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코끼리' 인도서도 한중일 사활건 시장확대 전면전

입력 2020-01-19 09:00   수정 2020-01-19 16:56

'달리는 코끼리' 인도서도 한중일 사활건 시장확대 전면전
일본은 투자·중국은 교역 규모 우위…한국도 삼성 등 투자 늘려
휴대전화는 삼성-중국업체 간 대결…일본, 철강·유통서 공격적 행보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세계의 미래 시장으로 주목받는 인도에서 한국, 중국, 일본이 시장 공략 페달을 강하게 밟고 있다.
비록 수년 전 8∼9% 내외의 성장률로 가파르게 질주하던 때보다는 못하더라도 세계 5위의 경제 대국인 인도의 성장 속도가 여전히 빠르다는 점 때문이다.
'13억 시장'을 자랑하는 인도는 세계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중국과 함께 최근 5~6%의 고성장을 구가하고 있어 '달리는 코끼리'로도 불린다.
일본은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유지하던 인도가 경제를 본격 개방하기 전인 1980년대부터 현지에 진출했다. 이후 현지 공략에 나선 한국과 중국도 이에 밀릴세라 시장 확대에 사활을 건 양상이다.
세 나라는 전자제품, 철강 등의 분야에서 치열한 혈투를 펼쳤다. 최근에는 자동차, 유통 등으로 전선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그야말로 인구 13억5천만명의 거대 시장을 놓고 한·중·일 3국이 경제 전면전을 펼치는 상황이다.




◇ 누가 어느 분야에서 앞섰나…3국의 투자·교역 상황
세 나라 가운데 일본은 투자, 중국은 교역 규모에서 가장 앞섰다.
코트라(KOTRA) 뉴델리 무역관에 따르면 일본의 인도 진출 기업 수는 5천100여개로 한국(2019년 9월 504개)보다 10배가량 많다.
이들 일본 기업이 2000년 4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인도에 투자한 누적 금액은 321억달러에 달한다. 투자 우회처인 모리셔스나 싱가포르를 제외하면 국가별 인도 투자 순위에서 단연 1위다.
원조금액은 더 놀랍다. 일본국제협력기구(JICA)는 뭄바이-암다바드 간 고속철도 프로젝트 비용 160억달러 가운데 무려 13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뉴델리, 콜카타, 벵갈루루, 첸나이의 도시철도 건설도 일본의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으로 추진됐다. 일본은 인도의 ODA 최대 공여국이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인도의 제2위 교역국이다.
중국과의 교역은 인도 전체 무역의 10%가량을 차지한다. 특히 2018년 인도와 중국의 교역액은 955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중국은 최근에는 미국과의 무역전쟁 여파에 대비, 인도와의 경제 협력을 전략적으로 더욱 확대하고 있다.
2018년 5월에는 인도산 쌀, 항암치료제 등의 관세를 면제해줬다. 방글라데시-중국-인도-미얀마(BCIM)를 잇는 경제회랑 개발에도 나섰다.
다만, 투자 규모는 적은 편이다.
주력 품목인 휴대전화, TV 등의 판매가 시설 투자가 적은 온라인에서 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2000년 4월 이후 누적 투자액은 23억달러로 국가별 투자 순위 18위다.

한국도 꾸준히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기아차 공장 증·신설이 이뤄진 2018년에는 역대 최다인 10억5천300만달러를 인도에 투자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그해 수도 뉴델리 인근 노이다 공장 증설로 세계 최대 휴대전화 공장을 완공했다.
2000년 4월 이후 누적 투자액은 40억달러로 14위다.
한국과 인도의 교역 규모는 지난해 206억6천만달러 수준이다.
세계 경기 둔화 등으로 인해 한국의 지난해 수출(151억달러)과 수입(55억6천만달러)은 각각 전년보다 3.2%, 5.4% 감소했다.


◇ TV·휴대전화…끝없는 혈투
3국이 첨예하게 맞부딪치는 대표적 분야는 TV다.
TV 시장은 전통적으로 삼성전자, LG전자, 소니가 고급 모델부터 중저가 사양까지 장악했던 분야다.
특히 삼성전자는 2006년부터 2018년까지 13년 연속 판매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중국이 중저가 시장을 크게 잠식했다. '가성비'를 내세운 모델로 무차별 공세를 벌인 덕분이다.
이에 최근 한국과 일본 기업은 프리미엄 TV 시장에 더욱 주력하는 분위기다.
세계 2위의 휴대전화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중국 업체 간의 혈투가 치열하다.
삼성전자가 20%대 초반의 점유율로 2위를 달리는 가운데 1위 샤오미를 비롯해 비보, 오포 등 중국 업체의 점유율은 67%이나 된다.
중국 업체는 TV와 마찬가지로 중저가 사양을 온라인에 쏟아부으며 점유율을 올리고 있다.
샤오미는 2017년 4분기 점유율 25%를 기록, 처음으로 스마트폰 시장 분기 1위를 차지한 후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지만 최근에는 경쟁에 조금씩 밀리는 분위기다.
시장분석업체 CMR의 프라부 람은 IANS통신에 "오포의 리얼미 등 경쟁 브랜드에 시장이 잠식 당하면서 샤오미의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며 "올해에는 삼성전자가 1위 자리를 되찾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4G 등 통신장비 분야에서도 화웨이 등 중국 업체와 삼성전자가 에릭슨 등 유럽 업체와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 '미래 격전지' 자동차·유통
한·중·일은 장차 자동차와 유통 분야에서 피할 수 없는 격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세계 4위의 인도 자동차 시장은 그간 일본-인도 합작사 마루티-스즈키가 50%가량 점유한 가운데 현대차가 10% 중후반의 점유율로 2위를 달리는 형국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하지만 앞으로 수년 뒤에는 판도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부터 새롭게 진출한 기아차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셀토스로 돌풍을 일으켰고 중국 업체들도 줄줄이 진출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중국 업체는 신규 공장 건설은 물론 현지 기업과 합작, 기존 공장 인수 등 다양한 수단을 총동원하는 모양새다.
상하이자동차(SAIC) 소유의 MG모터는 이미 진출에 성공했다. MG모터는 서부 구자라트 공장에 이어 제2공장 건립을 추진 중이다.
중국 최대 전기차 생산업체인 비야디(BYD)를 비롯해 창청자동차(GWM), 창안자동차, 포톤자동차, 시노트럭, 지리자동차, 체리자동차 등도 시장 진출을 서두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자동차전문 컨설팅업체 LMC 오토모티브의 아마르 고문은 현지 일간 민트에 "중국 업체에는 지금이 인도 진출의 적기"라며 "일부 완성차 업체의 경우 새 차종을 들여오는데 2∼3년이 필요한 상황이라 경쟁에 틈이 생긴 상태"라고 말했다.

유통 분야에서는 최근 일본 업체가 공격적 행보를 보인다.
한국무역협회 뉴델리지부 관계자는 "패션 업체 유니클로, 편의점 세븐일레븐 등 일본 업체가 프렌차이즈 투자 형태로 최근 잇따라 인도에 본격 진출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가 2014년에 매장을 연 데 이어 최근에는 온라인 유통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코트라는 지난달 온라인 유통망인 아마존 인디아에 한국상품 전용관 'K스토어'를 개설했다.
한국은 또 다른 거대 유통업체인 플립카트(월마트가 모회사)에도 비슷한 전용관 설치를 추진 중이다.
중국은 자국 소비재에 대한 인지도가 높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제조업 진출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유통 시장에 발을 내디디고 있다.
대기업이 진출할 때 건축, 인테리어, 사무환경 제품 등 관련 업체도 따라서 들어오는 방식이다.


◇ '제3의 적' 무역장벽과도 싸우는 철강·화학
철강·화학 분야에서는 3국 모두 또 다른 '적' 무역장벽과 싸우고 있다.
인도 정부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도입한 수입규제가 주로 이 분야에 집중되고 있어서다.
특히 인도 정부는 현재 중국(114건)과 한국(32건)에 가장 많은 수입규제를 부과했다.
이에 수년 전 저가 제품으로 현지 철강 시장을 휘어잡았던 중국 브랜드는 최근 크게 위축된 상태다.
반면 한국과 일본은 로컬 업체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고급 제품 위주로 시장 수성에 나섰다.
특히 일본의 대표기업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은 최근 세계 최대 철강사 아르셀로미탈과 손잡고 인도 굴지의 철강사 ESIL을 인수, 경쟁에서 한발 앞서게 됐다.
ESIL이 보유한 고로(용광로)를 활용해 인도 철강 시장을 리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면 한국의 포스코는 인도에 고로가 없는 상황이다.
화학은 인도 대기업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가 장악한 분야다.
외국 중에서는 일본이 인도와의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덕분에 관세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상태다.
한국과 인도 사이에도 CEPA가 있지만 일본-인도 CEPA보다 화학 분야 관세가 높아 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인도가 수입산 품질기준을 강화하면서 경쟁에서 밀리는 형국인 것으로 전해졌다.
c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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