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츠앱稅 230원'에 성난 레바논 민심…총리사퇴로 이어져(종합2보)

입력 2019-10-30 04:17  

'왓츠앱稅 230원'에 성난 레바논 민심…총리사퇴로 이어져(종합2보)
실업·부패에 염증 시민들 거리로…시위 12일만에 하리리 총리 물러나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가 29일(현지시간) 총리직에서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하리리 총리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 목소리를 최대한 들으려 했지만 나는 막다른 길에 갇혔다. 이번 위기를 헤쳐나가려면 충격 요법이 필요하다. 대통령에게 사퇴서를 제출하겠다"라고 말했다.
레바논에서는 실업난 해결, 부패 청산 등 개혁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17일부터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17일 레바논에서 많이 쓰는 왓츠앱 등 스마트폰 메신저에 하루 20센트(약 230원)의 세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하자 시민들이 이에 항의하며 거리로 나섰다.
만성적인 민생고와 실업난에 고통받던 레바논 시민에게 이 '왓츠앱 세금'은 민심의 누적된 분노에 불을 붙이는 도화선이 됐고 결국 시위 12일만에 총리가 사퇴했다.하리리 총리가 부랴부랴 21일 공무원 봉급 삭감, 은행에 대한 자금 지원 등 개혁 조처로 발등의 불을 꺼보려고 했지만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이뤄지지 않아 시위를 잠재우지 못했다.
레바논의 국가 부채는 860억 달러(약 103조원)로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50%나 되며 35세 미만 청년층의 실업률은 약 37%나 될 정도로 심각하다. 시리아 내전으로 난민이 유입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부담이 됐다.
그의 사퇴 소식에 반정부 시위대는 크게 환영했다고 주요 외신이 전했다.
그러나 정부를 대표하는 총리의 사임으로 레바논 정세의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라미 쿠리 베이루트 아메리칸대학 교수는 "하리리 총리의 사퇴는 반정부 시위의 큰 승리이고 결정적 전환점이다"라면서도 "그는 레바논 연정의 약한 고리로 낮게 달린 과일처럼 사임하기 쉬운 인물이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반정부 시위대의 요구처럼 정파에 휩쓸리지 않은 전문 관료로 구성된 정부를 헤즈볼라와 대통령이 동의할 것인지가 향후 관건이다"라고 전망했다.
레바논의 대표적인 재벌인 하리리 총리는 2009∼2011년 총리를 역임한 뒤 2016년 12월 다시 총리로 선출됐다.
그는 수니파와 마론파 기독교, 무당파가 연대한 정파인 '미래 운동'의 수장으로, 친이란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연정을 구성했다.
미래 운동과 헤즈볼라는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와 관계를 놓고 종종 충돌을 빚었다. 하리리 총리는 사우디 태생으로, 사우디 시민권을 보유했고 사업 기반도 사우디다. 그만큼 사우디와 밀접하지만 시리아의 개입에는 반대한다.
헤즈볼라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지원으로 시리아 내전 초기부터 병력을 보내 시리아 정부를 지지했다.


그는 2017년 11월에는 이란, 헤즈볼라 세력에 살해 위협을 당했다면서 사우디에서 돌연 총리 사퇴를 발표했다가 번복했다. 이란은 미국, 사우디가 하리리 총리를 사우디에서 '인질'로 잡고 중동의 긴장을 고조하고 레바논에 개입하려고 사퇴 공작을 꾸몄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수도 베이루트에서는 이날 정부를 지지하는 세력이 반정부 시위대를 습격하는 일이 벌어졌다.
29일 정부를 옹호하는 헤즈볼라와 시아파 정파 아말의 지지자들이 베이루트의 주요 도로를 막고 반정부 시위대가 설치한 텐트를 공격하고 불을 질렀다.
이를 막으려는 반정부 시위대와 물리적 충돌도 벌어졌다.
로이터통신은 헤즈볼라, 아말 지지자들이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시위 초기 동요 '아기 상어'를 합창하고 음악에 맞춰 춤추면서 축제 분위기에서 진행된 반정부 시위는 친정부 세력과 충돌, 도로를 막은 연좌 농성에 대한 정부의 진압이 시작되면서 과격화하고 있다.
종파, 종족이 뒤섞인 레바논의 통치 체계는 세력 간 균형을 예민하게 고려한 권력안배주의(Confessionalism)를 원칙으로 해 '하이브리드 정권'이라고 별칭이 붙었을 만큼 독특하다.
4년 만에 한 번씩 직접 선거로 의회가 구성되고, 의회는 6년 단임의 대통령을 선출한다. 대통령과 연정을 통해 의회의 다수를 차지하는 정파는 협의를 통해 실권자인 총리를 임명한다.
단, 종파간 세력 균형을 위해 대통령은 마론파 기독교,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 의회 의장은 이슬람 시아파 출신이 각각 맡는다.
명목상 대통령제이지만 실권은 총리가 쥐는 내각제에 가깝다. 정부 구성권을 보유한 의회는 기독교(마론파, 아르메니아 정교, 그리스 정교)와 이슬람이 절반씩 차지한다.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이 하리리 총리의 사표를 수리하면, 의회와 논의해 차기 총리를 선임해야 한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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