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비정상의 시대'…트럼프 "뱀들에 둘러싸여, 쫓아내고파"

입력 2020-02-21 03:52  

'새로운 비정상의 시대'…트럼프 "뱀들에 둘러싸여, 쫓아내고파"
반대파 축출·측근 기용·사법개입·사면권 남용…정보수장에 충성파 내리꽂아
탄핵족쇄 벗자 '브레이크 없는 질주'…악시오스 "대통령직·권한 자체 바꿔놔"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가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초 상원의 탄핵안 부결로 탄핵의 족쇄에서 벗어난 뒤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눈엣가시'였던 반대파들에 대한 '피의 보복'에 나서고, 형사사법 절차 관여로 권한 남용 논란에 휩싸이는가 하면 원칙 없는 무더기 사면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난 최고법집행관"이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급기야 미국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 수장에도 충성파를 꽂아 내리기에 이르렀다.
역대 대통령의 문법을 완전 허무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대통령직의 정의 자체를 바꿔놓고 있다는 이야기가 워싱턴 정가에서 나올 정도이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20일(현지시간) '새로운 비정상(new not-normal·뉴 낫 노멀):트럼프 스테이트'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에 어떻게 출마하는지에 대해 바꿔놨고, 그다음으로는 공화당을 바꿔놨으며, 지금은 대통령직과 행정권의 경계를 바꿔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집권기를 '새로운 비정상의 시대'로 규정한 것이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것을 전임자들보다 더 크게, 더 과감하게, '공공연하게 벌거숭이인 채로'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공화당에 대해서도 절대적 장악력을 토대로 당내 반발 등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상원의 탄핵 무죄선고 이후 참모들에게 자신이 "뱀들"과 "나쁜 인간들"에게 둘러싸여 있다고 느낀다면서 이들을 쫓아내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다른 대통령들도 '반골' 공직자들에 대해 개탄했지만 좀처럼 대놓고 무더기로 축출하진 않았고, 다른 대통령들도 충성파를 요직에 앉혔지만 좀처럼 충성파라는 점을 발탁의 필수조건으로 내걸진 않았으며, 다른 대통령들도 사면권을 행사하긴 했지만 재선 레이스 한복판에서 이처럼 대거로 하지는 않았다고 악시오스는 지적했다.
또한 다른 대통령들도 법무부 장관에 압력을 행사하곤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처럼 공개된 공간에서 노골적으로 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악시오스는 리처드 그리넬 독일 주재 미국 대사의 DNI 차기 국장 대행 발탁을 가장 최근에 이뤄진 중대 조치로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를 통해 인선 내용을 공개했으며, 백악관은 이날 임명을 공식 발표했다.
백악관은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그리넬 신임 국장 대행에 대해 "정보당국의 수장으로서 비정치적, 비당파적 접근법에 전념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의 안전과 안보가 달려있다"며 "대통령은 그리넬 대사가 탁월하게 새로운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는 데 대해 절대적 신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장 민주당은 그리넬 대행의 경험 부족을 꼬집는 한편으로 상원 인준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대행' 임명이라는 꼼수를 썼다며 비난하는 등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악시오스는 이번 인선에 대해 "17개 정보기관을 관리·감독하는 민감한 자리에 트럼프패밀리가 가장 신뢰하는 우군을 앉혔다"면서 DNI는 모든 국가기밀에 대한 접근권을 갖고 있으며 대통령이 보는 것과 알고 있는 것을 형성하는 데 일조한다"고 촌평했다.
그리넬 대행의 발탁은 조지프 매과이어 국장 대행이 옷을 벗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매과이어 대행은 지난해 9월 하원 정보위 청문회에서 민주당 탄핵 추진의 발단이 된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내부 고발자의 고발에 대해 "옳은 일을 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는가 하면 선거 개입이 미국의 최대 도전 과제라고 언급, 트럼프 대통령의 눈밖에 났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하원의 탄핵 조사와 청문회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알렉산더 빈드먼 중령과 그의 쌍둥이 형제 예브게니, 고든 손들런드 주(駐)유럽연합(EU) 미국대사, 그리고 전날 존 루드 국방차관, 매과이어 대행까지 보복성 축출이 '현재진행형'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셈이다.
'어른들의 축'으로 불리던 견제와 균형 세력은 하나둘씩 다 떠나고 현재는 '예스맨'들이 그 자리를 채우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야말로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서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지점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기밀정보 취급 권한 논란 속에 당시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에 의해 해고됐던 존 매켄티(29) 전 보좌관도 최근 다시 불러들였다. 매켄티는 멜라니아 여사 등 트럼프 패밀리의 총애를 받아온 인사이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동성 배우자를 둔 피트 부티지지 민주당 대선후보를 상대로 동성애 혐오 발언을 한 극우 성향 라디오 방송 진행자 러시 림보에게 며칠전 전화를 걸어 "할 말이 있다. 절대로 사과하지 말아라"는 조언을 했다는 뒷얘기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신년 국정연설에 림보를 초청, 그에게 최고 시민에게 주는 '자유의 메달'을 수여한 바 있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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