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닮은꼴' 레바논…반정부 시위 놓고 美-이란 세력 다툼

입력 2019-12-14 21:55  

'이라크 닮은꼴' 레바논…반정부 시위 놓고 美-이란 세력 다툼
美, 정권 교체 노려 시위 지지…親이란 현정부 경제난에 '수세'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두 달째 이어지는 레바논의 반정부 시위를 미국이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 레바논에서 미국과 이란의 세력 다툼이 고조하는 분위기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부패와 테러리즘과 싸우는 레바논 국민과 함께한다. 오늘 우리는 헤즈볼라의 재정을 불법으로 지원한 레바논 유력 사업가 2명을 제재했다. 헤즈볼라의 위협에 맞서도록 모든 수단을 계속 쓰겠다"라는 글을 올렸다.
헤즈볼라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지원하는 시아파 무장 정파다. 폼페이오 장관이 트윗에서 언급한 '테러리즘'은 이란을 지칭한 것이다.
레바논에서는 지난 두 달 간 민생고와 실업난을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10월 29일 사드 하리리 총리가 사퇴했지만 이후 정파 간 이견에 새로운 내각이 아직 구성되지 못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레바논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자 시위대를 지지했다.
표면상으론 부패한 레바논의 정치 기득권이 시민의 힘으로 퇴출당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를 기회로 삼아 헤즈볼라가 주도하는 정치 구도를 바꿔 그 지원자인 이란의 레바논에 대한 정치·군사적 영향력도 줄이려 한다.
레바논 정부는 이달 6일 미국, 프랑스에 생활필수품과 식량을 사기 위해 경제 원조를 요청했지만 서방은 이를 거절하면서 '신뢰할만한 정부'를 구성하라고 압박했다. 친이란 성향의 현 정부 교체를 요구한 것이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의회와 정부를 움직이는 주요 정파인 만큼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는 국면에서 수세적 입장에 있다.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사무총장은 13일 방송 연설에서 "새로운 총리 선출이 쉽지는 않다"라고 자인하면서 "의회가 16일 회의를 열어 각 정파가 낸 후보 중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이가 총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헤즈볼라가 레바논에 가장 위협이 될 것처럼 묘사하려고 안간힘을 쓴다"라며 "레바논의 국익은 안중에도 없는 그들이 반정부 시위에 대해 (국민이 헤즈볼라를 반대한다는)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거짓말한다"라고 비판했다.
서방 언론은 레바논 반정부 시위대가 헤즈볼라와 같은 기득권 정파를 배제하고 전문 관료로 이뤄진 새 정부를 구성할 것을 요구한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이웃 이라크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라크에서도 경제난과 민생고, 정부의 무능을 규탄하는 시위가 10월 1일 시작됐다.
의원 내각제인 이라크 정부는 현재 이란이 지원하는 시아파 민병대가 주축이 된 정파와 반외세·민족주의적 정파가 연정을 구성했다.
지난 두 달 반 동안 이어진 반정부 시위에서 군경의 발포로 약 450명이 사망하고 개혁이 지지부진한 책임을 지고 아델 압둘-마흐디 총리가 이달 1일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미국 정부는 이라크의 반정부 시위가 이란의 내정간섭에 쌓인 국민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시위대를 지지하는 반면, 이란 정부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이 폭동을 조장했다고 반박한다.
미국 정부는 이번 반정부 시위가 이란 쪽으로 무게가 기운 이라크 정치권을 중립 또는 친미 진영으로 교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로 보고 조기 총선을 요구한다.
이라크는 2003년 미국의 침공 뒤 역설적으로 친이란 시아파 정파가 정계를 주도하면서 이란의 입지가 커졌고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도 이란이 지원하는 민병대 조직이 크게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이라크의 반정부 시위에 대해 이란 정부는 자신에게 유리한 의회를 해산하기보다 현 정치 구도 아래에서 개혁과 부패를 청산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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