠 원전 공사 현장에선 2012년 착공 이후 노심을 덮는 330t 무게의 격납용기가 크레인에 들려 옮겨지다 떨어지는 등 각종 사고가 벌어졌지만 대부분 공개되지 않아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일각에선 러시아 원자력공사(로스아톰)의 원자로 2기가 설치된 아스트라베츠 원전이 지진 위험이 있는 불안정한 지층 위에 지어졌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대중의 불안이 커지자 리투아니아 정부는 결국 90만 유로(약 12억원) 상당의 요오드제를 구매해 비축하기로 했다.
이는 280만 리투아니아 국민의 3분의 1이 복용할 수 있는 분량이다. 요오드제는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 시 생성되는 방사성 아이오딘이 갑상샘에 축적되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또, 아스트라베츠 지역을 거쳐 빌뉴스로 흘러드는 하천에 대해서도 실시간으로 방사능 오염 여부를 측정할 계획이다.
리투아니아 국민들 사이에 불안감이 고조되는 데는 사상 최악의 원자력 참사였던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은퇴한 간호사라고 밝힌 현지 주민은 "난 체르노빌이 폭발한 그 날을 명확히 기억한다. 이건 매우 불안감을 주는 상황"이라면서 "(원자력) 발전소는 대체로 무섭지만 (아스트라베츠 원전은) 가까워서 더 무섭다"고 말했다.
내달 1일 아스트라베츠 원전에 처음으로 연료를 주입할 예정인 벨라루스 정부는 원전의 안전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이런 우려를 일축했다.
하지만, 빌뉴스시 당국은 비록 가능성이 작을지라도 원자력 사고가 난다면 파멸적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며 "준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맞받았다.
리투아니아는 2009년 자국 전력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던 이그날리아 원전을 체르노빌 원전과 같은 기종이란 이유로 가동 중단한 바 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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