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손 부부 폭탄선언으로 다시 빛난 93세 영국 여왕의 위기관리

입력 2020-01-16 16:49   수정 2020-01-17 15:50

왕손 부부 폭탄선언으로 다시 빛난 93세 영국 여왕의 위기관리
WP "상황을 통제하며 과제 해결"…"벨벳 장갑속 철의 손"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해리 왕자(왕손) 부부의 일방적 '독립 선언'이 몰고 온 영국 왕실의 '위기'에서 67년째 왕좌를 지키고 있는 엘리자베스 여왕(93)의 관리능력과 장악력이 다시금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해리 왕손과 메건 왕손비의 예고 없는 폭탄선언으로 위기가 고조된 가운데서도 여왕은 차분함을 지키며 본보기가 됐고, 과제를 하나하나 해결해나갔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런던 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이달 8일 해리 왕자 부부는 "우리는 왕실 가족 일원의 역할에서 한 걸음 물러나고 재정적으로 독립하려 한다"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발표했다.
이후 폭탄선언의 배경, 윌리엄 왕세손과 갈등, 향후 지위와 역할, 재정 부담 주체 등을 놓고 무성한 추측이 꼬리를 이었다. 해리 왕자 부부뿐만 아니라 왕실 전반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커질 위기였다.
여왕은 신속하게 가족 회의를 소집하고 그날로 수습 방향을 정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왕실 역사가 페니 주노어는 "여왕은 궁극적 전문성을 유지했다. 그는 위기에 강하다"고 말했다.


25살이던 1953년 즉위한 이래 윈스턴 처칠부터 보리스 존슨 현 총리에 이르기까지 14명의 총리를 상대하며 쌓은 관록이 몸에 밴 여왕은 그동안 정치적으로도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단단히 중심을 잡는 모습을 보였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예정 시기가 임박하며 총리가 바뀌고, 의회가 중단되는 혼란 국면에서도 여왕은 대체로 정치적 대치에 휩쓸리지 않았고, 국익에 봉사하는 활동에 적극적이었다.
미국과 무역협상을 앞두고 여왕이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성격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윈저궁과 버킹엄궁으로 총 세차례나 초대한 게 대표적이다.
그동안 왕실이 직면한 위기 가운데 다수는 가족 일원이 초래한 것이었는데,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비극에 대한 국민의 슬픔과 분노를 인식하지 못했던 때를 제외하고는 탁월한 위기 관리자로 면모를 보였다고 WP는 평가했다.
지난해 차남 앤드루 왕자가 미국의 억만장자 아동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에 관련된 추문에 연루됐을 때에도 조용하고 재빠르게 상황을 통제했다.
앤드루 왕자는 엡스타인이 소개한 10대 후반 여성과 성관계를 했다는 의혹에다 부적절한 해명으로 위기를 자초했다.
여왕은 앤드루 왕자를 공적 임무에서 물러나게 하면서도, 곧바로 그와 나란히 승마를 하는 모습을 보여 가족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이러한 과정에서 여왕은 자신이 '보스'라는 점도 각인시켰다.


여왕은 올해 93세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원기가 넘친다.
애완견을 산책시키고, 직접 차를 운전하며 빗속에서도 승마를 즐길 정도다.
일각에서 여왕이 95세가 되면 찰스 왕세자(71)가 섭정 지위를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으나 복수의 왕실 소식통은 이를 즉각 부인했다.
왕실 전문 잡지인 매저스티의 잉그리드 시워드 에디터는 "여왕의 장악력이 굳건하다"며, 여왕의 외유내강형 리더십을 "벨벳 장갑 속 철의 손"이라고 비유했다.
WP는 "재임한 지 거의 70년이 지난 지금도 여왕은 여전히 주권자이고, 보스이며, 명목상 국가정상이자 영국 교회의 최고 지배자로서 도덕적 권위"라고 진단했다.
tr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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