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충돌에 '새우등' 터진 이라크…"주권 침해" 항의만

입력 2020-01-09 04:24   수정 2020-01-09 17:32

미·이란 충돌에 '새우등' 터진 이라크…"주권 침해" 항의만
'개혁 기회' 반정부 시위 동력 희석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이른바 '균형 외교'로 국익을 도모하려 하는 이라크가 두 외세의 충돌에 '새우등'이 터진 신세가 됐다.
양국이 무력 공방을 주고받으면서 전쟁 직전의 위기까지 치달았으나 대결을 벌인 무대는 정작 이라크였기 때문이다.
자국 영토 안에서 전 세계적인 시선을 끈 무력 충돌이 벌어졌음에도 이라크 정부는 재발을 막거나 손해를 배상받는 등 주권 국가로서 단호하고 실효적인 조처를 하지 못하는 허약성을 드러내고 말았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8일 새벽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을 공습으로 살해한 미국에 보복하겠다면서 이라크의 미군 주둔 기지 2곳을 탄도미사일 여러 발로 폭격했다.
이라크 총리실은 이날 낸 성명에서 "이라크는 주권을 위반하는 행위를 반대하고 우리 영토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공격을 규탄한다"라고 항의하면서 "무력 충돌의 이해당사자는 자제력을 발휘해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이라크 외무부도 이란의 미사일이 이라크군의 기지를 공격했다면서 이런 군사 행위가 주권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라크는 외세의 전쟁터, 공격을 수행하는 통로, 이웃 국가를 해치는 장으로 이용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라며 "주바그다드 이란 대사를 불러 이런 내용을 전달했다"라고 밝혔다.
앞서 이라크 정부는 지난달 29일 미군이 이라크 내 미국인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의 군사 시설을 전투기로 폭격하자 역시 주권 침해라고 항의했다.
이라크 정부 수반인 아델 압둘-마흐디 총리는 이 폭격과 관련, "작전 직전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에게 폭격하지 말라고 했는데 미국이 강행했다"라고 말했다.
그의 '폭로'는 이라크 정부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군사작전을 감행해 이라크인을 죽이는 미국의 일방적인 모습과 함께 이라크 정부의 초라한 처지를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이후 이라크 의회는 미군의 철수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가결했지만 실효를 발휘하지는 못했다.
이와 함께 이라크 정부가 주권 침해를 항의하는 중동의 다른 '대국'은 터키다.
터키는 종종 쿠르드족 무장조직 쿠르드노동자당(PKK)의 근거지를 소탕한다면서 이라크 정부의 승인이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이라크 북부 산간지역으로 전투기를 보내 폭격한다.


이라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2위 산유국으로 자원이 풍부하지만 미국과 이란에 의존하는 기존 정치권의 심각한 정쟁, 관료의 부패로 통치 체제가 허약한 데다 지리적으로 중동의 중심이어서 '외세의 전쟁터'가 되는 불운한 역사를 반복하고 있다.
이번 미국과 이란의 충돌 와중에 이라크가 입은 또 다른 손실은 모처럼 본격화되는 분위기였던 개혁의 동력이 주도권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이라크에서는 부패 청산, 경제난 해결 등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지난해 10월 1일 시작해 석 달째 끈질기게 이어지던 터였다. 군경의 유혈진압에 시민 약 450명이 사망했으나 그 기세는 꺼지지 않아 총리와 대통령의 사표를 받아냈다.
이 시위대가 원하는 선거법 개정이 이뤄지고 조기 총선이 성사되기 직전 지난달 말부터 미국과 이란의 군사 공방이 이라크를 휩쓸어 버린 것이다.
미국의 시아파 민병대 폭격에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을 공격한 반미 시위가 벌어지자 반정부 시위대는 그들과 거리를 두려 애썼다.
이들 시위대는 이란의 내정 간섭에 반대하는 기류가 강했지만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폭사로 반미 여론이 높아지면서 시위대를 결속하는 '반이란 동력'이 희석되기도 했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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