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침묵하는 다수, 극렬 시위 '흑위병'에 반감"

입력 2019-10-21 18:02  

"홍콩의 침묵하는 다수, 극렬 시위 '흑위병'에 반감"
SCMP "시위대 폭력 두려워 의견 못 내는 시민들 상당수"
여론조사에선 시위대보다 경찰·정부 비난 목소리 훨씬 커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 시위가 갈수록 격렬해지는 가운데 상당수 홍콩 시민이 극렬 시위에 반감을 지니고 있지만, 시위대의 폭력이 두려워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1일 보도했다.
SCMP는 750만 홍콩 시민의 절대다수가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최근 자사와 접촉하는 많은 독자가 이와 상반된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시위대의 폭력 행위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지니고 있지만, 길거리를 점령한 시위대의 위세에 눌려 감히 이러한 의견을 표출하지 못한다는 얘기이다.
한 독자는 "단순하게 말해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며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에 대해 시위대가 행사하는 폭력 등을 보고 나면 내 가족이나 친구들은 두려움으로 말을 하길 꺼린다"고 전했다.
다른 독자는 "온라인 포럼 'LIHKG'나 페이스북 등에서 내 의견을 표출했지만, 자유와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폭력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주장에 파묻히고 말았다"고 밝혔다.
한 시민은 홍콩 시위대에 대해 '흑위병'(黑衛兵)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문화대혁명 당시 반혁명 분자를 색출하고 폭력을 가하는 데 앞장선 홍위병(紅衛兵)에 빗댄 말이다. 홍콩 시위대는 중국에 항의하는 의미로 검은 옷을 입고 시위에 참여한다.
이 시민은 "자유를 위해 싸우는 시위대에게서 나는 일종의 '파시즘'을 느낀다"며 "이들이 벌이는 난동을 보면 문화대혁명 당시 홍위병이 생각나 나는 이들을 남몰래 '흑위병'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다른 시민은 "카페에서 아내와 얘기를 나누던 중 시위대의 행동이 지나치다고 말한 순간 건너편에 있던 사람이 나를 노려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며, 아내와 함께 재빨리 자리를 떴다"고 밝혔다.
그는 "시위 사태 이전보다 표현의 자유가 더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근 에드윈 초이 홍콩변호사협회 부회장은 협회가 시위대의 폭력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며 사임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로는 아직 시위대보다는 경찰의 강경 진압이나 정부의 정치적 무능을 탓하는 목소리가 더 큰 것으로 보인다.
홍콩 중문대학이 15세 이상 7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 이상이 '정부가 시위대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탓에 시위대가 행동의 수위를 높이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에 대해서도 절반 이상이 정부를 탓했으며, 시위대를 탓하는 응답자는 9.6%에 불과했다.
다만, 응답자의 20%는 '시위대의 지하철역 파괴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했으며, 15%는 '(중국계) 상점 파괴', 7%는 '화염병 투척'을 용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한편에서는 시위 사태의 해결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표출하는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운동도 펼쳐지고 있다.
'홍콩인이여 이야기하자'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기업가 찬드란 네어는 "미래를 향한 첫걸음은 무엇보다 '대화'일 것"이라며 "다른 집단 사이의 정치적 이견을 좁히려고 애쓰는 것이 아닌,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를 쌓으려는 노력을 우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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