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잦아들어…경찰 "이공대사태 해결, 데드라인 없어"(종합3보)

입력 2019-11-23 01:21  

홍콩 시위 잦아들어…경찰 "이공대사태 해결, 데드라인 없어"(종합3보)
"캠퍼스에 폭발물·화염병 많아"…이공대 잔류자 수십명 불과
'복면금지법 위헌' 결정마저 홍콩 정부 이의 제기에 시행 보류




(홍콩·선양=연합뉴스) 안승섭 차병섭 특파원 = 강경파 신임 경찰 총수의 취임 후 시위 진압이 초강경 기조로 바뀌면서 홍콩 시위 규모가 크게 줄고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 또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경찰 포위 엿새째를 맞은 시위대 '최후의 보루' 홍콩 이공대에서도 이탈자가 계속 늘어나 남아 있는 사람은 수십명 수준에 불과하다. 홍콩 고등법원이 '복면금지법 위헌' 결정을 내렸지만, 홍콩 정부의 이의 제기에 그 시행이 미뤄지고 있다.
이에 지난 6월 초부터 이어져 온 홍콩 시위 사태가 사실상 종결 국면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신임 경찰 총수인 크리스 탕 경무처장은 이공대 사태 해결과 관련해 "데드라인이 없다"면서 포위를 이어갈 뜻을 밝히고, 시위대에 캠퍼스에서 나올 것을 촉구했다.





◇ 12살 소년 기소 '최연소' 기록…강경진압에 거리 시위 사라져
탕 경무처장 취임 사흘째를 맞은 22일 시위대에 대한 경찰의 '초강수'가 이어졌다.
전날 홍콩 경찰은 12살 소년을 형사훼손 혐의로 기소해 지난 6월 초 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후 최연소자 기소 기록을 세웠다.
이 소년은 지난달 31일 저녁 몽콕경찰서 벽에 검은 페인트로 '깡패 경찰'이라고 적은 후 프린스에드워드 지하철역 입구에도 '자유 홍콩' 등의 구호를 적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소년의 어린 나이를 감안할 때 보호관찰 등의 처벌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이지만, 홍콩 경찰이 12살 소년까지 기소한 것은 시위대에 대한 강경 대응 기조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0일 홍콩 경찰은 242명을 무더기로 기소해 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후 하루 기소 인원으로 최대 기록을 세웠다.
탕 경무처장의 취임 후 홍콩 경찰은 직장인들이 벌이는 '점심 시위', 학생들이 벌이는 '인간 띠 시위' 등 거리에서 벌어지는 모든 시위를 무조건 봉쇄하고 있다.
이에 전날 홍콩 도심 센트럴 지역의 점심 시위는 거리가 아닌 IFC 쇼핑몰 내에서 벌어졌으며, 전날 저녁 '7·21 백색테러' 규탄 집회도 위안랑 지역의 한 쇼핑몰 내에서 열렸다.
7·21 백색테러는 지난 7월 21일 밤 위엔룽 전철역에 100여 명의 흰옷을 입은 남성이 쇠몽둥이와 각목 등으로 송환법 반대 시위 참여자들과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 최소 45명을 다치게 한 사건을 말한다.
사건 발생 후 4개월을 맞아 열린 전날 집회는 상당히 큰 규모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으나, 참가자는 수백 명 수준에 불과해 예상에 못 미쳤다.
지난주 수천 명 수준에 달했던 센트럴 점심 시위 참가자도 21일에는 300여 명으로 크게 줄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에 "이틀째 홍콩이 평온을 유지했다"고 표현했다.
22일 센트럴 지역 점심 집회에서는 수백명의 시위대와 50명 정도의 경찰 지지자들 사이에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시위대는 경찰 지지자들을 향해 "중국으로 돌아가라"고 외쳤고, 경찰 지지자들은 "경찰이 우리를 지켜줄 것인 만큼 나서는 게 두렵지 않다"고 맞섰다. 하지만 이들의 충돌은 곧이어 도착한 경찰이 해산에 나서면서 마무리됐다.
한편 시위대가 던진 것으로 보이는 벽돌에 머리를 맞아 사망한 70대 노인의 가족은 기자회견을 열고 "아버지의 죽음이 증오를 끝내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 이공대 시위도 사실상 종식…"선거 승리 위해 시위 중단해야"
홍콩 시위대 최후의 보루인 이공대에서도 이탈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전날 20여 명의 시위자가 이공대를 떠나면서 이제 이공대 내에 남아있는 시위자는 수십 명 수준에 불과하다.
일부는 '결사항전'을 얘기하지만, 이공대 내 음식과 물자 등이 거의 바닥나 오래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닷새째 이어지는 전면 봉쇄로 의료 제공마저 힘들어지면서 설사, 위통 등에 시달리는 시위자도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새벽 최소 8명이 추가로 캠퍼스 시위대열에서 이탈하기도 했다.
시위대 내에서도 시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폭력 시위나 대중교통 방해 운동 등을 중단하고 향후 진로를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시위대의 온라인 토론방인 'LIHKG'에서는 오는 24일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의 승리를 기대하면서 정부가 선거를 연기할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당분간 시위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4일 구의원 선거에서는 18개 구에서 452명의 구의원을 선출하며, 송환법 반대 시위 등의 영향으로 범민주 진영이 친중파 진영을 누르고 이번 구의원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 경찰 총수, 이공대 시위 해결에 "데드라인 없어"
탕 경무처장은 이날 이공대 시위 해결과 관련해 경찰이 최종기한을 정하지 않겠다면서, 시위대가 밖으로 나와 평화적으로 해결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탕 경무처장은 "우리는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끝내고 싶다. 데드라인을 정하지 않았다"면서 "캠퍼스에 폭발물과 화염병이 많다.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위대를 향해 "가족과 친구 등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을 것"이라면서 "조속히 밖으로 나와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탕 경무처장이 이공대 시위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라는 게 SCMP 설명이다.
그는 미성년자나 치료가 시급한 시위대는 현장에서 체포하지 않겠다면서도, 경찰에 추후 미성년자를 체포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탕 경무처장은 홍콩 정부가 이공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투항한 미성년자 300여 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했다는 일부 보도를 부인했다.
그는 "미성년자는 홍콩을 떠나도록 허가될 것"이라면서 "성인은 기소되거나 법원에 의해 제한받지 않는 한 출국금지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공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투항한 시위대는 1천여 명에 이르며, 경찰은 이들 중 18세 미만 청소년 300여 명은 체포하지 않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경찰은 이들의 주민등록번호를 기록하고 사진을 찍은 후 미성년자라고 하더라도 나중에 기소 등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 '복면금지법 위헌', 홍콩 정부 이의 제기에 시행 보류
시위대에 한 가닥 희망을 줬던 복면금지법 위헌 결정도 그 시행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지난 18일 홍콩 고등법원은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한 복면금지법 시행이 홍콩의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달 5일부터 시행된 복면금지법은 비상 상황 시 홍콩 행정장관에게 비상대권을 부여하는 '긴급법'에 근거해 발동됐지만, 홍콩 법원은 긴급법 적용이 너무 광범위하게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수세에 몰리던 시위대 입장에서 이 결정은 홍콩 정부의 시위 강경 진압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조치로서 환영받았다.
하지만 전날 법원은 홍콩 정부의 이의 제기를 받아들여 '복면금지법 위헌' 시행을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다. 홍콩에서는 위헌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법원이 그 시행을 공표해야 효과가 발생한다.
홍콩 정부는 폭력시위를 막기 위해 복면금지법 유지가 필요하다며 법원에 상소를 제기할 방침이다.
홍콩 정부의 전날 결정은 복면금지법 위헌 결정을 맹렬하게 비난한 중국 중앙정부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홍콩 법원이 복면금지법 위헌 결정을 내리자 중국의 의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회(전인대)는 홍콩의 법률이 기본법에 부합하는지는 "전인대 상무위원회의 판단과 결정에 달렸다"는 성명을 냈다.
이는 홍콩의 사법 자치권 자체를 중국 중앙정부가 부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홍콩 내에서 불러일으켰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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