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산불 확산에 군용기·함정으로 긴급 구조 나서

입력 2020-01-01 20:23  

호주 산불 확산에 군용기·함정으로 긴급 구조 나서
남동부 말라쿠타로 군함·헬기 이동…이재민 구출·생필품 전달
불길 거세지며 사망자 14명으로 늘어나…5만㎢ 면적 소실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호주 남동부 지역에서 산불이 확산하며 사상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호주 정부가 이재민 대피와 구호품 보급을 위해 화재 현장에 군용기와 군함, 군 헬기를 파견했다고 AP통신이 1일 보도했다.
최근 산불 피해가 극심한 호주 빅토리아주 비상당국은 호주방위군(ADF)이 2주간 보급 임무를 수행할 군함을 해안가 도시인 말라쿠타로 이동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말라쿠타 해안에는 새해를 하루 앞두고 빠르게 확산한 불길에 내몰려 대피한 주민과 관광객 등 4천여명이 모여있다.
해안에 램프(경사로)를 내릴 수 있는 군 상륙주정은 전날 밤 이들에게 전달할 식수와 음식을 싣고 시드니에서 출발했으며, 군 헬기로 이들을 대피시킬 계획도 있다고 대런 체스터 호주 국방부 장관은 밝혔다.
군 헬기는 소방대원을 피해지역으로 실어나르는 데도 이용된다. 빅토리아주 비상당국은 소방대원 90명을 태운 헬기가 말라쿠타 지역으로 간다고 밝혔다.
산불로 육로가 차단되자 우회로 피해지역에 접근하고자 군함과 헬기 등을 동원한 것이다.
체스터 장관은 "말라쿠타는 불길로 갈 수 있는 길이 모두 차단돼 접근하기가 어렵다"면서 "해군 군함이 생필품을 공급하고 여러 명을 한꺼번에 구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말라쿠타가 속한 빅토리아주와 인근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선 최근 불길이 거세지며 피해 규모 역시 커지고 있다.
이번주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만 의용소방대원 1명과 불길에서 집을 구하려던 아버지와 아들 등 총 4명이 숨졌다. 실종자도 있어 인명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1일 현재 불길이 다소 잦아들었다고는 하지만 100여개의 크고 작은 산불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콘졸라 파크 마을에선 주택 50여채가 파괴되고 차량 여러 대가 전소됐다. 집을 잃은 이재민이 차에서 잠을 청하고, 해안가의 서프 클럽이나 주유소가 대피 장소로 이용되는 모습도 곳곳에서 목격된다.
아직 산불이 미치지 않은 지역에서도 주민들이 사재기하며 동요하는 모습이다.
뉴사우스웨일스주 남쪽 해안의 작은 마을인 밀튼에선 주민들이 무엇이라도 사기 위해 슈퍼마켓에 몇시간씩 줄을 섰다.
산불이 덮친 베이트먼스 베이에서 3개월짜리 아이를 안고 탈출했다는 한 여성은 가게에서 일인당 구매 물품 개수를 제한하고 있으며, 전기가 나가 신용카드로는 계산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산불로 동물원의 동물들도 위험한 상황이나 뉴사우스웨일스의 모고 동물원은 다행히 동물원 경비원들과 소방대원의 노력으로 200여마리가 무사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지난 10월 시작한 산불이 여전히 지속되면서 소실 면적은 이제 500만 헥타르(5만㎢)에 이른다. 사망자는 모두 14명으로, 실종자도 여럿인 것으로 집계됐다. 파손된 주택도 1천여채를 넘어섰다.
화재 때 나는 연기로 1일 수도 캔버라의 대기질은 위험 수준보다 21배나 높은 세계 최악 수준으로 나타나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캔버라는 두꺼운 연기로 뒤덮였으며 연기는 뉴질랜드까지 퍼져나가고 있다. 한편 정계에선 스콧 모리슨 총리의 보수 정권이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서 역대 최악의 산불이 발생했다는 비난도 제기됐다.
호주는 세계 최대 석탄 및 액화천연가스 수출국으로, 모리슨 총리는 석탄 산업을 옹호하고 있다.
호주 녹색당의 리처드 디 나테일 당대표는 이번 산불에 대한 책임을 조사하기 위한 왕립조사위원회 설치를 요구했다.


luc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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