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둔 홍콩 '불안한 평온'…이공대 위생 악화(종합)

입력 2019-11-24 01:22  

선거 앞둔 홍콩 '불안한 평온'…이공대 위생 악화(종합)
'경찰 피격' 시위자 "투표로 더 많은 민주주의를"…정국 분수령 전망
"이공대 내 음식물 부패·화학물질 위험"…잔류 시위자 정신건강 우려도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격렬한 시위의 혼란 속에 구의원 선거를 하루 앞둔 홍콩에서는 23일(현지시간) '불안한 평온'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예상치 못한 사태로 인한 선거 연기를 막기 위해 시위대도 이날 경찰과의 충돌을 삼가는 가운데 후보자들의 선거 유세가 이어졌고, 지난 11일 시위현장에서 경찰이 쏜 총에 맞았던 차우 모 씨(21)가 시민들에게 투표를 독려하기도 했다.
경찰 포위 7일째를 맞은 홍콩 이공대는 캠퍼스 내 위생 상태가 나빠지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선거 하루 전 '평온'…시위 둘러싼 사실상 국민투표
로이터·AFP통신 등 외신은 6개월째 이어지는 시위에 대한 사실상의 국민투표 성격인 구의원 선거를 하루 앞둔 이날 대규모 집회나 시위대와 경찰 간에 큰 충돌 없이 불안한 평온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시위대가 선거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과격 행동을 자제했고, 민주 진영에서는 이번 투표의 결과로 홍콩 정부에 민의를 보여주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한 민주 진영 후보는 "지금은 진정하고 우리가 원하는 바를 문명화된 방식으로 정부에 얘기할 때"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는 유권자 413만명이 구의원 452명을 뽑는다. 등록 유권자 수가 2015년 선거 당시의 369만 명보다 크게 늘고, 1천90명이 출마해 최초로 무투표 당선자가 나오지 않게 되는 상황도 이번 선거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준다.
선거 결과는 시위 사태의 향방을 가를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선거에서는 시위 사태 등의 영향으로 지난 2003년 국가보안법 사태 때처럼 범민주 진영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친중파 진영은 우려를 금치 못하면서도 시위대의 폭력에 반감을 가졌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못한 '침묵하는 다수'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24일 선거에서 표심을 발휘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범민주 진영이 승리할 경우 수세에 몰린 시위대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친중판 진영이 예상 밖의 승리를 거둘 경우 시위대의 기세는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 당국은 선거가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사상 최초로 투표소마다 폭동진압 경찰을 배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찰 피격' 시위자, 투표 독려…"모든 표가 중요"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실탄에 복부를 맞았던 시위 참가자 차우 씨는 이날 "홍콩인들이 투표권을 행사해 평화로운 방법으로 더 많은 민주주의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투표를 독려했다.
시위대의 상징인 검은색 마스크와 옷을 착용하고 기자회견을 한 차우 씨는 "한 명이 더 투표하는 게 매우 큰 의미다. 모든 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업훈련학교 학생인 차우 씨는 지난 11일 오전 홍콩 사이완호 지역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실탄에 복부를 맞았다.
차우 씨는 총상으로 파열된 오른쪽 간 일부와 신장을 떼어내는 긴급수술을 했고, 지난 20일 퇴원했다.

한편 카오룽퉁 지역에서는 학부모와 자녀 등 100여 명이 최루탄의 안전성에 우려를 표하며 경찰에 최루탄 사용 중단을 촉구하는 합법 집회를 열고 행진했다.
마스크를 쓴 참가자들은 정부에 최루탄의 화학성분을 공개하라고 요구했고, 일부 참가자는 최루탄이 자주 사용된 지역에서 자녀가 피부 가려움증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영자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해 작고한 존 맥케인 전 미국 상원의원의 이름을 딴 '존 맥케인상'의 올해 공공서비스 리더십 분야 수상자로 홍콩시민들이 선정됐다고 전했다.▲▲


◇이공대 내 음식물 부패…잔류 시위자 정신건강 우려도
정확한 숫자가 파악되지는 않지만, 홍콩 이공대 내에는 며칠 전부터 수십명의 시위대만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캠퍼스 내 위생 등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공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투항한 시위대는 1천여 명에 이른다. 캠퍼스에는 이들이 썼던 옷가지와 물품, 각종 쓰레기는 물론, 화염병과 화학물질, 가스통 등 위험한 물품도 널려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홍콩 중등학교장협회 테디 탕 회장은 이날 캠퍼스에 남아있는 중고교생들을 만나 설득하기 위해 학교를 방문했지만, 10명 정도의 시위대만 목격했을 뿐 중고교생을 접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고 SCMP가 전했다.
그는 또 "식당과 일부 바닥에서는 음식물이 부패하기 시작했다. 냄새와 위생이 걱정된다"면서 "오랫동안 갇혀 있는 이들의 정신건강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경찰은 캠퍼스를 나온 시위대 중 미성년자나 치료가 시급한 시위대 외에는 현장에서 바로 체포하며, 미성년자도 추후 법적 처벌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홍콩 정부의 2인자인 매튜 청 정무부총리(정무사장)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그들이 침착함을 유지하고 평화롭고 현명하게 나오기를 바란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정부와 경찰은 그곳에 있는 사람을 걱정하고 있다"면서 "캠퍼스 안은 매우 위험하다. 위생 상황이 매우 나쁘고, 강력한 폭발성 화학물질이 분실된 상태"라고 우려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 주말 침사추이에서 열린 시위 진압에 나선 경찰의 사진을 찍어 경찰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22일 40대 남성 한명을 체포했다. 이 남성은 작전 중인 경찰을 휴대전화로 찍고 이를 온라인상에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bs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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