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따라 '살인 경찰' 안아주고 성경 건넨 美판사 '도마'

입력 2019-10-04 16:38  

유족 따라 '살인 경찰' 안아주고 성경 건넨 美판사 '도마'
동생의 '용서의 포옹' 뒤따른 뒤 성경읽기도…시민단체 "사법윤리 어긋나"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법정에서 형을 총격 살해한 가해자를 용서한다며 안아준 동생의 모습이 미국 사회에 큰 감동을 준 가운데, 덩달아 가해자를 포옹하고 성경까지 건넨 판사의 행동이 도마 위에 올랐다.



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태미 켐프 텍사스주 댈러스카운티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지난 2일 흑인 남성 이웃을 총격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경찰관 앰버 가이거(31)의 재판 말미에 판사석에서 내려와 가이거를 껴안고 격려했다.
백인 여성인 가이거는 지난해 9월 자신의 집을 착각하고 다른 집에 들어갔다가 그곳에 살던 보탐 진(사망 당시 26세)을 강도로 오인해 총격 살해한 죄로 이날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재판 도중 희생자의 동생 브랜트(18)가 가이거를 용서하겠다며 포옹해도 될지를 묻자, 켐프 판사는 기꺼이 허락하면서 뒤이어 자신도 비슷한 행동을 했다.
켐프 판사는 이날 가이거에게 성경을 건네며 "내 것을 가져도 된다. 집에 서너 권이 더 있다"고 말하고, 요한복음 3장 16절을 가리켜 "이 구절이 다음 달부터 당신의 할 일"이라고 일러주기도 했다.
요한복음 3장 16절은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다'라는 구절로 성경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구절 중 하나다.
감격한 가이거는 자리에서 일어나 켐프 판사를 끌어안았고, 켐프 판사도 그의 등을 두드려주며 화답했다.
이들의 포옹은 10초간 이어졌고, 주변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들이 눈물을 닦아내는 모습도 포착됐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는 켐프 판사의 행동이 사법 윤리에 어긋난다며 당국에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종교로부터의 자유 재단'(FFRF)은 텍사스주 당국에 보낸 서한에서 판사가 법정에서 성경을 건네고, 구절을 일러준 행위에 대해 "재판관으로서 심각한 권력 남용을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켐프 판사가 살인 사건 재판이라는 무거운 사법 절차를 이행하는 공직자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종교적 신념을 전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백인 경관의 흑인 살해 사건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만약 가해자가 흑인이었더라도 켐프 판사가 똑같이 행동했겠느냐는 의문도 제기했다.
반면 과거 켐프 판사의 상사이자 텍사스주 최초의 흑인 검사였던 크레이그 왓킨스 전 댈러스카운티 지방검찰청장은 켐프 판사의 행동이 "단지 그의 기독교적 성격일 뿐"이라고 두둔했다.
왓킨스는 AP에 "오늘날 판사들의 삶의 경험과 종교적 관점은 우리가 과거에 봤던 것과는 다르다"면서 "우리 사법제도가 그만큼 발전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켐프 판사의 행동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합리적인 지적이라면서도, 이미 재판이 끝난 데다 당시 배심원단이 해산됐기 때문에 행위의 타당성을 가늠하는 것은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sy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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