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진압' 홍콩 경찰관의 고백…"우리는 안정 위한 도구다"

입력 2019-10-30 10:35  

'시위진압' 홍콩 경찰관의 고백…"우리는 안정 위한 도구다"
영국 가디언과 인터뷰…"간부들은 뒤로 숨고, 우리는 방패"
시위 장기화·과격화하면서 강경진압에 불만 품은 경찰 생겨
"경찰관 대다수, 시위대에 적대감 느껴…루시퍼 효과 작용"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민주화를 요구하는 홍콩의 시위가 장기화·과격화 양상을 띠고 이에 맞서 경찰도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홍콩 경찰 내부에 시위진압 방식에 불만을 가진 경찰관도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일간 가디언은 29일(현지시간) 홍콩 경찰의 강경한 시위 진압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 한 경찰관을 인터뷰한 기사를 실었다.
가디언에 따르면 홍콩의 경찰관 래리 영(가명)은 요즘 고독감을 느끼고 있다.
경찰에 투신한 지 20년이 넘은 래리 영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사회에 봉사하고 약자들을 돕기 위해 경찰관이 됐다.


그는 경찰관의 가치와 임무를 적은 리스트를 보여주면서 "나는 배운 것을 준수했다"고 말했다.
경찰관이 지녀야 할 가치와 임무에는 '법치의 준수', '공정과 동정심', '시민의 권리에 대한 존중' 등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과격화하는 시위대에 맞서 홍콩 경찰도 물리적인 시위 진압방식을 사용하는 요즈음 그는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흔들리고 있다고 고백했다.
래리 영은 "경찰은 시민을 보호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안정 유지'를 위한 당국(홍콩 정부)의 도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쑨 웃음을 지으면서 "고위 간부들은 뒤로 숨어버리고, 우리는 방패가 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안)으로 촉발된 홍콩의 시위가 5달째 이어지면서 홍콩 경찰과 시위대 간의 적대감은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홍콩 경찰은 시위대의 투석과 방화 등 과격시위에 맞서 최루탄, 고무탄 등을 발사하고 물대포를 쏘는 것은 물론 진압봉으로 시위대를 구타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급기야 신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일이었던 지난 1일에는 홍콩 경찰이 처음으로 실탄을 발사해 18세 고등학생이 중상을 입었다.


이어 사흘 뒤인 지난 4일에도 14세의 소년이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부상했다.
시위에 가담했다 체포됐던 한 명문대 여대생이 구치소에서 경찰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하는 일도 일어났다.
지난 4개월간 체포된 시위대가 2천700명이 넘을 정도로 홍콩의 시위는 과격하게 전개되고 있다.
홍콩 정부는 지난 5일부터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복면금지법'을 시행하는 등 과격시위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복면을 쓴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보도블록이나 화염병을 던지고, 지하철역이나 친(親)중국 성향으로 알려진 회사의 매장을 파괴하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홍콩의 시위는 시위대의 과격시위가 경찰의 강경 진압을 낳는 등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래리 영은 "우리가 경찰학교에서 공권력을 최소한도로 사용해야 한다고 배웠다. 경찰관은 징벌하는 사람이 아니다"면서 "하지만 현재 대다수의 경찰은 '폭도'를 '징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심지어 비폭력적인 시위대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끔찍한 것은 대다수의 경찰관은 그것을 문제로 여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래리 영은 시위 진압 경찰이 점점 잔인한 행위를 하는 이유에 대해 경찰관들의 대다수가 시위대에 대해 적대감을 갖고 공권력을 남용할 유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고 설명했다.
래리 영은 주변 환경이 악한 행동을 유발한다는 '루시퍼 효과'를 들어 홍콩 경찰관의 과격 시위 진압 양상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그것은 루시퍼 효과다. 권력이 사람들을 미치게 한다"면서 "그들은 분노하고 있고 출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은 홍콩 경찰의 평판을 희생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6월 9일부터 범죄인 인도법안에 반발하면서 시작된 홍콩의 시위사태는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의 법안 철회 선언에도 불구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jj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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