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카르텔, 美 테러단체 지정될까…멕시코 "주권침해는 안돼"

입력 2019-11-28 03:00  

마약 카르텔, 美 테러단체 지정될까…멕시코 "주권침해는 안돼"
트럼프 "테러단체 지정할 것" 발언에 멕시코 정부 촉각
전문가들 "트럼프 총기류·이민정책에 부메랑 될 수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 마약 카르텔을 테러 단체로 지정하겠다고 밝히면서 미국과 멕시코 모두에서 실제 지정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공개된 미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멕시코 마약 카르텔을 가리켜 "그들은 (테러 단체로) 지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멕시코 대통령에게 우리가 (멕시코로) 가서 마약 카르텔을 청소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며 "멕시코 대통령은 우리 제안을 거절했지만, 언젠가 조치는 취해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멕시코 카르텔이 미 국무부의 테러단체로 지정되면 관련자들의 미 입국이 불가능해지며, 이미 미국에 머물고 있는 이들은 추방된다.
카르텔을 지원하는 행위는 불법이 되고, 금융기관들은 카르텔과 관련된 자금을 발견하는 즉시 자금을 동결하고 재무부에 알려야 한다.
멕시코 카르텔이 사용하는 무기 상당수가 미국에서 넘어온 것임을 고려할 때 테러단체로 지정하면 당장 카르텔의 무기 입수를 어렵게 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알샤바브, 보코하람 등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와 콜롬비아 무장 반군 등이 미 국무부 외국 테러단체 목록에 올라와 있다.
카르텔의 테러단체 지정은 이전 정부에서도 여러 차례 검토됐지만 최근 미국인 가족이 멕시코 카르텔에 살해되면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달 초 멕시코 북부 국경지역에서 미국과 멕시코 이중 국적인 모르몬교 신자 여성 3명과 아이 6명이 카르텔의 총격을 받아 무참히 살해됐다.
자국민이 희생된 사건 이후 미국 내에서는 카르텔에 대한 강경 대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주요 일간지들이 사설을 통해 미국 정부의 노력을 촉구하기도 했다.
당시 살해된 이들의 가족은 지난 24일 백악관 청원 사이트에 멕시코 카르텔을 외국 테러단체로 지정해달라는 청원을 올렸다. 유족들은 "카르텔 테러리스트를 척결하기 위해 힘을 모을 때"라고 말했다.
청원이 올라온 후 멕시코 정부는 "미국이 멕시코 카르텔을 테러단체로 지정하려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으나 그 다음 날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정 방침을 밝힌 것이다.
멕시코는 미국 정부의 방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멕시코 정부 역시 마약 카르텔 때문에 골치가 아픈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테러단체 지정을 환영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멕시코 국내 문제 개입, 더 나아가 군사 개입까지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데다 멕시코 기업이나 정부에게까지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장관은 "멕시코는 국가 주권 침해를 의미하는 어떤 행동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미국 정부와 이미 대화 중"이라며 "주권과 자기 결정권을 지키기 위한 외교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협력은 좋지만 간섭은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주미 멕시코 대사 출신의 아르투로 사루칸은 워싱턴포스트(WP)에 미국 정부가 테러단체가 있는 국가로부터의 수입을 축소하거나 국제사회에서 그 국가에 불리하게 행동하는 등 해당 국가와의 협력을 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나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카르텔의 테러 단체 지정을 검토했다가 미국·멕시코 관계에 미칠 경제적 영향을 고려해 결국 지정에 나서진 않았다고 사루칸은 덧붙였다.
카르텔을 테러단체로 지정하는 것이 총기나 이민 문제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방향과는 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멕시코의 안보 전문가인 알레한드로 오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카르텔로의) 무기 판매가 테러 지원 행위로 여겨질 수 있다"며 총기 규제를 원치 않은 트럼프 정부가 이를 추진할지 회의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싱크탱크 워싱턴중남미연구소의 애덤 아이잭슨은 같은 신문에 "카르텔의 위협을 받는 이들은 미 국무부 지정 테러조직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된다"며 "이는 멕시코들의 미국 망명 신청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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